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의 ‘진리’를 ‘창조’하는 특수어과

  • 등록 2024.09.21 14: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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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의 명(明)에게 외대의 명(命)을 묻다 [1편]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


특수외국어란 국가 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필요한 외국어로써 대통령령으로 정한 언어를 말한다. 현재 특수외국어진흥청에서 규정한 특수어는 폴란드어, 인도어, 네덜란드어 등 총 53개의 언어다.

 

 

이중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외대)는 21개의 특수언어 24개 학과를 운영 중이다. 외대는 교육부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 전문교육기관 중 하나로, 특수외국어 전문 인력 양성과 특수외국어 교원 연구 개발 지원 등에 힘 쏟고 있다.

 

외대는 1954년 당시 국내 유일의 외국어 전문교육기관으로 개교해 현재 45개의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라는 슬로건 아래 개설된 언어 학과 중 특수외국어교육진흥청에서 규정한 특수어를 다루는 학과는 24개며 중앙아시아 국가 언어, 스와힐리어, 스웨덴어, 네덜란드어, 이란어, 헝가리어와 폴란드어의 전문교육기관은 외대가 유일하다. 그렇기에 외국어대로서 외대의 정체성과 경쟁력은 특수어과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AI 산업 발달과 이공계 분야의 강세로 어문 계열의 위기가 대두되는 지금, 외대 특수어과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특수어과 운영의 강점과 개선점을 전공 학생들에게 직접 물었다.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일까


외대알리는 지난 7월 특수어과 학생 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중 동유럽대 학생 2명, 아시아언어문화대 학생 2명과 심층 인터뷰를 이어갔다.

 

전공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약 59%의 학생이 ‘성적에 맞춰서 지원했다’고 답했다. ‘전공에 관심 있어서’는 29.4%, ‘전공에 관심은 없으나 전망이 좋을 것 같아서’가 8.8%로 뒤를 이었다. 대다수 학생이 처음부터 특수어에 관심이 있어 진학하게 된 것은 아님에도, 학생들은 특수어과에 마냥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입학 후 전공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했습니까’라는 설문조사 질문을 통해 약 65.8%의 학생이 긍정적 (그대로 긍정적이다, 긍정적으로 변했다)으로 생각함을 알 수 있었다.

 

 

Q1) 전공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시아언어문화대학 A 씨) 솔직히 말하면 성적에 맞춰서 진학했습니다. 다른 대학교 상경 계열에 합격했으나 전공 국가의 발전도가 높고 한국과 교류가 많은 점을 봤을 때 여러모로 외대를 선택하는 것이 이후에 주어지는 기회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유럽대학 C 씨) 전공을 살릴 생각으로 입학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입학 후 다양한 학과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 국가의 밝은 전망과 높은 취업률을 알게 돼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Q2) 학과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시아언어문화대학 A 씨) 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 (이하 특교원) 지원 프로그램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특교원에서 지원해 주는 방학 집중 이수과정을 통해 방학에도 교수님들께서 진행하시는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고, 탄뎀프로그램도 있어 전공 국가 버디들을 사귀기 수월한 편입니다. 또한, 저희 학과의 경우 방학에 3주 단기 해외연수가 운영돼 대부분 학생이 한 번씩은 전공 국가에서 현지어를 배워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 같습니다.

 

해당 질문에 대해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특교원 지원 사업과 국제 교류 프로그램이 가장 만족스럽다’는 비율이 각각 35.3%로 같았고, ‘대사 초청 강연과 동문 특강 같은 학과 특별 프로그램이 만족스럽다’는 답변이 14.7%로 뒤를 이었다.

 

외대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단은 전문 인재 양성, 대국민 서비스 제공과 교육기반 마련, 이렇게 세 가지를 목표로 두고 전문성을 갖춘 특수외국어 교육 저변 확대와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교육 저변 확대를 위해 초중고 맞춤형 특수외국어 강좌를 제공하고 K-MOOC과 같은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일반인 대상으로 특수 외국어 교육을 시행 중이다. K-MOOC 운영 일부 학과의 경우 전공어 학생이 수강할 경우 전공학점으로 인정된다.

 

특수어과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관련 깊은 사업 대부분은 ‘전문 인재 양성’이다. 외대 특교원은 교과,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탄뎀, 멘토링을 진행 중이며 온/오프라인 해외 연수와 방학 집중이수강좌 등 학생 연수를 지원한다. 인턴십, 현장실습 및 실무 역량 강화 교육 등 재학생 취업 연계와 언어별 표준교육과정 및 교재 개발 역시 특교원 주도로 이뤄진다. 실제로 현재 특수어과 학부생들의 경우 표준교재 A1부터 B2까지 단계별로 정형화된 교재를 사용하며, 이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에서 2022년 정부의 특수외국어 신규 지원 언어 교육과정 개발 위탁운영 용역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결과물이다.

 

 

Q3) 학과의 개선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학과의 개선점을 묻는 설문 질문에는 70.5%의 학생이 ‘줄어든 교내 국제교류 프로그램이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학과 7+1 프로그램 TO가 줄고 전략지역전문가 아너스프로그램이 폐지된 점이 아쉽다는 의견이다. 뒤로는 ‘교육과정이 아쉽다’는 반응이 14.7%의 비율을 차지했다.

 

전략지역전문가 아너스 프로그램이란, 특수 언어 국가에서 1년 동안 해외 대학과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는 외대만의 특색 사업이었다. 교환학생 한 학기와 인턴십 프로그램 한 학기로 이루어진 아너스 프로그램은 2개 정규학기를 인정해 주는 해외 현장 연계 교과과정으로, 1년 과정 이수 시 총 700만 원의 체류 지원금이 주어지는 등 여러 혜택이 존재했다. 현재는 코로나19 창궐과 교육부에서 제시한 현장실습 제한으로 직전 학기 어학연수가 다음 학기 해외 현장실습(인턴십)으로 원활하게 연계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해 운영이 종료된 상태다.

 

(아시아언어문화대학 B 씨) 입학하기 전에는 7+1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른 학교보다 수월하게 외국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최근에는 학과선발과 우수선발을 통합해 소수의 인원만 7+1 파견을 나갈 수 있어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또, 아너스 프로그램이 사전 공지 없이 갑자기 사라진 점까지 외국어대학교임에도 해외대학에서 한 학기 이상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아시아언어문화대학 A 씨) 교수님의 세부 전공 분야가  한정적이어서 학과 커리큘럼이 다양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같은 단과대 학과의 지역학 수업에 비해 저희는 문학 수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아 국가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맞나 싶습니다. 또, 교수진 수가 적다 보니 한 교수님이 안식년에 들어가시면 남은 교수님들께서 너무 많은 강의를 몰아서 하시는 경우도 있어 학생 입장에서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캠퍼스를 오가며 여러 수업을 진행하셔서인지 두 수업을 헷갈려 하시고 지난 학기보다 개별 질문에 피드백이 늦어지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동유럽대학 D 씨) 저희 학과의 경우 특교원에서 지정한 특수외국어에는 해당하나 사업 대상이 아니라 지원이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헝가리학과나 폴란드학과의 경우 교재가 보기 좋게 잘 나오는데 저희 과의 경우 정형화된 교재가 없어 가독성이 떨어지고 시기 지난 자료가 많아 학습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습니다. 특교원 지원을 받는 다른 학과에 비해 학과 특별 프로그램이나 국제교류 프로그램이 현저히 적어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대책이 있었으면 합니다.

 

이외에도 전공 국가 내 유학 및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늘려 외대만의 강점을 살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 특수어과는 학과에서 지원해 주는 교류 사업이 아니면 언어 실력을 향상시킬 기회가 적은데 과에서 지원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 언어 실력을 향상시킬 의지가 없고 전공을 살리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는 답변도 나왔다.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여야 한다


지난 2020년 외대는 ‘세계 수준의 글로벌 융복합 대학’을 목표로 교육·학생, 교수·연수, 인프라·재정 세 가지 부문의 실천 과제를 제시한 <외대비전 2028>을 발표했다.

 

<외대비전 2028>에서 학교는 특수어과에 대해 지역별 특성에 따라 어학 또는 지역학을 특화한 교과과정을 운영해 국가전략 특수지역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어학과 지역에 대한 이해에 중점을 두고 타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융합형 현장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는 권역별 주요 언어학과와는 다른 방향이다.

 

설문조사 결과 교육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6.5%였으며 나머지 학생들은 학과 특성에 따라 어학 강의 또는 지역학 강의를 늘리는 등의 커리큘럼 개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해외 지원과 특수어과 지원에 대해서는 글로벌 해외 인턴십 고도화와 특수외국어 육성 지원 강화 계획을 통한 단계별 특수외국어교육 발전 전략 구축, 특수외국어교육 전공별 교육의 체계화, 공유 및 개방형 특수 외국어 교육 지원 등을 약속했다.  <외대비전 2028> 연도별 추진 단계 표에 따르면, 글로벌 해외인턴십 고도화 및 취/창업 지원 강화 분야는 현재 2020년 완료 단계를 거쳐 완료 후 확대 단계에 자리 잡고 있다. 특수외국어 육성 지원 강화 과제는 현재 추진 단계에 있으며 2026년 완료를 목표로 두고 있다. 앞선 인터뷰와 설문조사가 보여주듯이 특수어과 재학생들이 현재 시행 중인 외대의 해외 파견 제도와 커리큘럼 문제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특수어과가 영향을 받는 사업들이 추진 단계와 확대 단계에 위치해 있는 만큼 <외대비전 2028> 에 따른 새로운 특수어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기대해 본다.

 

 

 

 

채다송 기자 (shuangyun17@gmail.com)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9호 : 외대의 '명'과 '암을 '알리'다에 실린 기사로, 2024년 7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이은진 기자 dldmswls02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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