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런, 사교육 확대의 공범?

  • 등록 2022.03.31 00: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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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해 8월 코로나 19 장기화로 인해 계층 간 학습격차와 불충분한 교육 제공을 우려하여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을 실행하였다. 저소득층 학생들,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 총 11만 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대성마이맥, 메가스터디, 엠베스트 등 10개의 교육업체 중 하나의 플랫폼을 선택해 그곳에서 제공하는 모든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당시 유료 서비스로 제공되던 학원 업체의 인터넷 강의를 국가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에 있어 사교육 확대 등의 이유로 서울시의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등 33개 교육단체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력저하 원인이 학습 콘텐츠의 부재가 아니라며 반발이 심했는데, 시행 이후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해결책이 됐을까?

 


 

 

서울시는 첫 시행 이후 보도자료에서 서울런 1대1 정시 전략 컨설팅을 이용한 29명 가운데 20명이 지원한 대학에 합격했다고 전하며 성공적인 시행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는 서울런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즉, 사교육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대학에 진학하기 힘들다는 뜻을 내포한다. 그만큼 사교육이 한국 교육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서울런 실행으로 인해 사교육 의무화는 더욱 촉진된 셈이다. 

 

우리나라 원격 교육은 EBS가 맡고 있었다.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으로 대표되는 수능 연계 교재의 분석 강의와 각종 모의고사 해설강의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충분했다. 실제로 학교 교육과 EBS만을 통해 입시에 성공한 대학생들을 만나봤다. 

 

A씨(르꼬르동블루 외식경영전공, 21학번)는 "많은 사설 강의가 있어 선택지 자체는 많았지만 비용적인 부분에서 큰 부담을 느껴  ebs를 선택했다"고 밝히며, "저렴하면서도 필요한 개념은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는 교재와 개념부터 심화까지 학습에 충분한 강의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수능 외에도 기초 개념 강의, 영어 회화, 한국사 특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질 좋은 강의를 수강할 수 있어 학습의 다양성을 충족할 수 있었다고 한다. B씨(법학과, 22학번)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공부는 강의력의 차이가 아니라 본인의 공부량과 흡수력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사설 강의를 들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가장 큰 장점으로는 선생님의 다양성을 꼽았다. 사설강의는 선생님 각자의 교재와 커리큘럼이 있기 때문에 선택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ebs는 인공지능 추천문제와 시험지 만들기를 통해 본인이 가진 문제집 외에도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학습자료를 무료로 다운받기에 유리함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2월 25일 서울런은 기존 운영방식을 개편하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지원대상을 법정 한부모 가족과 북한 이탈주민 청소년까지 확대하여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학습사이트의 수를 늘리고 변경할 기회를 줌으로써 학습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그럼에도 시행 초반부터 계속해서 제기되는 공교육 내 사교육 도입 논란에 대해서는 더 나은 방침을 고민하고, 인터넷 강의가 의무화되는 교육 체계를 방지해야 한다. 사교육이 도입되는 학년이 점점 낮아지며 공교육의 의미가 퇴색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사교육을 도입함으로써 학습 격차를 줄인다는 것은 결국 사교육을 옹호하고 잔재시킨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육에서 발생한 문제는 지식 전달이 아니라 소통의 측면이다. ebs 온라인 클래스, 줌을 통해 제공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학습적인 면을 충분히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공교육이 차별화되는 것은 교과목에 대한 학습 이외에도 전인권적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술가정, 정보, 진로탐색 등 입시 외의 과목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미리 사회 생활을 경험하며 인격을 형성시키는 등의 성장을 하게끔 도와준다. 서울런은 이러한 점을 보충하기엔 불충분하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교육 격차에 맞서 진정 원한 것이 인강 제공일까? 정부는 이 문제가 대두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못해 대학 입시에 불리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 교육 구조와 입시 체제가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서울런은 오히려 입시에 있어 사교육을 유지시킬 것이고 사교육 의존 이전의 교육체제로 돌릴 수 없게 만들 것이다. 현재 서울런 예산 축소 등으로 시의회 내에서도 의견 차이가 있는데 서울시장 및 정권 교체의 영향으로 이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모든 학생들이 공평한 교육을 받고, 부모의 능력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교육의 혜택과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공교육 개선이다. 학생들의 대학 진학, 나아가 미래의 꿈을 위해 진로 교육이나 학습 기회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을 알아야 한다. 서울런은 결국 교육 문제를 사교육에 귀속시키는 안일한 해결책이다.

 

김나림 기자 narim37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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