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민, SEIZE THE MOMENT!

  • 등록 2016.08.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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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 소소한 이야기들, 통일에 관한 이야기, 도전하는 이야기,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

, Carpe diem(순간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

-죽은 시인의 사회 中에서-

작년 여름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각계각층의 국민 250여 명이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베이징에서 각각 출발한 열차는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떠났다. 러시아와 중국·몽골·벨라루스·폴란드·독일 등 6개국을 거쳐 독일 베를린까지 1만4400㎞를 달리고 돌아온 여정. 그 여정 속에 환하게 웃으며 많은 것을 얻고 돌아온 세종대 학우 김보민 씨를 만났다.

유라시아 특급열차를 지원하게 된 계기가 뭐예요?

어머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신데 지금 코레일 오케스트라에 계세요. 유라시아 열차 행사가 코레일이랑 외교부에서 주관한 행사거든요. 거기에 뜬 공지를 본 어머니가 “보민아, 너 지원해봐라” 하셔서 지원하게 되었어요. 어학 부분을 모집하기에 거기에 지원했어요. 그런데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많서 중국어 특기자 중심으로 지원하게 되었는데, 이 기차가 노선이 중국 출발이랑 러시아 출발 두 개가 있어요. 그리고 러시아 중간 즈음에서 만나요. 저는 중국어 분야로 지원했으니 당연히 중국으로 출발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몽골이랑 중국 둘 다 가봐서 러시아로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뽑히고 나서 담당자분께 러시아로 가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래 가!” 하고 바꿔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러시아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탔는데 같이 다닌 언니들이 “보민아, 너는 중국어 특기자인데 왜 여기에 있는 거야?”라고 계속 놀렸어요.

 

본인 생각에 자신이 유라시아 열차에 잘 어울릴 수 있었을 거 같았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잘 어울리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작년이니까 제가 21살에 갔는데 완전 막내였거든요. 막내라고 일행분들이 되게 예뻐 해주셨어요. 기차의 객실 칸에 침실이 칸칸이 들어있어요. 그 사이 복도를 지나다 보면 “막내야 들어와라.” 하세요. 그럼 “네!” 하는 거죠. 가보면 아침부터 보드카를 마시는 거예요. 러시아를 가니까 보드카가 싸잖아요. 그래서 정말 과장이 아니라 3일 빼고 매일매일 보드카를 마셨던 거 같아요. 이거 부모님께는 비밀인데… 그리고 대단한 분들이 너무 많았어요. 네이버나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면 이름이 뜨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막 화가, 영화 애니메이션 감독님, 안현수 선수랑 김연아 선수 통역하신 분도 있었고 유명하신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이이기를 들어보니 모두 다 재미있으시고 이야기하는 것도 평범한 사람이랑 다를 것 없이 똑같은 거예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 기억이 남는 것은 3일동안 못 내리는 구간이 있어요. 원래는 기차에서 내려서 호텔에서 잠깐 쉬면서 씻고 하는데 3일동안 못 내리니까 씻을 수가 없어요. 씻을 수 있는 기차 칸이 있는데 물을 막아놨어요. 그래서 언니들이랑 페트병에 물을 채워서 같이 머리를 감았어요. 저 되게 한국에서는 씻는 거 좋아하는데 거기 갔다 와서는 안 씻어도 될 거 같고.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일 있지만 그게 정말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것은 같이 공연하시는 분들인데 ‘소리개’라는 국악이랑 비보이를 같이 하는 현대적인 국악단인데 정말 너무 멋졌어요. 그분들이 공연할 때도 정말 멋있고 숙소 지나면 보드카를 마시고 신나셔가지고 막 자진모리장단을 쳐볼까 하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그리고 열차 안에서 라디오 방송도 했어요. 사회자분도 오셨는데 이선균 목소리랑 정말 똑같았어요. 이제 일주일 정도 기차에서 서로 알게 되었을 때, ‘라디오는 사랑을 싣고’라는 방송을 했어요. 청춘 남녀가 모였는데 ‘썸’이 안 생길 수 없잖아요? 그런데 어떤 사연에 “누구누구 언니 너무 예뻐요. 머리를 안 감아도 빛이 나요”라는 사연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같이 다니는 언니에게 “언니, 저희도 해볼까요?”라고 제안을 했어요. 그리고 가서 소리개에서 징을 치는 오빠가 정말 멋있어서 ‘소리개 중 한 분이 제 마음에 징을 쳤어요.’라고 사연을 남겼어요. 제가 안 보낸 척 하고 있다가 나중에 말씀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어요.

유라시아 특급열차가 품고 있는 마음이 광복 70주년이자 통일이잖아요. 이 열차를 타기 이전에 ‘통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솔직히 통일에 대해서 생각이 없었어요. 언급하는 일도 없고 주변에서 생각할 기회가 없잖아요. 내 생활하기도 벅찬데 통일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이번 여행에서 통일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도 하고, 북한 연구가분들도 계셔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통일에 대해서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대학생들이 인식이 있어야 개선을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주변에서 통일에 노출될 기회도 없고 그런 기회자체가 없는 게 아쉬워요. 그리고 친구들한테 물어봐도 통일하면 생각하는 게 “우리가 북한한테 돈을 많이 줘야 하잖아.”, “우리 때 통일되겠어?”, “너무 어렵고 경제적인 이야기잖아.” 등의 말을 많이 들어요. 그런데 제가 가서 느낀 것은 그냥 주제 하나만 던지고 이야기해도 어려운 말 하나 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런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작년에 경의선 도라산역에 ‘통일 플랫폼’이 개장되었는데, 물론 북한과 연결되지는 않지만 노래 ‘경의선 타고’ 처럼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북경, 런던까지 갈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거 같아요?

저희도 그 이야기를 모두 했어요. 꼭 이 구성원들로 다시 갈 수 있게 서울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있었으면 좋겠다. 코레일 사장님도 이야기했고 모두 다 그런 염원을 했어요. 저는 구체적으로는 많이 아는 게 없어서 뭐라고는 잘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그래도 한 번 더 행사가 열리면 북한으로 가는 열차가 뚫렸으면 좋겠다고 모두 말을 했어요.

이번 활동 이전에 해봤던 다른 경험들은 없나요?

관광공사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가로수길이나 명동에서 외국인들에게 길을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이에요. 그리고 한⋅중 청소년 문화교류라고 한 10일간 중국에 다녀올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어요. 그것도 다양한 분들이랑 만날 기회였는데, 나중에 보고서 쓸 때, 어떻게 잘 썼더니 장관상을 받았어요. 그것도 진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보민 씨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는 대학생들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잖아요. 종종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도 핑계를 대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주변 지인이나, 친구 중에 도전하지 않고 이를 두려워하거나 겁내 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seize the moment”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 나온 말인데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이에요. 지금 나이도 지금 이 순간의 나이이고 솔직히 대학에 등록금 300만 원 내고 다니는데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려봐야 하는 거 같아요. 지금은 나이가 어리니까 뭘 해도 다 이해를 해줘요. 이런 큰 장점이 있는데 왜 도전을 안 하는 건지,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유라시아를 갔다 와서 느낀 것은 제가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어요. 나름 뭘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열차에 탑승하신 분들에 비해서는 비교할 수가 없어요.

지금 시대가 ‘문송합니다’ 이런 말도 많이 나오고 취업도 어렵잖아요. 정말 학점이 완전 최상위가 아니거나 스펙이 완전 좋지 않으면 솔직히 어렵잖아요. 그리고 직업을 다 떠나서 ‘학교, 집, 학교, 집’ 이 구조가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일상 속에서도 자기가 스토리를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어디 나가서 내 스토리를 하나 만들 수 있게 그거를 하나 목표로 하고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어떤 행사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도전했던 거에 의의를 두는 게 맞는 거로 생각하거든요. 자기소개서를 써보고 언제 또 써보겠어요. 그런 거로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평범한 일상에 스토리를 만드는 것.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부터 내가 느낀 감정 하나하나를 기록하는 것. 쉽지 않은 시도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변화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변화라는 것은 두근거리고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남들 따라가다가 안 좋은 꼴을 볼 수도 있다. 내가 변화하고자 하는 이유를 먼저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

 

그냥 너무 일상이 무료한 거예요. 공부하는 것도 좋은데 즐겁지 않은 거예요. 새로운 사람 만날 일도 없고. 그리고 저는 어릴 때부터 예술을 되게 좋아했어요. 어디 나가서 나를 표현할 기회도 많이 없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해소할 일이 없는데 그런 기회가 필요했어요. 저는 소통이 되게 중요시하는데 대외활동을 통해서 이런 부분들을 많이 해소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곧 1학기가 끝이 난다. 새롭게 학교에 들어온 새내기들도 한 학기 동안의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미래의 모습을 그려나가게 될 것이다. 작년 새내기 때의 여름을 뜨겁게 보낸 보민 씨. 올해 여름에는 어떤 모습으로 지내게 될까?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는데 대관령 국제음악제가 있어요. 제가 음악, 예술을 되게 좋아해요. 작년에 유라시아 끝나고 합창단도 했는데 무대에 서는 것도 좋고 음악도 너무 좋아해서 이번에 대관령 국제음악제 인턴십으로 지원했어요. 안내나 서포터즈를 할 기회가 있더라고요.

이런 대외활동에 많이 지원해 보셨잖아요. 혹시 자신만의 자기소개서 팁이 있다면?

정말 자부할 수 있는 게 제가 자기소개서를 6~7개를 썼어요. 수시 준비하면서 많이 썼는데 자소서 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스토리텔링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거짓말을 절대 하면 안돼요. 말을 예쁘게 꾸미는 것은 괜찮은데 거짓말을 하면 다 들통이 나는 것은 당연한 거죠. 그리고 모두가 글을 읽었을 때 공감할 수 있고 일상적인 상황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글이 좋은 자기소개서 같아요. 내가 사소한 일상에서 찾은 것에 감동을 담았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의 진로는 어떻게 돼요?

고민이 되게 많은데 일단, 앞으로 이런 문화사업 관련 콘텐츠나 사업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싶기는 해요. 관광공사에 들어가서 일해도 너무 좋고 외국에서 일해도 너무 좋고. 그런 걸 하고 싶어요. 그리고 사람 만나는 거랑 언어를 배우는 것, 음악, 예술이 제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서 그러면 너무 좋겠죠?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느낀 것들이나 통일에 대해서 생각이 바뀐 점들과 같이 이번 여행을 다녀와서 제일 크게 변한 생각이 있어요?

크게 변한 생각은 진짜 ‘도전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이게 명언이라는 것을 정말 느낀 거 같아요. 저도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학생인데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런 큰 행사에도 참여하게 되고 도전해야 하는 거 같아요.

오히려 저 자신에게 와 닿는 말인 거 같은데, 이런 경험을 하면서 본인의 가치관이 확립되어 가는 게 느껴져요?

내가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고 어떤 것을 우선시했을 때 행복을 느끼는지 알 수 있게 됐어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미래의 나도 내 자신과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 수많은 경험을 통해 우리가 만나러 가는 최종 도착지는 결국 내 자신이 아닐까?

“지금 만나러 갑니다.”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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