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명해줘야 안다는 건, 설명해줘도 모른다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한 문장이다. 우리는 자주 타인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는 한다. 그 착각대로 타인의 모습을 상상하고, 재단하며, 그 이외의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상대방이 하는 말들은 본래의 의미를 잃고 흩어진다. 설명이 필요하다는 건, 그 어떠한 설명도 온전할 수 없음을 함축한다.
위 문장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자기 자신만의 또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Q84년, 이 새로운 세계를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고양이 마을에 가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1Q84’의 두 주인공은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현실과는 다른 두 개의 달이 존재하는 세계로 가게 되고, 그 세계를 각각 '1Q84년‘과 ’고양이 마을‘로 이름짓는다. 이처럼 우리 모두는 마음 속에 ‘1Q84'년 혹은 ’고양이 마을‘을 품고 산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세계에 완전히 발을 들일 수 없다. 그만큼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이해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자신의 세계로만 들어가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설명해줘도 모른다고 해서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오해와 갈등만이 남는다.
작금의 대한민국이 그렇다. 사람들은 ‘2Q25년’과 ‘고양이 마을’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모습은 이미 둘로 갈라진 한반도가 한 번 더 갈라선 느낌마저 들게 한다. 각자 서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위해 광화문에 집결한다. 인터넷에는 혐오가 만연하다. 입장 차를 좁힐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끝맺을 수 없는 분쟁만 일어나고 있다. 정치인들은 다른 정치인들의 활동과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지만, 이를 듣거나 이해해주지는 않는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로 서로를 미워하며 반목할 이유는 없다. 이념의 차이로 인한 국가의 분열은 한 번이면 족하지 않은가. “너희가 틀렸으니 내가 맞다.”와 같은 논리가 초등학교 이상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 참 슬픈 현실이다.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1Q84'에 등장하는 택시 기사가 주인공에게 건네는 말이다. 그 어떤 세상도 현실 세계보다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2Q25년‘의 ’고양이 마을‘이 아니라 2025년의 대한민국이니 말이다.
김민제 기자(matt03091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