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3주기 '기억과 다짐의 버스'

  • 등록 2017.04.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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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진도 팽목항에 세월호가 가라앉은 날,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그러나 한 유가족은 말한다. “여전히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전 대통령 박근혜는 촛불의 바다 속에서 내려갔고, 세월호는 검은 바다를 가르고 올라왔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바뀌었는데, 왜 여전히 변한 게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기자는 ‘기억과 다짐의 버스’ 행사에 참가해 서울시 사회단체들과 함께 목포 신항, 안산 기억의 교실, 세월호 참사 분향소, 광화문 추모식을 다녀왔다. 그 날을 기억하고 또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다짐을 하기위해, 희생자들의 흔적을 찾고 유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15일 밤 열두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결한 사람들의 옷깃이나 가방 끝에는 노란 리본들이 당연하다는 듯 자리 잡고 있었다. 주로 활동하는 분야는 달랐대도, 슬픔과 분노의 마음은 같았다. 버스가 여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목포, 세월호가 있는 목포신항이었다. 항으로의 접근을 막아놓은 펜스는 이미 노란 리본으로 빼곡해 바람이 불때마다 노란 파도가 이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철창 너머로 보이는 세월호의 모습은 참혹했다.

옆으로 누워있는 세월호는 아파보였다. 배는 누워있으면 안 된다. 배는 물에 뜨기 위해 유선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누워있으면 선체 훼손은 심각해진다. 이미 내부 희생자들의 마지막 흔적이 남아있는 벽면이 무너져 훼손되었다고 한다. 이는 희생자들의 마지막 흔적이나마 간직하고 싶었다는 유가족들의 가슴을 또 한 번 아프게 했다. 세월호는 인양 방법이나 업체 선정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지난해 12월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세월호 인양 업체인 <상하이 샐비지>가 선정된 이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세월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의문투성이다.

 

유가족들은 세월호가 이 참사의 유일한 증거라고 했다. 그렇기에 누군가 이 증거를 일부러 훼손하려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말도 했다. 세월호 참사는 우연히 일어난 사고가 아니다. 살려달라는 아이들의 외침을 해경은 눈앞에서 외면했다. 누군가가 지시했기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그 지시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자들이 처벌되기는커녕 승진을 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그렇기에 유가족들은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는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뜻이다. 당신의 가족은 잃었지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안전한 나라가 되어야한다고 외치는 목소리는 아팠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2학년 8반 故 장준영 군의 아버지, 장훈씨는 이렇게 당부했다. “분노하고, 기억하고, 행동하고, 연대하고, 사랑하십시오.” 세월호를 보면 제일 먼저 화가 난다고 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었고 아이들이 남긴 사진들, 동영상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사고 현장의 모습이겠지만, 유가족들에게는 내 아이가 저렇게 멀쩡하게 살아있었는데, 구할 수 있었는데 하는 억장이 무너지는 모습들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분노했고 우리 역시 분노해야한다. 또 기억해야한다. 그 누가 지겹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기억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씨앗이며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반복되지 않게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현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행동해야한다. 우리는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갔다. 그리고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도 우리의 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우리의 행동의 결과는 연대에서 나온다. 주변인에게 우리의 마음을 나누고 행동을 함께하자 첫 번째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사랑해야한다. 제일 먼저 나를 사랑하고, 나만큼이나 남을 사랑하면 이런 가슴 아픈 비극은 일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자는 처벌되지 않았기에 안전한 대한민국은 없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희생자들은 내가, 나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 단원고 기억교실에서 아이들의 책상 위에 남겨져있던 그들의 흔적들은 아주 사소했다. 평소에 좋아하던 과자, 때 묻은 야구공, 매일 안고 잠이 들던 인형. 그들은 남의 아이가 아니었다. 그저 우리 주변에 있는 대한민국 모든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달라져야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연한 사고가 아닌, 대한민국의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문제가 해결될 때,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끝으로 미수습자 아홉분의 온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끝까지 함께해야한다.

 

글/ 사진 = 박채원 기자 itsmechae@sejongalli.com

* 본 기사는 광진구 마을 미디어 <광진사람들>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박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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