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의 문화유산학과 학생들이 학과 F 교수가 일삼았던 성희롱·성추행 등을 고발한 가운데 학내에선 F 교수의 파면을 촉구하는 학생 및 교수들의 연대가 진행되고 있다.
“목소리가 섹시해”, “너네 학점의 노예인거 다 안다”… F 교수 잇따른 논란
지난 20일 문화유산학과 학생들이 부착한 대자보에 따르면 F 교수는 재작년부터 학생들을 상대로 성적 만행을 저질렀다. 대자보에 따르면 F 교수는 “2023년 동계학술답사에서 한 여학생의 노래에 대해 “목소리가 섹스어필적”이라고 말했으며 그의 왼편에 앉은 여학생의 손을 잡고 반복적으로 허벅지를 만졌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F 교수는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사적 술자리를 제안하고 성적인 언행과 접촉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면담을 진행한 1학년 여학생을 상대로 “오늘 너랑 면담하자고 한 건 사실 너랑 술 마시고 싶어서야” 같은 말을 했고, 발을 벗고 학생의 의자에 다리를 걸치는 등 신체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자보 내용에 따르면, F 교수는 권위를 이용해 각종 만행과 협박도 저질렀다. 학생들은 F 교수가 “동계학술답사에서 일찍 방에 들어간 학생들을 향해 나오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너네 학점의 노예인 거 다 안다”고 말했으며 작년 술자리에서는 “너는 아무리 잘해도 A 안준다”, “성적 잘 받고 싶으면 오늘 술자리 값은 네가 내라”는 발언도 했다”고 말했다.
동국대 인권센터 ‘솜방망이 처벌’… 학생들 규탄해
피해 학생들은 작년 12월 동국대 인권센터에 상담을 요청했으나 미온적인 대처와 조치가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센터가 신고에 따른 부담과 법적 절차의 한계만을 강조하며 신고를 주저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학생이 올해 2월 해당 교수를 ‘성 인권침해’로 정식 신고했고 많은 학생이 F 교수가 더 이상 학과에 돌아오지 않기를 원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올해 6월 인권센터의 조사·의결 통보서에는 학생들이 요구한 ‘수업 배제, 학과 행사 참가 금지, 공·사적 술자리 금지’ 등 조치 대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수업 배제는 한 학기만 연장될 뿐 타 학과·대학원 강의에는 적용되지 않아 F 교수는 여전히 출강하고 있다고 학생들은 밝혔다. 이로 인해 피해 학생들이 교내에서 F 교수를 마주칠 위험이 여전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문화유산학과 학생들은 F 교수의 즉각적 파면과 학교의 책임 있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학점을 미끼로 학생을 협박하는 교수의 수업을 듣지 않을 것”이라며 “반성 없는 교수를 교단에 세워둘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서경 문화유산학과 제2대 부학생회장은 “피해 학생들은 신고가 어려운 상황에도 용기 내 교내 인권센터에 신고했으나 학교의 대처가 모든 면에서 소극적이라고 느꼈다”며 대자보를 쓰게 된 경위를 밝혔다.
“가해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 학내 연대 잇따라
문화유산학과 학생들의 대자보 이후 연대 성명과 대자보가 교내 곳곳에서 이어졌다. 지난 22일 동국대학교 에브리타임에는 불교대학 학생들의 규탄서가 올라왔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결코 문화유산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불교대학뿐만 아니라 동국대학교 전체 학우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밝혔다.
25일 총학생회 운영위원회 일동은 ‘가해자를 위한 자리는 없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발표함과 동시에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연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의 학습권이 위계와 결부된 추악한 행태들로부터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는 확신을 달라”며 “사건이 해결되는 날까지 문화유산학과 학생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불교대학 교수 일동의 성명서도 발표됐다. 이들은 “불교 교육의 핵심 가치는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것”이라며 “피해 학생들의 회복과 안전을 위해, 그리고 동국대학교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부처님의 가르침의 원칙을 기억하며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 “내달 이사회 통해 징계 이뤄질 예정”
학교 측은 지난 21일 문화유산학과 학생대표자들과의 미팅에서 F 교수에 대한 조치를 해명했고 다음 달 초 이사회를 열어 F 교수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F 교수가 수업 배제 조치에도 교내 활동을 지속했던 이유에 대해 학교는 “불교대학 수업 외 타 단과대학 수업은 인권센터가 확인하기 어렵고, 교수의 수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혔다. 또한 피해자 분리 조치 및 공간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당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향후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고아름 기자 (areumsecond@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