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지나가는 과거가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다

  • 등록 2024.12.02 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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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 일본의 국제적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부정, 정부의 뉴라이트 인사 채용 및 역사 왜곡 시도 등 문제가 거듭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역사 왜곡 및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대학생들이 있다. 대학생이자 활동가의 목소리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및 역사 왜곡 문제를 듣고자 회대알리는 대학생 역사 동아리 연합 소속 성공회대 사다리 회장 강예빈을 만났다.

 

지난 8월 14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하 ‘기림의 날’) 행사가 열렸다. ‘기림의 날’은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하며 해당 문제를 국제 사회에 알린 것을 기리기 위해 2018년 지정된 국가 기념일이다. ‘정의기억연대’를 포함한 세계 여성 단체에서는 2013년부터 매년 ‘기림의 날’ 행사를 진행해 왔고 국가 관할 하에 열린 건 올해로 7회차다.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시민 단체 관계자 등 180여 명이 참여했다.

 

전국 곳곳에서도 할머니들의 용기를 기억하기 위해 행사를 진행했다. 충청남도 천안시는 국립 망향의동산에서 기념식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묘에 헌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목포 근대 역사관에서 열린 전라남도 주최 기념행사에서는 춤과 노래, 시 낭송을 포함한 추모 문화제가 진행됐다. 대구시는 중구 오오극장에서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기념행사를 열었다.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의 상징이 된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은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수요시위’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인식하고 기억하기 위한 대표적 활동 중 하나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는 성공회대학교 강성현 교수는 “사실 그전에도 노수복 할머니, 캄보디아 훈 할머니 등 목소리를 내는 분이 몇 분 있었다. 하지만 청중이 없었다. 이와 달리 김학순 할머니가 목소리를 낸 때는 한국에서 반성폭력 운동이 태동하며 성폭력에 대한 의식이 올라오는 시기였다. 이때 다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라고 당시 국내 상황을 설명했다. 또 그때는 국제 사회적으로도 전시 여성 인권 문제가 대두되던 시기였다며 “국내외 이슈와 연결돼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의 상징이 됐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은 그래서 의미가 있고, 시간이 경과되며 계속 의미화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재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성현 교수는 “일본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부정은 국제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특히 필리핀 등의 동남아시아는 일본 자본의 힘이 세다. 일본 정부의 체계적인 로비로 해당 정부가 개입해 평화의 소녀상을 없애려는 일도 많다. 현재 동남아시아는 시민단체 활동에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한국)도 마찬가지로 시민단체 활동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우려의 말을 덧붙였다.

 

대학생 활동가의 목소리를 듣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이 국내외적으로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역사 왜곡 및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대학생들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현재, 역사 왜곡 문제, 대학생 신분으로 하는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대학생 역사 동아리 연합 소속 성공회대 사다리(이하 ‘사다리’) 강예빈 활동가를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생 역사 동아리 연합 소속 성공회대 사다리 회장을 맡고 있는 강예빈입니다. 

 

Q. ‘사다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다리’는 서울 인천 연합 동아리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숨겨져 온 역사를 알아가고자 합니다. 한국 현대사가 오늘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현재 사회 문제와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Q. 지난 8월 14일에 열린 ‘기림의 날’ 행사에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기림의 날’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림의 날’은 매년 8월 14일에 열립니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께서 최초로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자임을 공개 증언하셨고, 그런 할머님의 용기를 기리기 위한 기념일입니다. 매년 정의기억연대에서는 ‘기림의 날’ 문화제를 진행하며 기억하고 알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Q. 올해 ‘기림의 날’과 지난 ‘기림의 날’에 차이가 있을까요?
수요시위나 ‘기림의 날’ 성명문에는 시대 현황에 맞는 요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2년도 10차 ‘기림의 날’ 성명문에는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우리 정부 측에서 요구하라”는 내용이 실렸다면, 작년과 올해는 “한반도 전쟁 위기”라는 말이 직접적으로 실렸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서는 전쟁에 관해서도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데요. 일본군 ‘위안부’가 전쟁 피해자이기에 연대하는 것입니다. 또 올해는 정부의 심각한 역사 왜곡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Q.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표적인 활동으로 1992년부터 이루어진 수요시위가 있습니다. 이 활동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 왔을까요?
수요시위는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시위라는 타이틀을 달고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도 수요시위가 많이 인식됐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당연히 기억해야 하는 일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Q.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있었습니다. 이 합의에서 정부 주도 과정이 비민주적이었으며 피해자 중심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이 시기를 기점으로 수요시위 활동에 변화가 있었나요?
해당 합의가 큰 분노를 샀던 일이잖아요. 이 시기에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활동에 많이 관심 가져 주시고 함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평화의 소녀상 철거가 정해지며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활동이 더 투쟁적으로 변화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강하게 탄압했기 때문에 시민들도 그에 맞춘 움직임으로 수요시위를 지켜내고자 했던 거죠. ‘사다리’도 이때 생겨났습니다.
  
Q. 일본 제국주의 점령기에 일본에 의해 군 위안소로 끌려가 성 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여성을 이르는 말로 크게 일본군 ‘위안부’와 일본군 성 노예가 있는데요. 현재는 일본군 ‘위안부’를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의기억연대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지금은 일본군 ‘위안부’와 ‘성 노예 피해자’를 섞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일본군이 제도적으로 군 위안소를 설치하고 식민지 여성들을 강제 동원해 ‘위안부’를 운영했다는 사실과 범죄의 주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한때는 ‘위안부’라는 말을 쓰지 않기도 했는데요. 이 명칭이 직접적이지 않고 사건을 축소해 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Q.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세계에서 전시 성폭력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조형물입니다. 평화의 소녀상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소녀상과 관련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안은 독일에 있는 소녀상의 9월 철거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계속 유치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야당 측에서 철거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베를린으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일본 측이 독일에 강력하게 의견을 보내고 있어서, 베를린시에서는 시민 단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Q.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박유하의 책 ‘제국의 위안부 식민지 지배와 기억의 투쟁’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이 명예 훼손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학문의 자유와 역사 왜곡이라는 정반대의 의견이 모두 존재하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학문의 자유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역사는 1948년 이승만 정부 이후부터 시작되었고, 1945~48년 동안 한국인의 국적이 일본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역사 왜곡이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런 역사관이 나타났는데, 이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고 심각한 문제입니다.
  
Q. 최근 한국 정부의 역사 행보와 관련해 ‘사다리’에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요?
‘사다리’는 현 정부의 심각한 역사 왜곡 행태에 분노하고 규탄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빼앗긴 것은 찾아올 수 있지만 내어준 것은 찾아올 수 없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정부의 친일 반민족주의자 인사 집행과 역사 왜곡을 통한 전쟁 위기 조장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Q. 대학생 신분으로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해 역사 왜곡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학생의 신분이라서 늘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또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일상생활 속에서 이야기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양극화가 굉장히 심각하잖아요. 조금이라도 정치적인 문제를 꺼내면 불편해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예를 들면 ‘지금 정부 역사 왜곡이 너무 심하다’ 같은 말을 꺼낼 수 없다는 점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현재 많은 역사 왜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역사는 지나가는 과거가 아니다’라는 말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역사는 과거로 존재하지만 현재 사회를 이루는 뿌리입니다. 지금 벌어지는 역사 왜곡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고 많은 관심 기울여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계속 목소리를 내는 ‘사다리’에도 많은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역사적 책무”라며 뉴라이트 인사 채용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연구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외교 행태를 규탄하며 지난 11월 1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대학생 연합 동아리 ‘평화 나비 네트워크’는 평화의 소녀상이 위치한 옛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1월 6일에는 1,673번째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본 기사의 인터뷰는 8월 중순에 진행되었습니다.

 

 

 

취재 = 강혜원, 이혜성 기자

글 = 강혜원 기자
디자인 = 유지은 기자

 

강혜원 기자 khye04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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