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미화/경비노동자 부당해고, 인권과 평화도 같이 해직시키셨나요?

  • 등록 2018.03.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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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미화/경비노동자 부당해고, 인권과 평화도 같이 해직시키셨나요?

시위 중인 노동자들 ⓒ 박재연 기자

 

Intro

지난 3월 2일 오후 12시 경, 성공회대 미화/경비노동자들이 피츠버그홀 앞에서 부당해고자 복직 시위를 열었다. 시위 참여자들은 “인권과 평화의 대학 비정규직 철폐하라”, “노조탄압 중단하고 푸른환경 사과하라”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시위는 주가 바뀌어도, 비가 내려도 계속됐다. 도대체, 성공회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경비 노동자, 전화로 해고되다

사건의 발단은 성공회대와 계약 중이던 미화/경비 용역업체 ‘푸른환경코리아’가 올해 2월 28일 성공회대 경비노동자를 해고한 것이다. 푸른환경코리아는 계약이 만료되는 2월 28일, 정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만 65세, 66세의 경비노동자 2명을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중 한 명은 해고 사실을 28일 당일에 전화로 통보받았다. 전국대학노동조합 성공회대학교지부의 류지태 지부장에 의하면, 사측은 해고 한 달 전에 계약만료를 공지했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푸른환경코리아는 환경과 경비 두 업무반에 ‘반장직’을 도입하겠다고도 밝혔다. 사측은 반장직을 업체에서 직접 파견하고, 노동조합에도 가입할 수 없는 직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성공회대 미화/경비노동자들은 3월 2일부터 점심시간을 활용해 피츠버그홀 앞에서 부당해고자 복직 시위와 출근 투쟁을 시작했다. 시위 참석자들은 부당해고자들의 복직과 1년마다 계약 연장, 기존 업무체제 유지, 정년을 70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3월 5일부터는 사건에 관심을 가진 일반 학우들과 성공회대 노동자 연대 및 알바노조, 제 33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들도 시위에 함께했다.

이에 3월 9일 푸른환경코리아는 일부 조건을 수용하여 부당해고 노동자 2명을 복직시키고, 3개월만큼 계약을 연장했다.

3월 19일 이어지는 노사 교섭에서 사측은 67세로 정년 연장과 3개월마다 계약 갱신을 제안했다. 노동자 측은 일반적으로 노사 교섭에 소요되는 시간이 1년 남짓임에도 불구하고, 3개월이라는 계약기간을 제시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자 측은 3월 27일까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3월 8일. 비가 내려도 시위를 멈추지 않는 노동자들 ⓒ 하성응

 

그런데 이게 왜 부당해고야?

형식적인 면을 보았을 때, 이번 사건은 계약기간 중 이루어진 해고가 아니다. 계약이 만료된 후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노동자의 정년이 지났다는 구실도 있기 때문에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사람들이 위와 같은 해석을 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부분도 살펴본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이번 사건에서 노동자들이 해고당한 이유는 ‘정년인 65세가 지나서’였다. 그러나 류지태 지부장에 의하면, 2017년에 성공회대 미화/경비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까지는 71, 72세 까지 촉탁하여 근무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또한 푸른환경코리아는 노동조합에 가입되어있던 노동자를 해고한 대신,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하는 ‘반장직’을 신설하고 회사에서 직접 파견하겠다고 했다. 이런 맥락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번 사건은 노동조합 탄압 성격을 띤 부당해고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사회과학부 박승호 외래교수는 “이번에 해고된 노동자들의 연령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지켜왔던 ‘실질적 정년’인 70세를 넘지 않았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는 70세 이상까지 근무가 가능했는데, 노동조합이 설립된 후로 안 된다면 이번 해고가 노조 탄압의 성격을 띤 부당해고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고 평했다.

한편 이번 해고는 법률적으로도 부당해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는 “관행적으로 계속 정년이 지난 뒤에도 근무해 왔다면, 규정에 없어도 그 기간은 법적으로 그만큼 정년이 연장된 것으로 본다. 이를 노동법상으로 판결문에서 ‘노사 간에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만약 그 상황이)노사간에 기대되는 상황이라면 법적으로 규정과 같은 효력이 있다. 이번 사건은 그 기대가 무너진 것으로, 엄밀히 따진다면 근로계약 위반이다. 사법연수원에서 노동법을 가르쳐 본 사람으로서 장담할 수 있다. 원래 법에선 그것이 옳다”라고 설명했다.

 

학교와 푸른환경코리아의 신나는 책임 핑퐁 게임!

노동자 측은 푸른환경코리아에게 정년 연장과 반장직의 폐지를 요구하는 중이지만, 류지태 지부장에 의하면 푸른환경코리아는 학교가 제시한 조건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독단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답했다.

회대알리가 이 사안에 대해 성공회대 김태욱 총무처장에게 질문하자, 총무처장은 “정년 연장에 대해 학교가 회사 측에게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다. 그것은 회사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사 간 단체협상에서 이야기 돼야 할 문제이다. 만약 우리학교에서의 정년이 늘어난다면, 푸른환경코리아가 다른 사업장에서의 정년 역시 연장시켜야하는 문제가 있다. 반장직 역시 단체협상에서 협의만 잘 된다면 없앨 수도 있다”고 답했다. 또한 “반장직이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학교가 공식적으로 답할 수는 없다. 회사 측 내규와 인식문제이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근무자 자격기준과 반장직을 먼저 제시한 것은 학교였다. 학교 측이 입찰공고문과 함께 공지했던 제안요청서에는 근무자 자격기준 중 하나로 “연령이 만 65세 미만의 신체 건강한 남·여로 한다.(다만, 필요시 학교와 협의하여 조정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인원 구성의 항목 중 하나로 “미화반장(남 1명), 경비반장(남 1명)”이라는 조항이 적혀 있다.

이러한 책임 소재 문제에 대해 박승호·하종강 교수는 “노조의 법적 교섭 대상은 용역회사이다. 하지만 용역회사는 학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학교 측과 계속 연락을 하며 교섭을 진행한다. 그래서 사실 학교의 실질적 재량권이 굉장히 크다. 학교는 ‘노동자가 용역회사 소속이기 때문에 학교가 간섭하면 경영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용역회사를 쓰는 것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학교가 제시한 입찰공고문 속 제안요청서의 내용. ⓒ 성공회대학교 홈페이지 (http://www.skhu.ac.kr/board/boardread.aspx?idx=30339&curpage=1&bsid=10020)

그렇다면 애초에 학교가 입찰공고를 시행할 때 ‘정년은 70세로 하고, 그 이상의 연령의 경우 근무자가 원할 시 촉탁하여 업무를 지속한다’와 같은 조건을 붙일 수는 없을까? 총무처장은 “그런 조항을 붙일 경우 입찰 과정에서 오히려 정년이 70세 이상인 업체나 그 이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 달았던 연령 관련 조항도 원래는 없어야 했던 것인데, 내가 실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업무를 위탁하는 학교는 입찰 조건으로 정년의 70세 보장, 업무 체제 유지 등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하종강 교수는 이에 대해 “학교가 그런(위와 같은) 엄격한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결코 법률 위반이 아니다. 서울대병원 등에서 용역회사가 바뀌어도 매년 고용승계가 이루어지는 것은 그 부분을 합의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모든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 직.고.용

그렇다면 학교가 용역업체를 입찰 할 때, 노동조건들을 개선하고 명시해 그에 부합하는 업체를 선정한다면 문제가 완벽히 해결될까? 안타깝게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그렇지 않다. 이번 사건에 대해 박승호·하종강 교수가 입을 모아 제시하는 근본적 해결책은 ‘직고용’이다.

직고용은 대학이 용역회사를 거치지 않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으로, 현재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맞춰 전북대, 경북대, 전남대, 부경대, 서경대 등 여러 대학들이 노동자들을 직고용하고 있다.

두 교수에 의하면 직고용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용역회사를 통해 고용되는 비정규직이 가지는 비인간성이다. 용역회사를 통해 고용되는 비정규직은 회사의 이윤과 경쟁논리 등이 지배하는 구조에 의해 임금, 수당, 복지와 같은 노동조건이 낮아지기 쉽다. 이는 개인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데, 직고용은 용역업체를 배제하기 때문에 노동조건을 보장하기가 비교적 쉽다.

또 다른 이유는 이러한 구조가 사회전체에 해롭기 때문이다. 용역회사를 고용한다면 결국 계약기간마다 고용불안정이 발생하고, 노사 간 투쟁과 협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코 사회발전에 이로운 방향이 아니다. 하종강 교수는 “한국은 비정상적으로 비정규직이 많고, 이것이 경제적 발전에 장애가 될 정도이다. 이미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IMF(국제통화기금)마저 2004년부터 비정규직을 줄일 것을 한국에 권고해왔다”고 설명했다. 직고용은 고용불안정을 해소해 불필요한 투쟁과 협상을 생략할 수 있다.

만약 학교가 미화/경비노동자들을 직고용 한다면 이번 사건과 같은 문제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발생했을 때의 책임소재도 명확해 진다.

그러나 학교는 직고용을 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총무처장은 “앞으로 노동자들을 직고용 할 계획은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직고용으로 전환하는 순간 예산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어렵다. 학생 수도 3% 줄어 전체 예산도 줄었다. 대학 2주기 평가가 끝나면 얼마나 더 줄어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직고용 전환을 가정하고 계산했을 때, 현재 예산으로는 5~6명 정도를 덜 고용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총무처장의 대답은 의문이 남는 점이 있다. 직고용으로 전환할 경우, 회사에 지급하던 법인세, 회사운영비, 회사이윤 등의 비용이 절약된다. 물론 올해 최저시급이 오르고,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시 호봉제에 편입되어 정년 및 통상임금이 오르는 등의 비용 상승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의 비용은 절약되는 비용으로 상쇄할 수 있고, 추가비용이 소요되더라도 학교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액수라는 것이 박승호·하종강 교수의 공통의견이다. 또한 교수들은 정년과 임금 문제의 경우, 학교가 노동자 측과 직접 협상을 해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한 부분이라고도 설명했다.

실제로 부경대와 서경대의 경우, 알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직고용 전환과정에서 전체소요비용에 있어 변화가 없었거나, 애초에 용역회사와 직고용에 각각 소요되는 비용을 계산했을 때 별 차이가 없었다고 답했다.

 

써먹기 편한 간판 ‘인권’과 ‘평화’

인권! 평화! 성공회대가 잘 쓰는 멋진 간판이다. 성공회대라고 하면 늘 앞에 붙는 수식어이고, 학부제로 개편하며 학교가 신입생들에게 교양필수로 가르치겠다고 했던 가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고는 살인이다 원직복직 시행하라”, “우리도 한 식구다 학교는 응답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는 해직노동자들 앞에서, 노사 간에 해결해야하는 문제라며 뒷짐 지는 학교가 과연 인권과 평화를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다른 대학이 전부 용역회사를 쓰더라도, 최소한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라는 성공회대는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

서경대학교는 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법인세, 회사 운영비랑 이윤 같은 걸 다 계산하면 비용 면에서 유효할 게 없어요. 차라리 그런 것들을 근로자한테 조금이라도 더 드리는 게 낫지요”

노동자들의 ‘진짜 고용주’인 성공회대가 인권과 평화라는 간판에 걸맞은 책임을 질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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