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 제13대 총장 후보 선거 제4차 공개토론회가 26일 오후 6시 서울캠퍼스 사이버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 주최로 진행됐으며, 지난 24일 열린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0% 이상을 기록한 네 명의 후보(▲기호 1번 장지호 ▲기호 2번 윤성우 ▲기호 3번 최승필 ▲기호 6번 강기훈)만이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토론은 모두발언, OX 정책 질의, 주도권 토론, 맞수 토론으로 구성됐다.
이번 토론은 기호순과 역순을 번갈아 진행하며 후보자별 입장이 폭넓게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외대알리 취재진은 독자가 내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기호순으로 재구성했다.
모두 발언
첫 번째는 모두 발언으로 각 후보 당 1분의 발언 시간을 가졌다.
기호 1번 장지호 후보는 인문학 및 국문 학술지 업적 점수 도외시로 인한 정체성 상실 위기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또한 중앙일보 대학평가 순위가 17위로 하락된 점을 제시하며 어문학 전임교수 충원 미비를 지적했다. 10년 경력의 대학 행정 전문가로서 외대만의 정체성을 살리는 길을 걷겠다고 강조하며 마무리했다.
기호 2번 윤성우 후보는 자유롭고 치열한 토론을 기대한다며 공동체의 리더를 뽑는 일에 관심을 바라고 부족함이 있다면 비판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더 나은 미래 설계를 위한 공약을 설명하겠다는 예고를 남겼다.
기호 3번 최승필 후보는 이 과정이 단순한 총장 선출이 아닌 외대의 미래를 선택하는 과정이라며 공개토론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재정 악화, 송도캠퍼스 문제, 외대의 정체성 논란 등 외대는 현재 변곡점에 있음을 강조했다. 선거 과정의 약속을 반드시 증명하고 당당한 외대를 만들겠다는 호소를 덧붙이기도 했다.
기호 6번 강기훈 후보는 창업 생태계 구축, AI와 외국어 융합 등 실질적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글로벌 캠퍼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수·직원·학생의 꿈을 이루는 새로운 외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후보자들의 모두발언이 끝난 후, 곧바로 대학 구성원들의 핵심 현안을 다루는 섹션 1의 ‘주체별 정책 각론 OX 퀴즈’가 이어졌다.
OX 정책 질의 1라운드 - 교수·직원·학생 공약 대조
첫 번째 OX 정책 질의에서는 ▲ 교수 연구 평가 ▲직원 임금 소송 ▲학생 등록금 환원 등 학내 주체별 핵심 현안을 다뤘다. 연구 평가와 학생 복지 문제에 대해서는 네 후보가 한 목소리를 냈지만, 직원 임금 소송의 대응 방식을 두고는 3대 1로 의견이 엇갈렸다.
① 교수 : 연구평가, 네 후보 모두 “전면 재검토(O)”
현 집행부의 SCI 중심 평가 강행 관련 질문에 네 후보 모두 전면 재검토를 선택했다.
기호 1번 장지호 후보는 총장 직속의 ‘연구 평가 재설계 TF’를 설치하겠다고 말하며 정량·정성 평가의 균형된 보상 체계를 갖추겠다고 전했다.
기호 2번 윤성우 후보는 계열과 단과대 각각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연구와 교육 트랙을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3번 최승필 후보는 어문·인문 계열은 이공계와 다르기 때문에 국제 학술 저널에 연구를 싣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젊은 교수에게 연구·강의·행정의 부담을 동시에 부여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말하며 기존 연구 평가 제도를 보완해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기호 6번 강기훈 후보는 평가 제도 자체와 절차적 소통의 부재 문제임을 인정하고 질적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절자척으로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구성원의 절차적 의견 수렴을 강조했다.
② 직원 : 무기계약직 임금 차별 소송, ‘법적 판단(O)’ 우선인가 ‘선제적 협상(X)’인가?
기호 1번·2번·3번 ‘협상(X)’으로 응하겠다 / 기호 6번 “법적 절차 준수(O)해야…
현재 한국외대 내에서 근무 중인 8명의 무기 계약직 직원들이 학교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중이다.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임금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으로 손해 배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토론회를 통해 직원 사회에서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무기계약직 임금 차별 소송 대응 방식’에 대해 후보 간 차이가 분명히 드러났다.
장지호·윤성우·최승필 후보는 공통적으로 “소송으로 해결할 경우 직원과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조직 신뢰가 무너진다”며, “협상 테이블에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대학 구성원을 위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 후보는 “대학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직원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했고, 윤 후보는 “당사자들과 직접 대화해 조정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 역시 “조직 안정을 위해서는 법적 대응보다 내부적 조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호 6번 강기훈 후보는 유일하게 ‘O’를 선택하며 ‘법적 절차 준수’의 입장을 고수했다.
강 후보는 “행정의 공신력은 법과 절차를 따르는 데에서 나온다”며 “개별 사안마다 협상만을 선택하면 기준이 흔들린다. 대학은 조직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이미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임의적 합의는 법적 리스크를 오히려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③ 학생 : 등록금 인상분, 학생 복지 미집행 문제 해결 방안
등록금 인상분을 학생 복지에 사용하기로 한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문제에서는 네 후보 모두 “약속 이행(O)”을 선택하며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기호 1번 장지호 후보는 재정의 흐름을 분리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학생환원특별재정’ 신설을 제안했다. 해당 계정에 등록금 인상분을 별도로 적립하고, 사용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해 “학생이 직접 감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기호 2번 윤성우 후보는 현재 미집행 사유로 꼽히는 송도 캠퍼스 관련 세금 문제가 해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송도 캠퍼스로 인한 세금이 법인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문제만 해결되면 미집행된 복지 예산은 즉시 집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호 3번 최승필 후보는 더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등록금 인상분을 정해진 용도가 아닌 곳에 사용하는 것은 “목적성 징수의 목적 위반으로 불법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학생과의 약속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법적·도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학생 의견 반영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호 6번 강기훈 후보는 “학생 신뢰 회복의 핵심은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예산 운용 과정을 공개하고, 예산 집행의 전(全) 과정에서 학생이 직접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주도권 토론
이어지는 ‘주도권 토론'에서는 후보자별로 1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해당 토론은 자유 주제로 한 후보가 나머지 세 후보를 모두 지목하여 질문하는 대선 토론 방식을 차용했다.
① 기호 1번 장지호 후보 주도권 토론
기호 1번 장지호 후보는 ‘2024년 총장 중간평가 결과보고서’를 근거로, 지난 집행부의 핵심 보직을 맡았던 후보들에게 학내 구조조정 과정 속 ‘불통’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가장 먼저 기호 2번 윤성우 후보에게 “교무처장 재직 시 소통 부재 지적에 대한 의견”과 “법인 거버넌스 개혁 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윤 후보는 “소통을 안 한 게 아니라, 학내 사안 고려 과정에서 최소 7번 이상의 제안을 했으나 채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총장이 되면 대학평의원회 위원 증원 등 구성원 대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거버넌스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규모 건설 공약(지하캠퍼스 등)을 임기 내 착공/완공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윤 후보는 서울/글로벌 캠퍼스 필요 공간을 동시에 착공 가능하고, 기숙사는 예산 별도로 진행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기호 3번 최승필 후보에게는 “소통에 대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실행한 경험이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최 후보는 2018년 8월에 기획조정청장에 부임해 재정위기상황을 확인한 경험을 제시했다. 당시 여러 부서와 예산 조정을 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물 100병과 과자를 쌓아놓고 15일간 치열하게 소통했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기호 6번 강기훈 후보에게는 “논란 당시 부총장이셨는데 당시 소통 문제를 언급한 교수님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강 후보는 산학연계 부총장으로서 산학프로그램과 외부 기업과의 관계에 대한 소통의 역할을 주로 했음을 밝혔다. 또한 당시 소통 문제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꼈음을 언급하며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답변했다.
② 기호 2번 윤성우 후보 주도권 토론
기호 2번 윤성우 후보는 자신에게 배정된 토론 시간 동안 거버넌스 개혁과 재정 확충 문제를 핵심 의제로 던졌다. 윤 후보는 “교수·직원·학생 등 각 주체가 참여하고 책임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법인 이사회 역시 이 공동체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윤 후보는 기호 1번 장지호 후보에게 “이사회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절차, 방법, 아이디어”가 있는지 질문했다.
장 후보는 “총장은 선출직으로서 구성원 3주체의 의견을 수렴해 이사회를 설득해야 하며, 타 대학 벤치마킹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단순한 주장이 아닌 실질적으로 이사 수를 늘리거나 구성을 바꿀 계획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장 후보는 “변화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나, 윤 후보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친 것 같아 아쉽다"고 평가하며 질문을 마쳤다.
이어 기호 3번 최승필 후보에게는 “우리 대학은 법인 자산이 전체 대학 중 8위 수준으로 높은 편인데, 학교로 들어오는 법인의 전입금은 적은 수준이다”라며, ‘부자 법인, 빈곤한 대학’이라는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우리 대학 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수익률은 사립대 중 8위로, 10위인 고려대보다 높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그러나 고려대가 법인으로부터 받는 전입금 규모와 우리 대학의 전입금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최 후보는 답변으로 ‘개방이사 추천제 구조의 문제’를 언급했다. 최 후보는 "추천위원회 구성이 법인과 학교 측 동수로 보이지만, 학교운영위원회 몫이 용인외고 측 인사인 경우가 많아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투표자 수와 추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 후보는 기호 6번 강기훈 후보의 ‘법인 전입금 80억 원 확대’라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지적했다. 강 후보는 이에 "순수 법인 전입금뿐만 아니라 산학협력단, 사업처의 수익을 합친 개념"이라며 "현재 추세를 볼 때 4년 뒤 80억 원 달성은 무리한 기준이 아니며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③ 기호 3번 최승필 후보 주도권 토론
기호 3번 최승필 후보는 타 후보들의 대규모 개발 및 신설 공약이 가진 법적, 재정적 허점과 현실적 제약을 짚으며 토론을 진행했다.
기호 1번 장지호 후보에게 UBRC(은퇴자공동체)를 언급하며 글로벌 캠퍼스의 유휴부지가 거의 쪼개져 있어 쓰기 어려운데, “이 시설은 대학에 일종의 양로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 며 비판했다. 이에 장 후보는 동명대, 조선대, 남서울대 등 타 대학도 이와 같은 시설을 착수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글로벌 캠퍼스 교문 앞 카페 자리 뒷 공간이면 2~3개 동으로 시설을 지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기호 2번 윤성우 후보에게는 “송도 캠퍼스에 약대를 만들려면 약사 수급 정책, 시설 및 교원 요건이라는 허들과 약 200~300억 정도의 높은 초기 투자 비용 문제가 뒤따른다”며 약대 공약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윤 후보는 제주 30명, 강원 50명인 타 권역과 비교할 때, 대도시인 인천에 배정된 정원이 현재 60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도시 규모 대비 정원이 부족한 만큼 추가 신설의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외대는 AI를 기본으로 하는 신약 R&D 의약품 생산 등 여러가지 수요를 대비하는 학부를 4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교원 요건에 대한 답변으로는 “약대를 구성하는 교수는 20명당 한명이기에 7~8명 정도가 필요할 뿐”이라며 “글로벌 캠퍼스의 화학과와 생명공학과 교수들이 먼저 간 후 확장하면 된다”고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기호 6번 강기훈 후보에게는 훕스홀딩스 설립 운영에 대해 “훕스홀딩스로 재정을 얻기 위해서는 단기 순이익 기준으로 돈이 나와야 가처분 소득이 되는데, 법인세 면세가 되지 않아 단기 순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재정의 차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이에 강 후보는 학교 기업 형태거나 플랫폼일 수도 있다며 이 부분의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법인에서 따로 출자한 법인을 만드는 형태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32억 정도를 예상하지만, 외국인 의료 서비스를 플랫폼 기업, 유치, 치료, 관광, 귀국 등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것이기에 매출액을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 답했다.
④ 기호 6번 강기훈 후보 주도권 토론
기호 6번 강기훈 후보는 대학의 대외적 위상과 직결되는 ‘QS 세계대학평가’ 지표 개선과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강 후보는 “우리 대학의 실제 위상에 비해 저평가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강 후보는 기호 1번 장지호 후보에게 대학 평가의 핵심인 ‘학계 평판도’ 개선 방안을 물었다. 이에 장 후보는 "2017년 기획처장 재임 시절 국내 8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며 "학계 평판도를 10~15% 상향할 여지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강 후보는 "과거 40% 비중에서 30%로 축소된 상황에서 단순히 지표 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해외 석학과의 교류 확대, 국제 학술대회 참가 지원 등 학교 차원의 실질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호 2번 윤성우 후보에게는 연구 성과 지표인 ‘교수 1인당 피인용수’와 외국인 교원 관리 문제를 연계해 질문했다. 윤 후보는 “인문 및 어문 계열 특성 상 피인용 지수 확보가 쉽지 않은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인용 실적이 우수한 교수에게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답했다. 외국인 교원 문제에 대해서는 "전체 600여명 중 170명에 달하는 외국인 교원이 전공보다는 회화 트랙에 편중되어 있다"며 "처우 개선을 통해 연구 역량을 갖춘 외국인 교원을 전공 트랙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강 후보는 재정 전문가를 자처하는 기호 3번 최승필 후보에게 외대 재정의 가장 시급한 문제와 예산 배분 원칙을 물었다. 최 후보는 "우리 대학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출에 대한 수요만 먼저 계산한 뒤, 수입의 부족분을 기부금으로 메우는 지출 중심 재정 편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 총장들이 인위적으로 재정을 팽창시키며 적립금을 쌓지 못한 탓이다”라며 예산 배분과 관련해 “학생과 교수, 동문이 참여하는 논의체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OX 정책 질의 2라운드 - 자율전공·직원보직·법인 구조
두 번째 OX 질의에서는 자율전공 확대, 직원 보직 임명, 법인 구조 개편 등 대학 운영의 핵심 이슈가 다뤄졌다. 세 가지 질문 모두에서 네 후보가 같은 선택지를 택했지만, 세부적인 설명과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점이 드러났다.
① 자율전공 신설로 학과 정원 25% 차출, 네 후보 모두 “전면 재검토(O)”
네 후보 모두 현 제도는 학과 정체성과 한국외대의 교육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데 공감하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호 1번 장지호 후보는 자율전공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현재 교내 제도는 제로섬 게임과 같아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 충원 예고제’를 도입해, 학과 전통과 교육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기호 2번 윤성우 후보는 현행 체제가 특히 특수어 및 소수어 분야의 교수 미충원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1학년 전공 탐색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준비가 부족했다”고 말하며, “자율전공제의 긍정적 기능은 살리되 학과별 특성에 맞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호 3번 최승필 후보는 학과 정원의 4분의 1을 차출하는 현 구조는 “소수어과의 존립을 위협”한다며 최 후보의 슬로건인 ‘다시 한국외대’라는 가치로 학과 중심의 정체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퇴임 교수 발생 시 100% 충원제 도입 공약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기호 6번 강기훈 후보는 “학과는 대학의 뿌리”라고 표현하며, 자율전공제로 인해 특정 학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 교육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과 기반이 튼튼해야 융합 교육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며 전면 재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② 직원 처장 보직 임명, 네 후보 모두 “취임 즉시 최소 1개 보직에 직원 임명(O)”
네 후보 모두 규정상 가능한데도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직원 처장 보직 임명제에 대해,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며 취임 후 즉시 최소 1개 보직에 직원 임명을 약속했다.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직원의 전문성을 인정할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호 1번 장지호 후보는 “규정이 허용하고 있는데 시행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취임 초기에 구조를 열어 직원 동기부여를 높이겠다고 했다.
기호 2번 윤성우 후보는 네 후보 중 가장 강력한 찬성 의사를 밝혔으며, “직원이 참여하는 만큼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며 외부 전문가의 심사와 공모제 방식을 통한 전문성 평가를 제안했다.
기호 3번 최승필 후보는 직원 보직 임명이 정착되지 못한 원인을 “신뢰 문제”로 설명하며, 공모제와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이 보직을 수행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기호 6번 강기훈 후보는 처장 뿐 아니라 부처장 제도 확대 등으로 “직원이 대학 행정의 중요한 축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 이사장 장기 연임 및 총장 직선제 등 법인 구조 개편에 모두 “개혁 찬성(O)”
법인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를 두고 진행된 질의에서는 네 후보 모두 “이사장 장기 연임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총장 직선제와 대학 자율성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호 1번 장지호 후보는 대학 자율성의 핵심은 ‘법인 구조의 투명성’이라며 3주체 협의체를 구성해 신속히 제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기호 2번 윤성우 후보는 2021년 연임 제한이 철폐될 당시 제시된 “책임 경영”을 언급하며 “장기적으로 볼 때는 연임 제도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한다”고 설명했다.
기호 3번 최승필 후보는 “무제한 연임 구조는 조직의 건강한 운영을 해친다”고 말하고, 법인은 권한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견제 장치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호 6번 강기훈 후보는 2008년 중임 제한 제도의 원래 취지가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 정신을 되살려야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1:1 맞수토론’은 후보자가 지목한 1명의 상대와 10분간 자유 주제로 격론을 펼치는 방식으로, 기존의 정형화된 문답을 넘어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심도 있게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맞수 토론
① 기호 1번 장지호 후보 → 기호 3번 최승필 후보 지목
장 후보는 최 후보의 공약인 ‘창의융합 학사 시스템’과 ‘외대 적통’ 발언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학과 구조조정 논란에 대해 장 후보는 “창의융합 학사 시스템이 학과 통폐합을 전제로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최 후보는 “인위적 통폐합보다는 기존의 자율전공제 개선이 우선”이라며 “창의융합은 학생들이 학점 부담 없이 융합 강의에 도전하도록 유도하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덧붙여 “학점 포기제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라며 학생들이 다양한 강의에 학점 부담 없이 도전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장 후보는 최 후보의 홍보물 등에 적힌 ‘외대 적통’ 표현이 비외대 출신 구성원에게 소외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후보는 “편 가르기 의도가 아니며, ‘순혈’이라는 단어를 직접 쓴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1987년 입학해 외대의 지역학적 자산을 토대로 성장했다는 의미로, 외대 정체성을 바탕으로 융합하고 도약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② 기호 2번 윤성우 후보 → 기호 6번 강기훈 후보 지목
윤 후보는 강 후보의 ‘장학금 공약 실현 가능성’과 ‘법인 이사 중임 제한 문제’에 대해 날 선 검증을 이어 나갔다.
먼저 강 후보의 장학금 공약 현실성에 대해 대규모 장학금 공약의 구체적 로드맵을 묻자, 강 후보는 “내년부터 즉시 시작해 1년 차 30개 등 4년의 로드맵이 설계되어 있다”며 “총장이 직접 발로 뛰고 학과별 전문가와 협력해 재원을 유치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기술력 확보 여부를 묻자, 강 후보는 “이공계 기술 뿐만 아니라 통번역센터, 콘텐츠원 등 외대의 인문 자산도 사업화 가능한 기술”이라며 재정 확충의 의지를 보였다.
③ 기호 3번 최승필 후보 → 기호 1번 장지호 후보 지목
최 후보는 장 후보 ‘공약의 구체성 결여’를 지적하고, 과거 기획조정처장 시절 ‘송도 캠퍼스의 세금 문제’를 강하게 추궁했다.
최 후보가 장 후보의 공약집 속 “80여 개의 공약에 구체적 예산 등 숫자가 없다”고 지적하자, 장 후보는 “숫자로 현혹하지 않고 철학을 담으려 했다”며 “법인 전입금은 사이버 외대 경험을 살려 구체적 사업 항목별로 요청해 늘리겠다”고 답했다.
또한 최 후보가 장 후보의 과거 기획조정처장 재임 시 송도 부지 세금 부과에 대한 대응 미흡을 질타하자, 장 후보는 “단기적 사안이 아니었으며, 당시 세금 문제를 막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시간을 버는 등 최선의 대응을 했다”고 반박했다.
④ 기호 6번 강기훈 후보 → 기호 2번 윤성우 후보 지목
강 후보는 윤 후보의 ‘약학대학 신설 공약의 현실성’을 꼬집으며 ‘재원 마련 방안’을 물었다.
강 후보는 최근 10년간 약대 신설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으며 윤 후보는 “의대보다 약대 신설 가능성이 높다”며 “송도 지역구 의원과 협의해 2027년 개교 목표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수백억 원대 약학대학 인프라 비용에 대해서 윤 후보는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동문의 지원, 지자체 투자, 바이오 특별법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도전 가능하다”며 송도 캠퍼스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임을 강조했다.
마무리 발언
마지막으로 후보들의 마무리 발언이 진행됐다. 각 후보들은 주어진 2분의 시간 동안 저마다의 비전과 함께 마지막 포부를 밝혔다.
기호 1번 장지호 후보는 20년 간의 외대 행정/교수 경험과 성과를 강조하며 허황된 약속보다 결과로 책임지는 총장이 되겠다고 호소하며 발언을 끝마쳤다.
기호 2번 윤성우 후보는 토론 문화 정착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외대다움은 ‘열림’과 ‘연결’ 이라며 모든 구성원이 소외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기호 3번 최승필 후보는 학령인구 감소, 재정 문제, 정체성 문제에 도전하겠다고 밝히며 ‘다시 한국외대’라는 가치로 당당한 외대 건설을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기호 6번 강기훈 후보는 데이터 기반 행정가로서의 확신을 통해 소외되지 않는 대학을 만들겠다며, 사람 중심의 리더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제4차 공개토론회는 도입된 ‘맞수 토론’ 형식을 통해 후보자들의 정책 검증과 위기 관리 능력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자리였다. 재정 위기와 송도 캠퍼스 개발, 외대 정체성 확보 등 산적한 과제 앞에 외대의 도약을 이끌 선택은 구성원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제2차 투표는 11월 27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된다. 지난 1차 투표에서 교수와 직원의 투표율은 90%를 웃돌았지만, 학생 투표율은 58.7%에 그쳤다. 이번 결선 투표에서는 학생 투표율이 얼마나 오를지가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4차 공개토론회 링크 : 한국외국어대학교 제13대 총장 후보 선거 제4차 공개토론회
윤혜림 기자 (limsself1151@gmail.com)
이루원 기자 (cruwxn1@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