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법인의 경영실패" 낙동강 오리알 된 학생들

2022.02.24 12:31:16

"수년째 요청을 외면하는 법인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가?"
불안감 속에서도 위기를 해소하려는 쪽은 학생
"현재 상황에서도 그들의 우선순위는 더이상 우리가 아닙니다"

 

 

지난 17일 오후 4시,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방목학술정보관에서 명지대 회생 절차 거절에 대한 총학생회 측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 2시간 전, 총학생회는 학교법인인 ‘명지학원’의 관계자와 함께 회생계획안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인문캠퍼스 엄세빈 총학생회장과 최정현 자연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재학생들과 함께 공동 성명문을 발표했다.

 

2022년 2월 8일, 명지학원 회생절차 중지

 

교육법인 명지학원이 2004년부터 수익성 사업인 '실버타운 엘펜하임' 분양을 실시했으나 광고에 명시된 골프장이 부재했던 사실에 2009년, 분양피해자 33인은 법인 측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명지학원은 2013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최종 패소해 약 192억원의 배상책임 판결을 받았고, 33인 중 한명인 김모씨가 지난 2018년 최초로 서울회생법원에 명지학원을 향한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엘펜하임의 주요 채권자인 SGI서울보증에 회생신청을 했으나, 지난 2월 8일 서울회생법원에 의해 SGI서울보증의 명지학원 회생절차가 중지됐다. 명지학원 측에서 또다시 회생절차를 밟기 위해 회생계획안을 준비하고 있는 게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엄세빈 인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현재 회생 절차가 중단된 현안에 대해 법인 또한 학교 구성원에게 사과의 입장을 표명했고, 다음 회생 재신청 절차는 3월 내에 계획 중이다. 교육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회생을 돕겠다고 말한 상황"이라고 14시 명지학원 관계자와의 설명회를 개괄했다.

 

학생 98%가 불신하는 학교법인

 

 

총학생회는 현안에 대한 학생들의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문캠퍼스와 자연캠퍼스 학생 6:4의 비율로 구성된 3311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본 설문조사에서, "학교법인 명지학원의 경영을 신뢰하십니까?" 라는 문항에 "신뢰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98%를 차지했다. 두번째로 "명지학원 및 명지대학교의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계십니까?" 의 문항에서는 95%의 학생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을 한 것으로 미뤄보아 현상황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 법인 명지학원에 의해 받은 피해로는 '모교의 미래에 대한 걱정' (3,064명), '학교 운영에 대한 불안감' (3,045명), '학습권 침해' (1,282명) 순서로 중복응답 결과가 집계됐다. 기타 주관식 문항으로는 '학교 이미지와 재학생 권위 실추', '대학 평판 저하', '학사 학위의 가치에 대한 우려', '법인의 소통 부재로 인한 진로 결정 유보' 등이 있었다. 

 

명지학원 및 명지대학교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사진의 방만한 경영' (3,080명), '이사진의 문제 해결 의지 부족' (2,983명), '비민주적인 총장 선출 방식' (2,310명), '학생과의 소통 부재' (2,294명) 순서의 대표적인 응답이 도출됐다. 기타 주관식 문항으로는 '유병진 총장의 연임', '대학을 범죄 처벌 방어를 위해 사용하는 것', '회생안 미공유 및 진심 어린 사과의 부재' 등의 응답이 존재했다. 마지막으로 "향후 진행될 공동행동에 참여하실 의향이 있습니까?" 라는 문항에는 84.3%의 응답으로 2,800명의 학생들이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법인은 대학과 분리돼 운영되므로 법인의 문제가 '대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엄세빈 총학생회장은 지난 2월 8일 폐지당한 회생절차를 재언급하며 "2019년 파산신청 당시 유총장은 법인과 대학은 분리되어 운영되므로 법인 문제가 대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고, 추후 대학교 경영 및 운영상 문제가 발생할 시 총장으로서 일체의 책임을 질 것을 약속한다는 각서를 썼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20년에도 법인 측에 회생계획의 가능성에 대한 질의와 파산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방안도 요구했지만 수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요구∙응원했던 상황을 일체 무시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회견을 진행하는 명지대학교 학생 대표자들은 △명지학원은 학생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회생계획 진행 사항을 낱낱이 공개하라 △명지학원은 교육부와의 원만한 관계를 위하여 관선이사제를 도입하라 △명지대학교 유병진 총장은 명지의 실질적 오너로써 2019년에 작성된 확약서대로 일체의 책임을 이행하라 △이 사안을 책임지지 못할 시 명지학원과 명지대학교는 이 사태를 도와줄 수 있는 재정 기여자를 속히 모색하라는 네가지 사항을 구호로 외치고 강력히 요청했다.

 

"저희 명지대 학생들은 안정된 교육환경에서 학습권을 보장받고 싶습니다"

 

 

회견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학교 측에 그동안 어떻게 요구사항을 요청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엄세빈 총학생회장은 “공문 발송을 해서 여러 번 법인으로 전달되었지만, 작년 법인 간담회에서 완성이 되면 공개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유보했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관선이사에 대한 질문에는 최정현 자연캠퍼스 총학생회장이 “이미 교육부에서 도입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려 사실상 관선이사가 들어온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명지학원의 이사들이 임원 취임 취소 소송에 소를 제기한 상황이라 관선 이사회의 권한들도 전부 중지된 상황이다” 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공동행동에 대한 물음에는 “2019년 확약서에는 파산 논란이 터지면 일체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는 내용이 실려있어 지금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싶지만, 지금 총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이행하지 않고 있다. 재학생 2,800명 정도의 규모가 한 대학에서 시위에 참여하면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 라며 공동행동 중에서도 시위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서 제일 불안해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총학생회장들은 “가장 불안해하는 경우는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다. 폐교나 파산 같은 자극적인 내용들로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까지 불안에 떨고 있어서 우리가 해소해줘야 한다”라며 책임감을 표현했다. 또한 “학생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를 꾸준히 해서 입학한 학교인데, 자신의 모교가 폐교된다고 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나 다름없어진다”라며 현 상황에 대해 경각시켰다.

 

"교육부는 학생들을 생각해서 원만한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장밋빛 졸업식과 설렘을 잔뜩 품은 입학생들을 반기는 다채로운 현수막 속에서도 명지대학교 공동대책위원회의 간결한 현수막이 눈에 띈다. 기자회견을 진행한 학생 대표자들은 “교육부에서 명지인들의 입장을 공감해 원만한 결정을 내려주시길 바란다” 라며 마지막 바람을 표현했다. 캠퍼스 유일부지 매각과 명지전문대학교 통합 등의 수익 창출 문제는 교육용 자산으로 분류되어 있어 교육부의 승인 없이는 명지법인에서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승인이 되면 회생 절차에 돌입할 수 있기에 이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는 것이 총학생회의 마지막 의견이다.

 

 

최은서, 송유진 기자

dmstj55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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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 기자 dmstj55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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