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언론 그리고 대학알리] 고귀한 대학사회는 없다

  • 등록 2020.08.28 11: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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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경희대 문과대 학생회장 인터뷰 1편

"다른 사회와 독립된 고매한 대학사회는 허상 .. 발 디디고 있는 곳 어딘지 돌아볼 때”

 

대학사회가 공정, 등록금 반환 문제로 뜨겁다. 그러나 오고 가는 주장은 때로 공허하게 느껴진다. 철저하게 가시화된 존재의 목소리만이 남아있는 토론의 장은 기존의 문법만을 답습하기 때문이다. 서울, 수도권 대학생의 공정만이 공정으로 인정받고 대학은 사회와는 분리된 고귀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쏟아지는 수많은 논의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전제는 무엇인가? 대학과 사회는 동떨어져 있는가? 대학과 사회와의 불가분함을 지적해야 하는 언론은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기성언론의 목소리를 넘어 대학알리는 사회의 어떤 측면을 담아야 하는가? 대학과  대학언론, 그리고 기성 언론의 시각을 넘어 대학알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학생회장 최재식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대학 전반

 

Q. 대학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오래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학이라는 사회를, 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격리되어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기류다. 옛날에는 엘리트들이 모인 집단이었고 그들의 사회 진보를 추동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격리였다면, 이제는 대학 정원이 늘고 대학 진학이 일반적인 것이 되면서 사회와 대학이 단절되고 대학 내부에서도 나눠지는 형태다. 서울 수도권 지방 대학, 비수도권 지방 대학이 나뉘고 사회에서도 대학이 나뉘고 대학은 대학끼리 따로노는거다.

 

근데 이게 왜 심각한 문제냐면, 대학생이라고 해서 일 안하고, 밥 안먹고, 대중교통 이용 안하고 집에 안 살지 않는다. 모든 문제는 대학생인 나로부터 비롯되는게 아니라 한국사회, 지금 이 시점에 지구라는 곳에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비롯되는 문제일 수 있는데, 너무 대학생, 대학이라는 측면, 그 층위만 강조하다 보니까 특정 문제에 있어서 “대학생이라서 힘들다” 이렇게 부각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는 정당활동과 학생회 활동을 하는데, 정치 이슈 중 하나가 청년, 대학생 문제다. 근데 그들을 일반 사회와는 격리된 존재로 바라보면서 그들의 담론이라고 공정성을 내놓는다. 근데 그게 과연 누구의 공정인지 생각해보면 사실 모든 청년 대학생의 담론도 아니고 전체 사회의 공정성과는 거리가 있는, 소위 명문 서울권, 수도권 4년제 대학을 나와 성적 좋고 스펙 좋은 대학 졸업생들이 자기 시험 잘 치고 면접 잘봐서 좋은 기업 들어가는 공정성이다. 

 

이런 파찰음이 발생하는 이유는 대학사회라는 것이 “대학”사회라고만 엮이지 다른 사회, 대학 바깥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져 있기 때문이다. 근데 실제로는 어떻게 연결되냐, 언어나 인식으로는 대학 사회가 고립되어 있는데 현실에서 대학에 바깥에 종속되어있다. 돈이라는 가장 큰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대학의 모든 커리큘럼이 대기업 취직에 매달리고, 대학 자체로 보면 투자 많이 받는 모 일간지의 대학 평가 점수에 매달리는 식이다. 고귀한 대학 사회를 따로 놔두고 실제로 그 사회가 굴러가는건 일반 사회와 다를게 없는거다. 표상과 심층이 다르다 보니까 이 괴리 사이에서 구성원들의 괴로움이 나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대학생인데, 대학생이 뭘까 생각해보면 차라리 옛날 대학생들은 아까 말했듯이 사회진보를 추동하는 역할을 부여받고 그런게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학문의 전당도, 사회 진보 추동하는 공간도 아닌 학위 받아 취업하는 공간이다. 문제는 그 현실은 그대로 놔두고 대학 사회를 따로 놔두니까 현실 문제와 대학 문제를 별다른 문제로 보게 되는거다. 대학 사회 문제는 현실과 같은데도 뭔가 우리 사회 문제랑 다른거라고 보고, “니들끼리 알아서 해” 혹은 청년담론으로 해결하려고, 청년 정치인 몇 명 나와서 해결하려는 식이다. 심각한 문제는 대학 사회와 대학 밖 사회와의 괴리가 있는데, 근데 결국 실상 그 문제가 하나의 연결고리에 놓여 있다는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대학생이 뭘까를 생각해보면 대학 다니고 안 다니고, 차이가 있겠지만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 똑같은 사람인데 일종의 허위의식이 생긴다. 대학, 특히 서울권 명문대라고 하는 곳에서. 이런 허위의식이 그들이 바깥으로 마주할 현실에서 자신들의 실제 노동자성을 깨닫지 못하고, 그리고 피억압자로서의 정체를 인식을 못하고 그냥 ‘나는 뛰어난 사람이다’, 리더다 이런 생각만 가지니 문제가 있어도 그 문제를 보지 못하게 된다. 말하자면 색안경을 씌우는거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문제를 직시하기 못하게 하는 것중에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Q. 현재 언론에서 그 문제를 충분히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A. 아니다. 언론이라는게 일단 공통된 문제가 있다. 대학사회의 문제, 표층에서의 괴리감과 심층에서의 동일성을 지적하는 언론은 한 군데도 못봤다. 한 언론은 대학의 상업화를 말하고, 한 언론은 대학의 서열을 매기고, 한 언론은 대학 성과를 홍보하고, 한 언론은 대학생의 캠퍼스 생활을 이야기하고 어떤 한 언론에서는 대학생의 삶이 힘들다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담론에서 빠져있는 것은 그 대학생들이, 그 대학 사회가 어디에 존재하고 어디에 기반을 두는지, 어디에 발 디디고 서있느냐이다. 대학생의 특권, 대학생의 낭만이라는 말이 주류 언론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나는 대학을 다니는 당사자들의 입에서 나오는거면 몰라도 그게 언론에서 할 수 있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대학이라는 것을 특권화하고 신성화시켜서 우리가 대학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7-80년대 한국 대학, 90년대, 00년대 10년대 대학의 모습이 있을텐데 이걸 쭉 나열해서 봤을 때 언론이 대학을 비추는 모습은 과거의 캠퍼스가 좋았다는 하나, 다른 하나는 지금 대학의 서열에 집중하고, 다른 하나는 미래 대학 돈벌이를 말하는 식의 논조가 보이는데 대학이 어디에 발 디디고 서있냐를 말하는 곳은 없다. 나는 경희대를 다니고 있고 여기에 기숙사 문제가 있다. 기숙사를 짓는데 주변 상인과 주민이 입사를 반대해서 구청에서 허가를 안내준 적이 있었다. 이 원인이 뭔가 보면 결국 대학도 사회라는 큰 판위에 디디고 서있는 기반이라는거다. 그런데 대학사회와 대학 밖 사회를 담을 쳐놓고 바라보니까 대학생들은 대학 밖에서 대학 이야기를 못하고, 근데 심층에는 돈과 표라는 권력을 가진 자가 대학을 사실 상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현실이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기업이 대학을 인수하는 세상이고 주변 주민과 상인이 자기들 집값 떨어진다고 기숙사 건축을 반대하는 세상인데 언론에서 그런 문제를 다루는가? 그런 문제는 잘 다루지 않는다. 그냥 대학이 옛날같지 않다는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 지금 대학 돈이 없다는 이야기나 하고 있다. 대학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냐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우리 사회에 발 디디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대학을 동떨어진 공간으로 생각하는가? 혹은 그렇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게 아닐까? 언론사 기자들이 자기들 대학 다녔던 때를 추억하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언론에서 충분히 다루려면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땅 위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까 잠깐 빠트린 이야기가 있어서 추가하자면, 대학생들의 삶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언론도 있다고 했다. 근데 그것 역시 배경에는 대학생이라서 혹은 대학이라서라는 그 배경 인식이 너무 짙게 깔려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대학생이라고 호명한 사람도 하나의 표면이고 대학도 사회의 하나의 기관이다. 이 속성들이 중요한 것이지만 대학이라는 측면만 보면 대학생이라서 발생한 일 같고 대학이라서 생긴 일 같지 않은가? 근데 전국 대학 수백 개가 각기 다른 문제를 겪고 전국 대학생들이 겪는 문제가 다 같지 않다. 근데 대학생, 대학이라는 큰 하나의 속성으로 묶으려고 하다보니까 문제의 본질을 못 본다는 생각이 든다. 대안적 시각을 갖는 언론조차.  

 

 

Q. 그 문제에서 부각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대학 사회가 처한 문제, 표증과 심층의 괴리에서 부각되어야 할 부분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대학생도 똑같은 시민이고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고 대학도 하나의 기관이라는걸 알아야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차이점만을 부각할 것이 아니라 보편성을 먼저 찾고 그 다음에 차이를 말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보편과 특수가 있다면, 특수에만 집중하는 것을 피하고 보편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대학사회의 탈정치화 및 학생자치기구의 퇴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A. 탈정치화에 대해서 말하다보면 아마 학생자치기구 문제와도 연결될 것 같다. 탈정치화 문제를 다루려면 먼저 정치가 무엇이냐에 대해서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정치라는 것은 작게 보면 특정 집단에서의 재원과 권력을 배분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행위이고 크게 말하면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문제이다. 종합하면 작은 집단에서의 행동도 정치이고 그게 커진게 지방자치 단체 운영이고 국가 운영인건데, 대학사회의 본질적 문제는 그 밑에 사회에 동떨어지지 않은데 있다.

 

그런데 대학사회가 탈정치화 되어있으니까, 바깥 사회와 대학사회가 괴리되어 있다고 보아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을 못하는거다. 이건 결국 어떻게 사회 재원을 배분하고 통제할 권력을 누가 갖고 어떤 집단이 우위에 있느냐를 논의해야하는건데 그런 정치 이슈에 대학사회가 참여하지 않는다. 그러나보니 앞선 문제 해결을 못하고.

 

탈정치화라는게 사실 별게 아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 ‘나는 정치 잘 모르는데’, ‘나는 정치 잘 안좋아하는데’라는 말로 시작한다. 저는 그런 분들께 당신께서는 정치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물어보고 싶다. 보통 그런 사람들이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정치가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들, 청와대에서 일어나는 일들, 아니면 주요 정당이 하는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가. 정치를 너무 거대하게 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와 비슷한 일을 하려고 하면 큰 단위에 혐오감, 거부감을 갖고 있으니 당연히 싫어한다. 그러면 작은 단위들에서도 정치적 행위를 하지 못한다. 그것이 설사 정당의, 학교 밖 정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당장 이슈가 되는 등록금 반환만 해도 일단 큰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이 있으니까 정부는 개입을 안한다. 정부는 교육부가 돈을 줄테니 알아서 대학끼리 해봐라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정당은 아무 얘기도 안한다. 관심을 갖고 의제로 던지는 정당들은 당사자인 대학생들에게서 '너희들이 뭔데 우리 이야기를 하냐'는 말을 듣고 있다. 학내에서 등록금이라는 자원을 학교와 학생이 어떻게 나눠가질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집단, 가령 학생회나 학생들이 모여 만든 결사들, 혹은 그런 사람들은 학내에 고립이 된다. 바깥에 거대한 조직이 하는 것처럼 학교랑 협상을 하거나 집회를 조직하거나 대자보 하나 쓰는 것도 정치적 행위인데, 정치적 행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할 수가 없게 된다. 당사자인 학생들은 그것이 본인에 관련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요구사항을 말할 수 없게 된다.

 

나아가서 등록금 예시로 계속 얘기하자면, 가령 등록금에 대한 학생 구성원들이 학내 정치를 하려는 누군가에게 허락을 했다고 하자. 그럼 그 허락을 받은 사람들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는가? 등록금밖에 말을 못하는데, 등록금 문제는 등록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도 돈이 없고 근본적으로 들어가보면 등록금에만 학교 재정을 의존했던 사립 대학들의 부실했던 경영구조에서 비롯되었는데 이 문제는 사회에 누적된 문제였다. 그런 역사들이 쭉 있는데, 정부는 자기들의 과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구조개혁에 있어서 제 손에 피 묻히려고 안한다. 근데 이런 복잡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말할 수 없다. 우리가 등록금”만” 이야기를 해야한다면. 학교도 그걸 안다. 학교도 학생이나 정부가 더 말 못할거 아니까 5% 돌려줄게 이러고 치워버리는 식이다. 

 

탈정치화가 된다면 피해보는건 대학생이다. 대학생들이 탈정치화 속에서 얻는건 학위 뿐인거다. 잃는 건 나머지 전부고. 자기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말을 못하니 권력구조 개편이나 자원배분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러면 대학생이지만 여기서 먹고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게 없게 된다. 대학에서 학위만 따고 끝인거다. 이 문제는 학생 자치기구의 퇴색과 연결된다. 이 퇴색에는 물론 과거 학생회들의 잘못이 있었다. 과오가 분명히 있다. 사회구조가 변화하고 있는데 무리하게 과거 투쟁방식을 고수했고 무리한 정치 투쟁에 일관되게 참여한 잘못은 분명히 있다. 근데 이게 그들만의 잘못이냐. 소위 말하는 운동권만의 잘못이냐. 그렇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학생 구성원들이 정치에 싫증이 나서 학생회가 그런 이야기를 못하게 되는 순간, 다르게 말하면 본인들 이야기도 못하게 되고 결국 제 칼에 본인이 베이게 되는거다. 

 

탈정치화되면, 혹은 학생자치기구가 정치적 행위를 한다고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순간, 그 사람은 대학생으로서만 존재하겠다는거지 사회구성원으로서 존재하겠다는 의지를 버리는거다. 나중에 먹고 살때쯤 관심가져야지 하는데 그땐 늦는다. 누가 쉽게 취직시켜주나? 누가 밥 쉽게 주나? 밥 주는 사람 말 따를 수밖에 없다. 탈정치화는 반정치라고 생각한다. 반정치는 자기가 가진 가장 큰 힘을 버리는 것이다. 학생자치기구의 퇴색 역시 그 힘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그 힘을 버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건, 최근 여대를 중심으로 학생자치기구가 살아나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페미니즘 이슈가 큰 것으로 본다. 우리가 탈정치화에서 정치화로 다시 가려면 관심을 가질 계기가 필요한데 그럴 때 하나의 큰 이슈, 확실한 이슈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등록금 이슈가 그렇게 될 수도 있는거고. 근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하나의 이슈에만 매몰되면 그건 다시 탈정치/반정치의 길로 가는 것과 같게된다는 점이다. 등록금 얘기만 하고 끝나게 되면 안된다. 등록금 이야기로 꺼내진 판 위에서 다른 정치적 논의를 할 수 있을때 탈정치화 기조에 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학생자치기구 퇴조 역시 막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처럼 가야한다는 생각은 아니고, 새로운 조직과 문화가 필요한데, 그 조직과 문화는 과거와 또 완전히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보다 힙한거는 오래가지 못한다(웃음).  

 

 

2. 대학언론

 

Q. 학내 언론이 학내 이슈를 제대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A. 우선 학내 이슈를 학내 언론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가 의문이다.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 중의 하나가 여론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여론을 내지도 않지만 여론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별로 보이는 것 같지 않다. 여론을 만드는 역할도 있어야 할텐데 학교말만 따라서 하는 느낌이 강하고. 제대로 다룬다기 보다는, 다뤄야 될 건 다루는데, 너무 기계적이고 편파적으로 다룬다? 기계적 중립에 빠져서 학교의 입장만 편파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Q. 학보사가 그 이슈를 어떻게 다뤄주었으면 하는지? 언론이 취해야하는 태도 혹은 자세란?

A. 예를 들어 등록금에 관해서, 학교는 이런 입장, 학생은 이런 입장이라는 식의 언론은 사실 요즘 세상에서 크게 역할을 못한다. 정보 자체가 학교에서 내는 정보도 있고 학생이 내는 정보도 있으니까 그것만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이슈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연구하는 게 필요한데, 기사 분량부터 한계가 있다. 반면 또 다른 자치언론이 있는데, 거기의 경우에는 아예 학교를 등지면서 그 조직에만 중요한 학외 정치 이슈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것 역시도 문제고. 

 

언론이 취해야 할 자세나 태도는 자기가 서 있는 땅이 어딘지를 좀 파악하고 거기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눈에 쉽게 보이는 건 남의 눈에도 쉽게 보인다, 그럼 우리 눈에 잘 안보이는게 무엇인가를 찾아서 가야한다는거다. 그게 소위 말하는 정보화시대의 언론의 역할이지 여러 다른 정보를 단순나열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앞서 말한 경우도, 학보사는 학교 눈치를 보고 자치 언론은 분량과 관점은 있지만 그게 내부에서 일방적으로 교육된  관점이라는게 뻔히 보이기 때문에 그 지점에서 한계가 있다.  둘다 학생이 자치적으로 하고 있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렇게 남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본다.

 

 

Q. 가장 만족스러운, 그리고 불만족스러운 지점은 어디인가

A. 만족스러운 지점은 없다. 불만족스러운 지점은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남이 하는 말 전달말고, 당신 조직 관점이 아니라 저널리스트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뮌지 말했으면 좋겠다는거다. 네가 어디에 땅을 디디고 있고 무얼보고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지. 그렇지 않다면 언론인인가? 아니다.  

 

 

Q. 대학사회의 탈정치화 양상에 대학언론이 좋은 견제책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탈정치화의 흐름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A. 많이 받았다. 견제책이어야 하는데 견제를 못하고 있다.

 

 

Q. 대학언론의 유명무실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A. 안주하면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도태된다는게 조직이 사라지고 신문이 폐간된다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안 읽는다는거다. 그렇게 될거고. 그게 가고싶은 길이라면 가는건데 그러고 싶지 않다면,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면 광야로 나가야한다. 학교 돈 받지 말고 독립된 재정 구조 하에서 그래야 한다. 

 

유명무실화는 분명 좋지 않다. 그건 너무 뻔한데 왜 너희들은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내언론 구성원에게 이런 말을 하면 크게 동의하지도 않겠지만 크게 반발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실 진단을 회피한다는 생각이 든다. 학내 언론 스스로가 고민하고 있는 자신의 위상에 대해서. 눈치보기에 급급하지 않나? 유명무실화를 스스로가 야기하고 있지는 않나? 물론 가장 근본적 원인은 대학 사회의 탈정치화에 있고, 앞의 문제는 구성원들이 특권적 지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사회와 다른 층위에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데서 나온다고 본다. 

(2편에서 계속 됩니다.)

홍지희 기자 hjhkky@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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