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의 괴리, 투명성은 어디에 있는가

  • 등록 2025.11.12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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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인천광역시당 대학생위원장 임규이

 

요즘 기업들은 앞다투어 ‘ESG 경영’을 외친다. 환경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투명하게 경영하겠다는 약속이다. 하지만 ESG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우리가 아는 재무제표보다 훨씬 불확실한 숫자들이 들어 있다. 이제 ESG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기업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회계장부가 되고 있다.

 

ESG 보고서의 중심에는 ‘스코프(Scope)’라는 개념이 있다. Scope 1은 기업이 직접적으로 배출, Scope 2는 기업에서 온실가스를 직접 배출하지는 않지만 전기나 스팀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간접 배출, 그리고 Scope 3은 협력사와 소비자까지 포함한 전체 공급망 배출이다. 이 중 Scope 3은 측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 연결회계가 감사되지 않은 추정치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협력업체 데이터를 직접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평균값이나 모델링으로 Scope 3을 계산한다. 결국 ESG 보고서는 ‘감사받지 않은 회계장부’가 되고, 기업은 그 불확실한 숫자 속에서 “탄소를 줄였다”고 주장한다.

 

ESG의 평가는 실제 감축 노력보다 보고 방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제는 ‘성과가 보고서를 만드는’ 게 아니라, ‘보고서가 성과를 만드는’ 구조가 된 것이다.

 

여기에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하나의 ESG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외부 검증을 받고, 컨설팅을 받는 데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이 들어간다. 결국 대기업만이 ‘ESG 장부’를 낼 수 있고, 중소기업은 애초에 회계 참여조차 어려운 구조가 된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비용 불평등을 낳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ESG를 기업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 없다. 정부 역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회계 기준과 공시체계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 ESG 평가 기준은 기관마다 달라 비교가 어렵고, Scope 3 산정 방법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정부가 산업별 표준 산정 모델을 만들고, 감사 가능한 데이터 프레임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ESG인 척’ 하는 보고서가 아닌, 진짜 ‘ESG 보고서’로 인정받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Scope 3처럼 측정이 어렵고 불확실한 영역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공개하려는 태도, 그리고 ‘얼마나 진정성 있게 변화하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초록색 로고나 친환경 슬로건보다 중요한 것은 숫자 속의 진실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용기다.

 

우리는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마케팅의 수단이 아닌 책임의 언어가 되길 바란다. 그린워싱을 구별할 줄 아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측정 기준을 세울수록, 기업은 더 이상 숫자 뒤에 숨을 수 없을 것이다. 진짜 지속가능성은 정직함과 투명성에서 시작된다.

 

 

더불어민주당 인천광역시당 대학생위원장 임규이(ij06111@naver.com)

김태섭 기자 taesub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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