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에 ‘위기’라는 꼬리표가 달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 대학언론은 오늘도 위기다. 위기론의 지속은 ‘무엇이’ 위기인지, ‘얼마나’ 위기인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조차 희박하게 만든다.
[대학언론 대담]은 방향 전환의 시도다. 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대학언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 그들이 느끼는 뿌듯함,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 그들이 떠올린 해결책을 듣는다. 정답은 없다. 명확한 해결 방안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많은 대학언론인들은 이야기한다. 대학언론은 존재해야 한다고, 대학언론은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왜’와 ‘어떻게’다. 대학언론은 왜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가? 대학언론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정채원(정) : 안녕하세요, 지난 1학기부터 <홍대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홍익대학교 법학과 24학번 정채원입니다.
박수은(박) : 안녕하세요. 지난 겨울방학부터 수습 기자로 활동하다가, 이번 2학기부터는 부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자율전공학부 24학번 박수은입니다.
Q. <홍대신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정 : <홍대신문>은 1955년 8월 10일에 창간되어 학교 내외 정보 전달을 담당하고, 동시에 학생과 학교,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창간 70주년을 맞았죠. 창간 이래 다양한 일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시대의 흐름을 기록하고,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때로는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담았습니다.
편집국은 크게 취재부, 디자인부, 삽화부 세 팀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레이아웃 디자인을 전부 학생들이 하는 게 <홍대신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이외에도 전반적인 운영이나 실무는 다른 학보사와 마찬가지로 기자들이 맡고 있습니다.
Q. 언제 처음 대학언론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정 : 작년 1학기에 시작했으니까 이제 1년 반째 대학언론에서 일하고 있네요. 원래도 언론에 꿈이 있었어서 대학에 가면 관련된 활동을 해 보고 싶었거든요. 합격 소식을 받고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는데, 홍익대학교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니까 추천 팔로워로 <홍대신문>이 뜨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가장 처음 본 기사가 전 편집국장의 대학언론 위기 관련 오피니언이었어요. 대학언론에 들어오기 전부터 대학언론의 위기를 인지한 셈이죠. 그러다 보니 1학년 1학기부터 대학언론 활동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잠시 들긴 했는데, 그래도 뭐든 해봐야 안다는 신념으로 <홍대신문>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박 : 저는 편집국장님과는 달리 2학년이 되면서 수습 기자로 지원했어요. 바쁜 입시 생활을 끝나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읽고 싶었던 책도 많이 읽고, 보지 못했던 뉴스도 많이 봤어요.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에서 무기력함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죽고, 다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런 고민이었죠.
그렇게 계속 봤어요. 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엔가 이런 이야기를 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언론에 큰 뜻이 있었다기 보다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홍대신문>에 지원했습니다.
Q. 현재 대학언론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정 : 대학언론에 들어오기 전에 생각했던 위기는 독자의 부재였어요. 인스타그램을 포함해서 다른 매체가 훨씬 많이 있는데 대학생들이 대학언론을 굳이 읽을까, 그런 생각이었죠. 그런데 막상 대학언론에서 일하다 보니 독자의 관심도 적긴 하지만, 애초에 대학언론에서 일하려는 학생들이 부족했어요. 들어온 사람이 생각과 다르니까 나가버리는 일도 있고요. 결국 기자를 모집하는 게 제일 큰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기자가 없으니 위기가 계속 위기가 되는 일이 이어지는 거니까요. 개인 취재가 가장 많았던 건 이번 1학기 개강호였어요. 정기자 4명, 수습기자 1명에서 지면 12면을 채웠죠.
사실 작년 2학기까지는 재미있게 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편집장이 되고 기자가 부족하다 보니 제가 기사를 많이 썼죠. 취재할 내용이 생겨도 갈 수 있는 기자가 없으니까요. 마감하고 다음 날 바로 회의하고, 1시까지 글 보다가 다음 날 10시에 강의 들으러 가고, 그러다 보니 물리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죠. 지난 학기에 성적이 제일 낮기도 했고요.

박 : 기성 언론의 위기와 대학언론의 위기는 크게 결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풍조가 겹쳤죠. 예전에는 대학에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되고 있는지 확인할 통로가 대학언론뿐이었어요. 지금은 인스타그램이나 에브리타임만 켜도 그럴듯하게 알 수 있으니까, 학우 입장에서는 굳이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예전보다 ‘내가 이 학교에 소속되어 있다’는 의식도 현저히 줄어들었고요.
읽을 수요가 줄어든 동시에, 기사를 대하는 대학언론인들의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어요.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원하는 방향을 관철시키겠다는 마음보다는 안전한 방향으로 나오는 기사가 많다고 느꼈거든요. 진짜 가려운 부분을 긁기보다는 주변부만 긁는 거죠. 쓰는 입장에서 그렇게 느낄 정도면, 읽는 입장에서는 더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지.
정 : 근본적인 원인은 모두가 비슷하게 생각하겠지만, 사회 풍조가 바뀐 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운동권이 만연하던 때만큼 학생들이 모두 뭉쳐서 ‘일어나자’, ‘이건 반드시 보도해야 한다’는 의식이 나올 수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앞선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기자 인력난도 심각해졌고요. 기자가 계속 줄어드니 일하는 기자들도 무력해져요. 악순환의 반복이죠.
악순환이 반복되면 대학언론은 결국 ‘기사를 쓴다’는 행위에 매몰되겠죠. 자기가 기사를 썼다는 사실로 만족하고, 그 기사가 읽히든 말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위기의 원인을 제거하려면 기사를 작성한 뒤의 일까지 신경 쓰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아요. 최근에는 <홍대신문>도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을 살리려는 여러 방안도 고민의 일환이죠.

박 : 사실 근본적인 원인을 이야기할 때 독자들을 탓하는 것 같아서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를 읽는 게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고는 생각하거든요. 익숙한 영상 매체에 비하면 텍스트는 무겁게 느낄 수밖에 없죠. 지금의 독자층에게 글을 읽는다는 건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 불편함이 익숙하지도 않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도 않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계속 텍스트를 발간하려고 하니 힘에 부치는 거죠. 만약 정말로 대부분의 대학생이 어떤 내용이든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인식한다면, 대학언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이 많아지네요.
Q. 대학언론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정 : 원론적으로는 독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죠.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독자에게 읽어 달라고만 하는 건 잘못된 자세니까, 대학언론인들도 본인이 쓴 기사가 읽히기까지의 과정을 알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로는, 대학 측에서 지원을 조금만 늘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대학의 지원이 충분하거나, 선후배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대학언론은 해외 취재, 인터랙티브 기사처럼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더라고요. 만약 지원이 늘어난다면 미디어 매체 팀을 따로 만들어서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 취재 등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해외 취재에도 로망이 있고요. 지원이 조금만 늘어나면 저희도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독자에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이자면 대학언론은 발간일과 마감일이 고정되어 있잖아요. 제한된 취재 일자에 수업까지 겹치면 다루고 싶은 소재들을 시의성 있게 발견하거나 취재하지 못한다는 점도 아쉬워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간교수님께 컨펌 받는 과정을 조금 축소시키면, 더 많은 기사들이 더 많은 학우들에게 시의성 있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박 : 위기의 원인에서 지금 세대가 텍스트를 무겁게 느낀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대학언론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활로로 인스타그램 피드에 업로드를 한다든지, 영상 기사를 낸다든지,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종이와 텍스트가 가진 무거움을 덜어내는 거죠. 저도 내부에서 이야기할 때 ‘우리도 인스타그램 살려야 한다’, ‘플랫폼 홍보 많이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거든요.
그러면서도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종이와 텍스트로 승부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저는 종이와 활자가 가지는 힘이 분명히 있다고 믿거든요.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기사의 질을 높이고, 취재 형식을 다양화하고, 글의 디자인을 다양화하면서 결국 독자들이 신문이라는 매체를 다시 찾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최근에는 텍스트힙, 활자 중독, 그런 말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저는 그 말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아직 아날로그를 찾고, 종이를 읽는다는 희망을 조금은 봤거든요. 이런 기조에 희망을 걸어 보려면 결국 다른 글들과 차별화된, 종이와 활자만이 제공할 수 있는 글로 독자에게 다가가야겠죠.

Q. 위기에도 여전히 대학언론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정 : 대학이 멈추지 않기 때문에 대학언론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답이 떠오르네요. 1학기에 총학생회의 제휴 사업을 다룬 기사가 있었어요. 총학생회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던 당시에 “민감한 부분인데 꼭 다루어야 하느냐”는 전화가 왔어요. 그때 학생사회 견제라는 대학언론의 의미를 다시금 깨달았거든요. 결국에는 학생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대학언론도 필요한 거죠.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겠지만 (웃음) 그 기사가 나온 뒤로 총학생회도 그렇고, 단과대 제휴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 같더라고요.
대학언론에 대한 오피니언들을 쓰면서 대학언론의 가치를 찾은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오피니언을 쓰면 부모님께서 항상 보시거든요. 한번은 오피니언을 읽으시고 “가치를 찾는 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대학언론의 가치를 명확하게, 개념적으로 설정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그냥 <홍대신문>을 읽거나 들고 다니는 학우들을 보며 ‘저분들이 계시니까 내가 계속하는 거구나’ 생각하죠.
힘든 점을 많이 이야기한 것 같아서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면 (웃음) 그럼에도 뿌듯해요. 토요일에 지겹게 지면을 보면서 마감하고 나면, 월요일에는 배부대가 비어 있거든요. 발간일인 화요일이 되면 배부대에 꽉 차고,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이 되면서 점점 줄어드는 게 눈에 보여요. 그러면 또 즐겁고, 다음 호도 빨리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박 :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대학을 작은 사회라고 이야기하잖아요. 대학언론의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워치독(Watchdog; 정치·자본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 역할)으로서의 역할도 분명히 필요하니까요. 또 대학 내에서도 부조리한 상황이나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어려움에 처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도 필요하고요.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가기 전에 누군가 나의 부조리한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 혹은 누군가 나의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우리 모두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더 솔직한 이야기로는, 수습 기자였던 지난 1학기는 막연했던 것 같아요. 대학언론의 특별한 가치를 생각하기에는 벅찼죠. 그냥 ‘내가 지금 쓰는 것들이 헛되지 않았겠지’, ‘분명히 가치가 있겠지’, ‘학우들에게 결국 닿겠지’라는 막연한 가치에 희망을 걸었어요. 누군가는 대책 없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막연한 가치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학보사 활동은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전히 고민 중인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정 : 독자들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죠. 얼마 전에 홍대 교지 <와우>는 ‘독자와의 만남’을 기획해서 자리를 가졌더라고요. 저희도 많은 반응을 보내 주시는 독자들과 함께 어떤 기사를 <홍대신문>에서 보고 싶은지 이야기 나누는 창을 가져 보고 싶네요. 기회가 된다면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아직 <홍대신문>을 읽으시지 않는 분들이라면 학교에 만날 수 있는 창구가 굉장히 많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미술대학에서 작업하시느라 가져가는 분들도 많은데, 그럴 때도 기사 한 번씩 읽으면서 관심 가져 주시면 너무너무 감사하겠습니다.
박 : 결국 기자들의 원동력은 독자들이죠. <홍대신문>을 읽어 주시는 모든 독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고요. 아직 읽어 보지 않으신 예비 독자들에게는 <홍대신문>이 모든 학우들의 내집단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홍대신문>은 홍익대학교의 일부인 대학언론인데도, 몇몇 학우들은 내가 들어가지 않은 동아리처럼 <홍대신문>을 외집단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참 아쉬워요. 저는 학우들과 함께 만들어 가기 때문에 학보사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요즘 대학생들의 자기 개발에 진심이잖아요. 그럴 때마다 책을 많이 읽어서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고요한 취미를 가져야 한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요. 저는 그중에서도 스스로에게 가장 와닿는 연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학내 대학언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회사에 간다고 사내 언론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소속된 집단에서, 집단 구성원을 위해 이렇게 격주마다 신문을 발간하며 목소리를 내는 경험은 대학에서만 가능하죠. 본인이 소속된 집단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듣거나 내는 경험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기자 지원을 많이 해 달라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그래도 좋고요. (웃음)
대학언론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학언론인과 독자의 부족처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도 있지만, 사회 풍조의 변화처럼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고민되는 문제도 있다. 모두가 같은 문제를 마주한 상황에도 누군가는 걸음을 멈추고, 누군가는 “대학이 멈추기 전까지 대학언론은 멈추지 않는다”며 그저 걸어갈 뿐이다. 때로는 막연한 가치에 거는 희망이 가장 눈부시게 빛난다.
김태섭 기자(taesub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