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손지킴이 팀을 만나다
우리는 대부분 산업재해라고 하면 언론이 대서특필 보도하는 화재 사고, 감전 사고를 떠올린다. 하지만 산업재해는 우리가 접하는 것보다도 자주, 또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며 그 가운데 흔하게 발생하는 유형 중 하나가 바로 ‘수지절단’이다. 수지절단은 말 그대로 수지(手指), 즉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의미하지만, 단순히 칼이나 전기톱 등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싹둑 잘리는 사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관절·수지접합 전문병원인 예손병원에서는 절단부가 깔끔하게 잘려 나가는 수지절단 사고보다는 오히려 기계나 무거운 물건 등에 눌리며 발생하거나, 드릴 등의 회전 공구에 손가락이 말려들어 가며 뽑혀 나가는 형태가 잦다고 설명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역시 제조업 환경에서 수지절단에 유의해야 할 기계로 전단기(금속판을 절단하는 데 사용하는 기계)뿐만 아니라 프레스(압력을 이용해 금속·비금속을 가공하는 기계), 선반기(금속 소재를 회전시켜 갈거나 파내거나 도려내는 기계) 등을 선정하기도 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기록·분류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산업재해는 발생형태에 따라 ‘떨어짐’, ‘넘어짐’, ‘과도한 힘·동작’, ‘전류접촉’ 등 30가지 분류코드로 구분한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산업재해현황 조사에 의하면 지난 2023년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113,456명, 이중 흔히 수지절단으로 이어지는 재해 유형인 ‘끼임’ 및 ‘절단·베임·찔림’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23,501명으로 전체 산업재해 피해 노동자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산업재해 기록·분류에 관한 지침』은 산업재해 발생형태를 1차 원인에 따라 분류한다. 즉 산업재해의 결과로 수지결손이 발생했더라도 1차 발생 원인이 ‘넘어짐’일 경우에는 ‘절단·베임·찔림’이 아니라 ‘넘어짐’으로 구분하며, 이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통계 수치 이상의 수지절단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수지절단은 작은 부주의에도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인 데에 비해 응급처치 방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고, 또 수지접합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한정적이기에 반영구적인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특히 수지절단이 주로 발생하는 작업 현장에는 분진, 미세먼지, 유해 화학 물질 등이 만연하기 때문에 적절한 응급처치를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수술의 성공률은 기하급수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뭉친 대학생들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두손지킴이’ 팀이다. 4개 대학 연합으로 이루어진 두손지킴이 팀은 산업 현장에서 만연하게 발생하는 수지절단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장갑 손등에 수지절단 응급처치법을 프린팅한 ‘두손지킴 장갑’을 포함하여 수지절단 사고가 발생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물품을 제작·보급하고 있다. 현장직 노동자들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두손지킴이 팀을 대학알리가 만나보았다.
Q. 팀과 팀원 각각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손도윤 : 두손지킴이 팀은 현장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수지절단 응급처치법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과정과 결과물을 HSAD YCC(Young Creator's Competition) 공모전에 제출하기도 했다. 현장직 노동자들 대부분이 장갑을 착용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장갑 손등 부분에 수지절단 응급처치법을 프린팅한 ‘두손지킴 장갑’을 제작하여 보급하는 등의 활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수지절단 응급처치 관련 캠페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팀원은 총 4명으로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 손도윤, 동덕여자대학교 국제경영학과 김수연, 가톨릭대학교 음악과 정성채, 홍익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학부 이희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Q. 캠페인을 처음 접했을 때, 대학생들이 쉽게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주제를 떠올리게 된 계기가 있는지.
손도윤 : 이번 YCC 공모전의 주제는 ‘우리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캠페인’이었다. 처음에는 네이버에 ‘공익 문제’, ‘사회 문제’ 같은 것들을 검색하다가, 이렇게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주제 말고, 우리가 살아온 인생에서 문제를 한번 찾아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한 팀원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 공장에서 근무하던 당시 옆 공장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일어났던 것을 떠올렸고, 수지절단 문제를 해결하는 캠페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해당 팀원도 사건을 기억하고만 있지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몰랐는데, 직접 자료 조사를 해 보니까 굉장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고 이 주제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주제가 정해지고 문제가 명확해지니 솔루션까지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만약 문제를 ‘현장직 노동자들이 수지절단 응급처치법을 모른다.’라고 규정했다면 “그러면 알려 주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현장직 노동자들은 수지절단 응급처치법 교육을 받았음에도 기억하지 못하잖아.”라는 식의 악순환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반복적으로 접하지 못해서 기억하지 못한다.’로 규정하자 “그러면 반복적으로 접하게 하자. 어떻게?”라는 결론에 빠르게 도달했던 것 같다. 거기에서 현장직 노동자들이 대부분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분들의 일상과 가까운 소재를 매체로 활용해서 응급처치법을 반복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두손지킴 장갑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다.
Q. 사실 이 캠페인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장갑을 직접 제작하여 현장직 노동자들에게 전달하고, 그분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일 것 같다. 제작과 홍보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했는지.
손도윤 : 직접 공장을 찾아서 “이 장갑 쓰세요!”라고 한 것이 아니라 캠페인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홈페이지를 통해 현장직 노동자들께서 자발적으로 신청을 해 주셨다. 신청할 때 “우리 공장도 매년 한 번씩 수지절단 사고가 납니다.”라든지, “올해 초에 수지절단 사고를 당해서 두손지킴 장갑이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사연도 함께 받을 수 있었다.
정성채 : 사실 이번 캠페인은 대상이 구체적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 중에도 분명히 인플루언서 등 영향력 있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가장 먼저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리스트를 정리하고 연락을 돌렸다. 다행히 연락을 받은 분들이 이러한 캠페인을 한다는 점 자체, 그리고 현장직 노동자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또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 주셨다. 결국 일정이 가능하셨던 여섯 분이 자발적으로 두손지킴 장갑을 리뷰하는 영상을 만들어 주셨고 그분들의 채널에도 올라갈 수 있었다. 이러한 활동을 좋게 보셨던 다양한 신문사에서 기사를 올려 주시기도 했다. 아마 이러한 것들을 통해 사람들이 저희의 활동과 홈페이지에 대해 알게 되고, 또 자발적으로 두손지킴 장갑을 신청해 주셨던 것 같다.
Q. MZ세대는 SNS를 중심으로, 기성세대는 기사나 유튜브를 중심으로 홍보를 진행한 점이 성공의 비법이었던 것 같다. 웹페이지 디자인도 굉장히 간단하지만 깔끔하여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디자인 과정에서 신경 썼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희창 : 굿즈라는 아이디어를 채택하다 보니까 하나의 제품이 나오게 되고, 또 그것을 배포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모일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웹을 제작하게 되었다. 사실 그래서 웹에 들어가야 하는 기능은 명확했다. 들어가야 할 기능이 명확했기 때문에 제작에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고, 다행히 웹이 실질적인 메인 소통 창구 역할을 잘해 준 것 같다.
Q. 두손지킴 장갑 외에도 수지절단 응급처치 환경 개선을 위해 수지절단 응급처치용 응급키트인 ‘두손지킴 응급키트’, ‘두손지킴 매뉴얼보드’를 제작했다. 관련해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김수연 : 수지절단 응급처치용 응급키트에는 단순한 약품뿐만 아니라, 실제 수지절단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모든 구성품을 넣으려고 했다. 두손지킴 응급키트는 기본적으로 생리식염수, 멸균 거즈, 밀봉 비닐, 아이스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구성품에는 이름과 순서, 사용법을 설명하는 스티커를 부착하여 응급 상황에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마지막에는 응급키트 케이스에 절단된 손가락을 담아서 병원에 가져갈 수 있게끔 준비했다.
손도윤 : 현행법상 사업장에는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하는 구급 용품들이 있는데, 수지절단 사고를 처치할 때 필요한 물품들은 없다. 장갑으로 수지절단 응급처치법을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도구가 없으면 응급처치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응급키트를 만들게 되었다. 응급키트와 뒤에 이야기할 매뉴얼보드는 홈페이지로 두손지킴 장갑을 신청해 주신 분들께 함께 패키지로 발송했다.
정성채 : 일일이 패키지로 포장하느라 집에 한가득 쌓여있었다. (웃음) 두손지킴 매뉴얼보드는 수지절단 응급처치법을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크게 인쇄하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수지접합 가능 병원을 기록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매뉴얼보드를 만든 이후 인플루언서분들이 전국에 있는 수지접합 병원 정리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고, 저희도 마침 비슷한 이야기를 하던 차라 전국 수지접합 병원을 웹페이지에 정리하여 관련 내용을 조금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Q. 홈페이지에서 전국 수지접합 병원 현황을 확인했는데, 산업 현장이 집중된 지역보다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정성채 : 예전에 수지접합 전문병원인 예손병원 수부외과 원장님 인터뷰를 갔을 때 수부외과 의사 자체가 많이 없고, 또 수지접합이 가능한 병원이어도 제대로 하는 병원은 흔치 않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렇지만 수지절단은 응급처치가 잘 되면 이식·접합이 가능한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적절한 응급처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이셨다.
예를 들면 울산에는 수지접합 병원이 하나밖에 없는데, 이는 곧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응급처치법을 잘 따른다면 최소한 몇 시간 정도는 벌 수 있기 때문에 접합하는 데에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러한 활동들이 사람들에게 더욱 알려지고, 기업의 지원 등을 통해 한 번 더 할 수 있게 된다면 대학생들을 통해서 현장직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이나, 그분들을 위한 의료 환경이 조금씩이나마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Q. 사실 공익 캠페인이라는 주제 자체가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닿지 않고, 닿는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가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번 캠페인에서 관련 주제에 집중하며 어려움은 없었는지.
손도윤 : 사실 공익이든 상업이든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 자체는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캠페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타깃을 명확하게 설정해서 그들에게 맞는 솔루션을 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공모전에도 많이 나갔고 수상도 여러 번 했지만, 항상 아이디어와 상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이번 공모전은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300만 원이라는 예산을 준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광고 분야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사회·공익 문제를 해결하는 슈퍼맨이 되겠어!”라는 맥락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인사이트를 얻으려고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어떤 사회 문제에 대해서 많이 들어 봤는데, 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희창 : 저 역시 항상 아트 디렉터, 혹은 제작 파트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까 완전히 새로운 어젠다를 찾기보다는 이미 나와 있는 아이디어를 구축하는 데에 조금 더 특화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익이냐, 상업이냐를 구분하기보다는 이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의 능력을 사용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 자체에서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것 같다. 결국 공익․상업 캠페인을 나누기보다는 둘 다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활동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이번 캠페인은 공익적인 측면을 강조했지만, 장갑 회사에서 현장직 노동자를 위해 제작했다면 상업적인 측면이 강조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 대부분의 공익 캠페인은 인식 개선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데, 사실 인식 개선은 끝이 없지 않은가. 한 번의 활동으로 인식이나 제도를 완전히 바꿀 수도 없다. 만약 이번 캠페인도 넘쳐나는 쓰레기를 처리하자든가, 탄소 배출을 멈추자는 식의 추상적이고 거대한 내용이었다면 마치 진흙탕에서 발을 구르는 것처럼 힘이 많이 빠졌을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캠페인은 이러한 주장보다는 명확하게 개선될 여지가 있는 현실적인 사회 문제라고 느껴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대학생들이 쉽게 접하지 않는 문제다 보니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며 느끼는 바가 많았을 것 같다.
정성채 : 모든 팀원들도 공감하겠지만, 처음에는 아이디어가 너무 좋다는 식의 대학생 마인드로 캠페인에 임했다. 그런데 캠페인을 실행에 옮기고, 현장직 노동자분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정말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과거 수지절단 사고를 직접 당하신 분의 이야기, 20대에 네 손가락을 절단당해 결국 좋지 않은 선택을 한 주변인의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그때부터는 아이디어가 좋다, 나쁘다를 내세우기보다는 ‘진정성’을 캠페인의 방향성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단순히 ‘손가락이 잘린 사고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수지절단이라는 사고가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맥락에 무게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진정성을 가지고 하다 보니 물품을 신청해 주신 많은 분들, 또 홍보에 도움을 주신 인플루언서분들도 따뜻한 문자들을 많이 보내 주셨다. “너무 응원합니다.”, “이런 캠페인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정말 감사하고 저희가 더 많이 홍보하겠습니다.” 같은 메시지를 보면서 우리의 진정성이 그분들에게 닿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희창 : 마찬가지로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를 몸소 느낀 것 같다. 사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이나 대회는 대부분 통통 튀고 상큼한 아이디어들, 아기자기하거나 귀여운 결과물이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우리도 수지절단 문제를 그러한 방식으로 풀어야 하나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팀원들과 직접 두 발로 뛰고, 다 같이 인터뷰를 하면서 광고라는 업계에 뛰어든 이래에 처음으로 책임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진정성 있는 어젠다, 진정성 있는 접근, 사실 광고나 캠페인을 하는 사람들은 들어 보지 않을 수가 없는 키워드이다. 그렇지만 그 진정성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정말 인생에 몇 번 없는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수연 : 10월 셋째 주, 2024 한국건설안전박람회에 캠페인을 홍보하러 방문한 적이 있다. 캠페인을 소개하는 동안에도 실제 수지절단 사고를 당하신 분들이 많이 오셨다. 수지절단 사고를 당하신 분들이 박람회에 계시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만큼 수지절단 사고라는 것이 만연히 발생하는 일이고, 또 그분들에게는 너무나도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이는 우리가 수지절단 사고에 너무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들이 다시 조명되고, 사회적인 논의가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두손지킴 장갑 캠페인과 관련한 향후 계획이 있는지.
손도윤 : 2가지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하나는 두손지킴 장갑 캠페인을 더 키우자는 방향이다. 일단 지금보다 두손지킴 장갑을 더 알리고, 조금 더 많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장갑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 만약 이 방향을 채택한다면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서 캠페인을 계속 이어 나갈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꼭 수지절단 응급처치 캠페인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캠페인을 계속해서 진행해 보자는 방향이다. 사실 직접 제작한 캠페인 영상을 보고, 본인들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으로 지자체 교육청에서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온 것이 있다. 이러한 형태처럼 꼭 수지절단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
정성채 :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둘 중 무엇이든 간에 모두들 함께할 용의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좋은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희창 : 사실 모든 팀원들이 광고만 생각하고 달려온 친구들이고, 광고에 미친 사람들이라 (웃음) 어떤 캠페인이었더라도 다들 진지하게 임하고, 최선을 다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광고 쪽을 이미 오래 공부한 친구들이고, 꿈이 명확한 친구들이어서 아까 이야기했던 대로 진정성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했던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김수연 : 사실 경험이 많은 다른 팀원들과 달리 나는 직접 캠페인에 참여하고, 기획을 실행에 옮겨본 것이 처음이다. 아무래도 기획을 직접 실천해 보는 과정을 통해 단순히 기획서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찾아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정성채 : 보통 대학생 공모전에서는 역할을 나누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 팀은 명확하게 역할을 구분했고, 나는 도윤·수연과 함께 기획 및 커뮤니케이션 파트를 담당했다. 원래의 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분야는 맞았지만, 워낙 변수가 많은 파트이다 보니 한 치 앞을 예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마다 팀원들이 열심히 다독여 주고, “성채야 빨리 가서 잘 얘기해 봐.”라고 이야기도 해 주고, 그런 지지 덕분에 한 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일을 계속해 나가다 보면 많은 변수를 맞이하게 될 텐데, 그럴 때 옆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나 역시도 누군가의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동료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한 것 같다.
손도윤 :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물품을 신청하신 현장 노동자분들도, 인터뷰를 해 주시는 기자님들도 현장직 노동자를 위한 캠페인은 처음 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사실 현장직 노동자를 위한 캠페인은 처음이 아니다. 모든 공장이나 건설 현장마다 볼 수 있는 ‘안전제일’ 현수막, 이것도 현장직 노동자를 위한 안전 캠페인의 일환이지 않은가. 그런데 왜 사람들이 처음이라고 이야기할지 생각해 보니, 진정성이 중요한 차이를 가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쩔 수 없이, 실적 채워야 하니까, 위에서 시키니까, 이렇게 시작한 캠페인은 결국 캠페인을 위한 캠페인이 된다. 그러다 보니까 돈은 많이 쓰는데, 진정으로 캠페인 대상을 위한 솔루션은 나오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공익 문제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 그래서 결국 똑같은 주제에 전부 똑같은 아이디어를 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익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하나의 주제에 하나의 캠페인을 하더라도 진정성을 가지는 것, 그것이 이번 두손지킴 장갑 캠페인에서 가장 깊이 배운 점이다.
진정성이라는 등불을 들고
대학생과 현장직 노동자, 대학생과 수지결손 사고, 대학생과 공공의 이익은 얼핏 보면 전혀 연결고리가 없고, 생뚱맞은 조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손지킴이 팀은 ‘진정성 있는 캠페인’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들을 하나로 묶는 데에 성공했고, 결국 산업 현장을 조금씩이나마 안전하게 만드는 과정에 기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두손지킴이 팀이 두손지킴 장갑과 두손지킴 응급키트, 두손지킴 매뉴얼보드를 전달한 사업체는 총 100개, 두손지킴 장갑을 사용하는 노동자는 1천5백 명에 달한다.
그저 장갑에 수지절단 응급처치법을 인쇄하는 것, 응급처치 키트에 없는 구성품을 채우는 것, 검색 한 번이면 찾을 수 있는 수지접합 병원을 미리 기록하는 것, 누군가는 별것도 아닌 아이디어라며 폄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간단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서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문제를 떠올렸고,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가장 적절한 매체를 결정했고, 캠페인 대상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미팅을 계속했다. 또한 현행 제도의 허점과 개선 방식을 고민했고, 이 모든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그들의 삶 가까운 곳에 놓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점차 좁아지는 취업의 문을 뚫어내고자 대학생들은 오늘도 끝도 없이 내려오는 ‘취업 피라미드’의 한 부분을 채워나간다. 취업을 위한 인턴, 인턴을 위한 대외활동, 대외활동을 위한 교내 활동을 이어가다 보면 문득 내가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무엇을 위해서 평생 들어 보지도 못한 이름의 스펙을 쌓고 있는지 멍해질 때가 있다. 길을 잃고 어두운 늪 속에서 방향을 잃은 채 허우적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무언가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내가 문제의식을 느껴서, 내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만의 방식으로 무언가 해낼 수 있도록, 진정성이라는 등불을 들고 나아가라. 두손지킴이 팀은 우리에게 분명 그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