[청년과 종교] 저는 ‘천도교’를 하는 청년입니다

  • 등록 2025.06.04 17: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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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천도교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비우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해주는 감사한 존재”

 

최근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4년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 따르면 18세부터 29세까지의 인구 10명 중 7명이 무교라고 응답했으며 종교를 믿는 청년 중 개신교는 평균 13%, 천주교는 7%, 불교는 8.5%, 기타 종교 2%에 그쳤다.


이러한 청년층의 종교 이탈 현상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외부적으로는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종교계가 보여준 각종 범죄행위와 과도한 정치 참여, 저출산과 경제적 여건 등이, 내부적으로는 기성세대와의 소통 부재와 갈등, 수직적인 구조, 제도의 규율화와 종교의 재정적 세속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대로 청년들의 ‘종교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불교를 예시로 들 수 있는데 나는 절로, 뉴진스님, 불교박람회는 청년세대에 큰 관심을 끌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청년층의 종교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도 자신의 종교를 믿고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청년들이 있다. 이번 코너에서는 자신의 종교를 믿는 청년들의 신앙적인 이야기와 종교활동을 하며 겪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종교는 ‘천도교’다. 천도교는 조선 후기 동학으로 시작해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인내천 사상을 바탕으로 한 한국 고유의 민족종교다. 천도교의 이야기를 듣고자 천도교 청년회 정민선, 조화정, 박대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천도교 청년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천도교 청년회는 1919년 9월 천도교 내의 청년들이 교리의 연구 및 당시 조선의 문화 향상과 발전을 목적으로 천도교 교리강연부가 설립된 것을 유래로 합니다. 이듬해인 1920년 3월 강연부를 개편하여 천도교 청년회로 이름을 고치면서 천도교 청년회가 본격적으로 탄생했습니다.


이후 1921년 ‘4월 소년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청년회 내에 소년부를 설립하고, 같은 해 5월 처음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거행했습니다. 이는 한국 소년 운동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계승해 현재는 100년 역사의 명맥을 끊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3.1절, 어린이날 행사 등을, 내부적으로는 천도교 성지순례, 체육대회, 개벽제(송년회) 등 다양한 활동과 전국의 천도교 교구를 방문하고 교인들을 만나며 청년과 대학생 단원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천도교’를 특별히 선택하고 믿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민선: 저는 모태신앙입니다. 부모님께서 천도교를 믿어 오셔서 자연스럽게 천도교를 믿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저는 외동이어서 일요일마다 시일(시일이란 매주 일요일 11시에 천도교를 믿는 신자들이 교당 또는 일정한 장소에 모여 한울님의 은덕과 스승님의 가르침을 배우며 기도하는 날)을 보러 교당에 가는 게 일상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어머니를 따라서 방학마다 수련에 가는 것도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천도교가 저의 일상의 일부가 되면서 천도교를 믿게 됐습니다.


조화정: 저는 큰이모의 권유로 천도교 청소년 캠프인 ‘한울나눔터’에 처음 참여하게 됐습니다. 한울나눔터에서 또래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을 만나 함께 활동하며 큰 즐거움을 느꼈고, 이를 계기로 천도교 신앙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신앙심보다는 재미와 공동체 활동에 대한 흥미로 참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앙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깨달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저는 한울나눔터 활동을 통해 한울님은 “특정한 형체나 외부의 존재가 아니라, 내 안과 세상 모든 만물 속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이치이다”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울님이 내 안에도 존재한다”는 가르침은 저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제 마음에 스며들 듯 천도교를 믿게 됐습니다.


박대현: 저의 할아버지께서 천도교를 믿으셨고 아버지도 천도교를 믿으면서 자연스럽게 저도 천도교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중학교 때 까지는 아버지가 어떤 종교활동을 하는 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권유로 천도교 교단 내에서 진행하는 항일유적지 답사로 중국에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그 이후 ‘한울나눔터’라는 천도교 청소년캠프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천도교와 가까워졌고 이후 대학생단 단장, 청년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천도교를 믿게 되었습니다.


천도교의 대표적인 교리인 ‘인내천’ 사상과 ‘후천개벽’ 사상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정민선: 저는 두 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선입견을 품지 않고 모두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볼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천도교 내에서도 남자라면 시일이나 설교를, 여자라면 청수 봉전(맑은 물을 떠서 한울님께 올리는 예식)이나 경전 봉독을 하는 것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천도교에서 추구하는 평등사상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청년회 활동을 진행하면서 역할에 대해 성별로 정하지 않고, 지원자 또는 무작위로 정해서 청년회 내에서 성평등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화정: 특히 ‘인내천’ 사상이 저에게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큰이모가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나도 한울님이고 모든 곳에 한울님이 있다. 내 양심을 더 지켜야 하고 너의 행동을 통해 남도 똑같이 행동하는 거다”고 배우는 것을 듣게 되었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타인에게도 더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천도교 교인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항상 친절하게 대해 주십니다. 이를 통해 저 또한 천도교의 친절한 교인분들의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박대현: 인내천 사상과 후천개벽 사상을 포함한 천도교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가 존중, 평등, 존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생활의 예를 들면 친구 혹은 가족관계에서 다툼이 발생했을 때 저의 의견을 먼저 주장하는 게 아닌 타인의 입장을 먼저 들어본 뒤 저의 의견을 밝히고 최대한 타협할 수 있는 대화를 합니다. 이를 통해 타인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갈등을 해결하고자 평소에도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천도교를 믿는다고 밝혔을 때 겪었던 오해나 편견이 있다면?


정민선: 우선 천도교를 믿는다고 밝혔을 때 천도교가 어떤 종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천주교 또는 사이비를 믿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동학’의 바뀐 이름이 ‘천도교’라고 하면 동학이 지금까지 살아있는지 되묻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사이비가 아니라 민족종교라고 정확한 사실을 말해도 사이비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거둬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조화정: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한두 번씩 “천도교를 믿는다”고 밝힌 적이 있었으나 다들 큰 관심이 없으셔서 큰 오해나 편견은 없었습니다.


박대현: 대학교 시절 친구들이 종교를 믿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제가 천도교를 신앙하는 게 굉장히 자랑스러워 당당하게 천도교를 믿는다 밝혔지만 친구들에게는 생소한 종교인만큼 “사이비 아니야?”와 같은 오해를 받아 다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내가 생각하는 만큼 천도교가 유명한 종교가 아니라는 생각에 최근까지 사람들이 물어볼 때 마다 “종교를 믿지 않는다”라고 해왔지만, 이제는 천도교 청년회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맡았기에 저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천도교 내에서 겪었던 갈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가 있다면?


정민선: 작년 여름에 천도교 대학생단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울 나눔터’라는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지금의 대학생단은 한울 나눔터를 참가자로서 참여만 해 보고 직접 한울 나눔터를 열어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았으며 활동을 하면서 여러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활동이 끝난 저녁에 대학생단 단원들끼리 대화를 하며 “어떤 행동에 대해 아쉬웠고, 이러한 행동은 개선됐으면 좋겠다” 하는 주제에 대해 직접 대화하며 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조화정: 저희가 한울 나눔터라는 캠프를 진행하게 되면 캠프는 진행을 맡는 ‘이끔이’와 참여하는 ‘나눔이’로 구성됩니다. 이끔이는 대학생단 단원들이 맡게 되고, 나눔이는 어린이들입니다. 지난 2월 한울 나눔터에서 저희가 처음으로 이끔이를 맡았습니다.


4박 5일 동안 하는 행사다 보니 저희도 긴 시간 동안 행사 개최를 위한 사전 준비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부딪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준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생기기도 했지만, 각자의 언행에 잘못을 느끼고 먼저 반성하게 되는 시간을 가지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청년으로서 천도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천도교 내에서 청년회가 활동하면 천도교 교단 내 어르신 분들이나 많은 교인분들이 해주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청년과 대학생을 포함한 젊은 사람들이 우리 천도교의 미래다”나“ 젊은 청년들이 잘 커야 교단의 미래가 밝다”고 열렬한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 저희 청년회와 대학생단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아 아쉽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더 많은 교인분이 저희 청년회가 활동하는 것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사람이 부족한 종교이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합니다. 그렇기에 어른분들의 자녀나 손자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청년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고 재정적인 측면 또한 현실적으로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천도교 활동을 오래 해온 청년으로서 현재의 천도교는 너무 “과거에 갇혀 있는 종교”라는 점을 오랫동안 느꼈습니다. 현재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발전해야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천도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천도교의 교리와 수련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련만 한다고 해서 천도교가 발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에 수련이나 교리를 활용하여 요즘 시대에 맞는 트렌디한 프로그램을 많이 해야 천도교가 더욱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른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시는 거 같아 매우 아쉽습니다.


천도교가 더욱 더 발전하기 위해서 어른 분들이 저희 청년들의 의견이나 입장을 조금 이해하고 같이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에게 ‘한울님’은 어떤 존재인가요?


정민선: 저에게 한울님이란 ‘저’의 한 부분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울님은 항상 내 마음속에 있으니 부끄러울 만한 일을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한 가르침을 통해 저의 행동에 대해 항상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늘 생각하고 조심하다 보니 한울님은 저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조화정: 저에게 한울님은 더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존재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속이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려는 순간, 한울님은 제 안의 양심을 통해 행동을 돌아보게 하고, 옳은 길로 나아가게 하는 기준이 되어 줍니다. 이처럼 한울님은 내면의 도덕성과 실천의 중심이 되는 존재이며, 일상속에서 늘 저를 이끌어주는 소중한 신앙의 근원이 됩니다.


박대현저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불안한 마음이 들고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한울님을 생각하며 항상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다스리라고 조언을 해 주십니다.


아직은 이러한 부분이 잘 실행되지는 않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아버지의 조언대로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에게 한울님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비우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해주는 너무나도 감사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김동현 기자(mvp2450@naver.com)


편집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담당 기자: 김동현 기자 (신학 22)

김동현 기자 mvp24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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