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학언론의 내일_그럼에도, 대학언론

  • 등록 2024.07.08 12: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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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언론 4부작 칼럼 _ 대학언론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④

 

또다시, 위기


대학언론은 ‘또다시’ 위기다. 누군가는 대학언론이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냐며 조소하겠지만, 만드는 이와 읽는 이, 두 집단 모두에게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이 시점이야말로 진정한 대학언론의 위기 상황이라 부를 수 있지는 않을지.


대부분의 대학언론에서는 스스로가 처한 위기의 원인을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증가로 인한 대학언론의 경쟁력 감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일반학생의 학보사 관심 감소, 이로 인한 대학언론 지원자 감소의 악순환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가속화된 인터넷 보급 증가, 2010년대 이후 가속화된 스마트폰 보급 증가가 현재까지도 대학언론의 쇠퇴 진행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은 결국 대학언론을 만들어 나가는 이들도 모르게 대학언론의 한구석이 곪아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든다.


대학알리 기획 4부작 “대학언론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대학언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룬다. 이번 4부 기사에서는 앞으로 대학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3가지 형태로 제시하고자 한다. 수십 년을 위기론 속에서 살아온 대학언론의 가장 큰 위기는 현실과의 타협과 현 상황에의 안주다. 지금이야말로 위기론을 위한 위기론이 아닌, 위기를 딛고 일어서기 위한 진정한 ‘위기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디 이 짧은 기사가 많은 이들에게 대학언론 위기의 진정한 원인을 잠시나마 고민할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대학언론의 다음 발걸음

 


대한민국 대학언론의 태동과 발전은 민족의 저항 의식이 걸어온 길과 궤를 같이한다. 일제강점기에 탄생한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신문인 숭실대학교 <숭대시보>는 기성언론보다 먼저 일본의 언론 탄압에 맞섰으며, 1938년 일본의 신사 참배 강요에 대항하여 자진 폐간을 선언했다. 4·19 혁명의 영향으로 기성언론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심해지던 시기에도, 1970년대 대학생 민주화 운동이 본격화되던 시기에도, 1980년대 계엄령에 따른 대학신문 제작 지침 발행으로 대학언론 사전 검열이 만연하던 시기에도 대학언론은 늘 순응보다는 저항을 택했다. 일제의 탄압에 맞서기 위한 30년, 정부의 탄압에 맞서기 위한 30년, 대학언론의 태동기와 전성기는 그렇게 지나갔다.


민주화 운동이 축소되기 시작한 다음 30년은 대학언론의 위기,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 대학언론 정체성 탐색이 혼재된 혼란기로 정의할 수 있다. 기성언론이 안정되자 대학언론이 기성언론에 비해 가지던 강점은 자연스레 퇴색됐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이를 가속했다. 1990년대 시작된 대학언론 3대혁신운동(주체혁신, 조직혁신, 지면혁신)은 IMF와 취업난의 영향으로 점차 흐려졌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방향성을 찾아 헤매던 대학언론의 노력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흘러갔다.


지금의 30년은 여전히 대학언론의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기나긴 위기론 사이에서 피어난 무력감에 대한 해결 방안 모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대학언론에서 시도하는 다양한 형태의 대학언론 위기 극복 노력은 크게 다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대학언론인 역량 강화


대학언론인 역량 강화는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된 대학언론 위기 극복 방식이자, 기성언론과 대학언론 사이의 간극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다. 시간이 흐르며 기성언론과 대학언론 사이의 간극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따라서 대학언론인 역량 강화를 통해 기성언론과 대학언론의 전문성을 유사한 수준으로 높이자는 의견이다.

 


대학언론인 역량 강화는 형태의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방식과 차별성을 가진다. △대학언론강좌(민주언론시민연합) △대학언론인 아카데미 시그니처 코스(대학언론인 네트워크) 등 현직 언론인으로부터 보도 방식, 저널리즘 글쓰기 등을 배우는 역량 강화 교육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교육과 더불어 다른 대학언론인과의 대화, 시사현안 토론 등을 추가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예비언론인 캠프 △전국 대학언론 기자학교(교수신문) 등 다양한 형태의 대학언론인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방식은 대학언론과 지역 언론의 협력이다. 지난 2월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의 대학신문 <The Daily Iowan>은 대학언론인에게 현장 경험을 제공하고자 지역 주간지인 <Mount Vernon-Lisbon Sun>과 <Solon Economist>를 인수하여 화제를 모았다. 아이오와 대학교 저널리즘 대학의 멜리사 툴리 교수는 “지역 언론이 감소하거나 사라지는 현 상황에서 지역 언론에 대한 투자, 혹은 지역 언론과 대학언론 사이의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협력은 대학언론인에게 전문 언론인과 함께 일할 기회를 제공하며, 유의미한 기사 작성과 전문적인 경험이 가능하게 한다”고 말하며 지역 언론과의 연계가 주는 이점을 강조했다.


지역 언론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역량 강화 방식은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TBN 한국교통방송과 부경대학교 방송국 PBS, 부산대학교 통합미디어 채널PNU는 ‘지역 방송과 대학언론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기관 간 협업, 제작 지원, 청년의 시선을 담은 콘텐츠 제작, 지역 이슈 캠페인 제작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부경대학교 방송국 측은 “이번 협약을 통해 시청자의 권익 증진과 대학 언론의 활성화, 청년 세대의 지역 문제 이슈화 및 지역 사회 기여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전체 신문 사업체의 46.8%는 서울에 밀집되어 있다. 지역별 언론 사업체(전국 종합 일간, 경제 일간, 지역 종합 일간, 지역 종합 주간, 인터넷 신문 5개 유형 포함) 1개당 인구수는 서울 5000명, 경기도 1만 6000명에 비해 인천 2만 6000명, 부산 3만 7000명, 울산 5만 1000명으로 지역 편차가 매우 크다. 지역 언론과 대학언론의 협력은 두 언론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기존에는 찾기 어려웠던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이루어내는 활로가 될 수 있다.


2. 대학언론 간 통합


대학언론 간 통합은 학보사에서 흔히 나타난다. 대학신문, 대학방송, 영자신문, 대학교지 등 대학 내 언론사 편제를 합쳐 학내 언론기구 통합플랫폼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학내 언론기구를 실질적으로 통합하여 단일 기구로 운영하는 강한 통합과, 통합플랫폼을 운영하지만 기존 매체별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약한 통합으로 구별할 수 있다. 전자는 독자의 접근성과 집단응집력에, 후자는 매체의 다양성과 상호 보완성에 초점을 둔 형태다.

 


대학언론 통합플랫폼을 도입하여 운영 중인 사례는 동아대학교의 <다우미디어센터>와 호남대학교의 <통합뉴스센터>가 있다. 동아대학교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빠르게 대처하고 학우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자 지난 2008년에 학내 언론기구인 동아대학보(대학신문)-동아대방송(대학방송)-동아헤럴드(영자신문)를 통합해 <다우미디어센터>를 출범했다. 지금은 오프라인 대학신문과 방송, 인터넷 뉴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호남대학교 통합뉴스센터는 지난 2009년 대학 내 4대 미디어인 호남대학교 신문사-호남대학교 방송국-호남Herald(영자신문)-호남대학중문계간(중국어신문)을 통합해 설립됐다. ‘다양한 매체가 공존하는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글로벌 멀티저널리스트 양성’이 목표다. 호남대학교 통합뉴스센터는 구성원을 위하여 OSMU(One Source Multi Use,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장르로 변용되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효과) 미디어 트렌드를 반영한 ‘미디어 실무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이는 전문가 초청을 동반한 실무교육으로, 대학언론 위기 극복 방안 중 대학언론 간 통합과 대학언론인 역량 강화를 결합한 형태로 볼 수 있다.


통합은 정체돼 가던 대학언론, 특히 대학 내 언론사에 새로운 활로가 되는 동시에, 학내 구성원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대학언론의 구성은 기구 간 협업에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취재권이나 보조금 등을 두고 갈등을 벌이는 일도 잦다. 일부 매체는 온라인/소셜미디어 활용에 부적합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반대로 일부 매체는 온라인 콘텐츠에 집중한 나머지 대학언론의 고유한 색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대학언론 간 통합은 각 기구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도 분쟁을 줄여나가는 첫 번째 활로가 될 수 있고, 독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통합 대학언론 출범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 높은 접근성을 기대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 대학언론 간 통합은 매체 강점 극대화, 단점 극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 감소, 운영비 감소, 인력난 등으로 인한 경우가 잦다. <ㅇㅇ신문>, <ㅇㅇ방송국> 등의 대학언론이 자신의 학교에 있다는 것을 아는 대학생에 비해서, 대학언론의 기사를 직접 읽어본 대학생의 비율은 매우 적다. 여기에 대학과의 편집권 갈등, 신규 지원자 급감 등이 더해지며 소규모 대학언론은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이러니 대학은 독자와 구성원이 부족한 소규모 대학언론에 충분한 예산과 지원금을 제공할 이유가 없어졌다. 결국 유지가 어려워진 일부 대학언론은 울며 겨자 먹기로 통합의 길을 선택했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을 여유가 부족했던 대학언론의 통합은 유사한 문제의 재발, 내부 갈등 심화 등 2, 3차 문제의 시발점이 됐다.


대학언론 간 통합은 인력난, 자금난 등 현재 대학언론이 겪는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 또 매체 간 강점과 노하우를 흡수하여 하나의 공고한 통합 언론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하는 통합은 조직 규모와 문화의 차이에 기인한 내부 갈등, 특정 매체의 소멸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대학언론 간 통합을 위해서는 각 매체의 특성을 반영한 충분한 준비 과정이 동반돼야 할 것이다.


3. 경제적 독립


대학언론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이들을 위한 급선무 과제가 대학언론의 존재를 알리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라면, 이미 대학언론을 읽는 이들을 위한 급선무 과제는 ‘대학언론다운 대학언론’을 만드는 것이다. 대학언론이 대학언론다워지기 위해서는 △대학 내 이슈에 대한 면밀한 조사 △공신력 있는 인터뷰 △대학언론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문제의 실태와 해결 방안 제시 등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대학 부속기관으로 소속된 대학 내 언론사에서 이러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언론 세미나 기획단 ‘데드라인’이 지난 2016년 전국 대학언론 편집국장 및 부장직 대학언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총장 직속으로 편성된 대학언론은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학생처나 홍보처 등 기타 대학 기관에 소속된 조직을 합치면 80%를 넘는다. 대학은 학보사를 통해 스스로를 비판하는 기사를 굳이 내보낼 이유가 없다. 이는 청주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서강대학교, 서울대학교 등에서 발생한 대학신문 회수 및 백지 발행 사건, 그리고 발간 이전에 작성을 거부당한 수많은 기사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학의 검열에도 대학언론이 ‘독립’이라는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 이유가 크다. 대부분의 대학언론은 발행 주체인 대학으로부터 운영 예산을 받아 활동한다. 학보사 구성원을 장학생으로 규정하여 공로장학금이나 봉사 시간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언론 위기의 원인으로 항상 대학의 대학언론 예산 삭감이 제시되지만, 그마저도 없으면 당장 활동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대학생 독립언론을 향한 대학언론인들의 도전은 계속되어 왔다. 대학생 독립언론은 크게 △<고급찌라시>(성균관대) △<연세두리>(연세대) △<국민저널>(국민대) △<성신퍼블리카>(성신여대) 등 대학에 소속된 대학언론과, 비영리독립언론 <대학알리>, 20대를 위한 시사월간지 <듀르나> 등 대학에 소속되지 않았지만 대학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학언론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생 독립언론은 결국 지원자 감소, 재정난 등 기존 대학언론과 동일한 위기 상황에 놓였다. 더불어 기존 학보사와의 경쟁, 대학 측의 부정적인 시선 등으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가장 주된 문제는 안정적인 재정 기반의 부재와 지원자 부족이다. 독립언론은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어 취재비나 교통비는 고사하고, 출판 비용이나 유지 비용마저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자들이 사비를 들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원자가 부족한 현실에 열악한 취재 환경이 더해지니 구성원들이 대거 이탈하는 교체기를 버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2014년 <듀르나>를 전신으로 한 <시사매거진 온ON> 발간 중단을 시작으로 2017년 <고급찌라시> 정간, <연세두리> 무기한 휴간, <국민저널> 활동 중단, <성신퍼블리카> 폐간 등 2010년대를 지나며 많은 대학생 독립언론의 명맥이 끊어졌다. 활동을 이어가던 단체들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저희 기자들도 <성신퍼블리카>의 기자이기 이전에 ‘보통의’ 학우들입니다"

-<성신퍼블리카> 폐간사 中 발췌.

 

그럼에도 대학생 독립언론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독립언론을 만든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한다'고 이야기하면 ‘대단한 사람’, ‘나와는 달리 비범한 누군가’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대학생 독립언론은 대단한 사람,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 체제에 불만이 있는 사람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학생이 대학을 논하지 못한다고 여겨질 때, 현재의 대학언론이 학생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억울함과 답답함이 만드는 새로운 길일 뿐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를 담은 매체를 만들고, 그 매체를 어떻게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곧 대학언론의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대학언론


대학언론에게는 변혁보다 변화가 먼저다. 역량이 한순간에 급부상하고, 통합으로 부족한 부분을 단번에 극복하고, 하루아침에 완벽한 경제적 독립을 이루어내는 이상론은 없다. 많은 이들이 대학언론이 처한 상황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대학언론인이 외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방 한구석에 박아둔 대학신문과 교지를 꺼내는 작은 행동들이 전국 각지의 대학언론인이 모이고, 대책을 모색하고, 대자보를 붙이는 일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고등학생 시절, 기자라는 직업이 배척받는 시대에 왜 기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세상이 조금 더 살만해지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더라도 편하게 길을 다닐 수 있는 세상. 공부할 여건이 부족한 아이에게 연필과 공책을 제공하는 세상. 절망적이고 어두워 보이는 사람들에게 내일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주는 세상을 원했다. 우리 각자는 그 세상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없으니 모두가 힘을 합쳐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리고 그런 말을 모두의 앞에서 호소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지금도 그 목표는 그대로다. 하지만 기사 하나하나를 완성하고 기자라는 꿈을 하루하루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조금은 이기적이고 사소해졌다. 취재하고, 작성하고, 다듬는 그 과정이 즐겁다. 나의 기사를 통해 누군가가 정보를, 안도감을, 심지어는 위로를 받아간다는 사실이 즐겁다. 부족한 역량을 채워나가는 것, 세상에 전해지지 못한 목소리를 알리는 것, 무언가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 모두 즐겁다.


이번 대학언론인 4부작 칼럼을 쓰며 많은 대학언론인을 만났다. 개중에는 매일 밤을 새우며 기사를 마감하는 사람, 장학금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 대학언론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 대학언론 경험을 이력 한 줄로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과거 나처럼 대학언론을 통해 대학이라는 작은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 현재 나처럼 그저 취재가 즐거워 대학언론을 계속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 4부작은 그럼에도 대학언론이라는 큰 틀에서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대학언론인에게 보내는 감사 인사이자, 대학언론에 점차 무관심해지는 현실에게 보내는 짧은 호소였다.


네 개의 칼럼을 쓰면서도 여전히 대학언론의 모든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술 같은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또다시 위기론에 매몰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쓰면서도 대학언론의 위기론을 이어간다. 끊임없이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결국 대학언론만의 정체성이라 부를만한 무언가를 다시 찾을 때까지 이 모든 과정은 계속 반복되어야 한다. 대학언론은 계속 존재해야 하니까.

김태섭 기자 taesub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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