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주 동안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사진작가 브랜드 스탠튼의 사진집 'Humans of New York'로부터 시작된 인터뷰 무브먼트 '휴먼스(HUMANS)'는 전 세계적 반향을 이끌고 있다. 회대알리는 성공회대학교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 성공회대판 휴먼스, 즉 ‘휴스쿠(Humans Of SKHU)’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한다.
휴스쿠가 만난 첫 번째 인물은 성공회대학교 최고 유쾌한 교수, 정윤수 교수다.
Q. 아직은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를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 소개와 더불어 간단히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확한 소속으로는 문화대학원 전임 교수로 있어요. 우리 학교에 대학원이 몇 개가 있는데 그중 문화대학원 교수로 온 지 올해 지나면 5년째 들어가요. 그전에는 한신대학교에서 2년 정도 있었어요.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은 없었고 (웃음) 문화대학원의 어떤 특수한 교육 목표가 있거든요. 우리나라의 문화기획 현장에서 벌어지는 많은 실천적인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는 교과목들이 있는데, 그 자리에 새로운 교수가 필요하다고 해서 공채 과정을 통해 이 학교에 오게 됐어요.
외래 교수, 인문 학습원으로 왔던 것까지 하면 우리 학교랑은 거의 15년 가까이 인연이 있죠. 2021년도에는 신방 전공에서 필요로 하는 스포츠와 문화기획에 관한 교육을 1학기에 ‘스포츠와 미디어’, 2학기에 ‘기획과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진행했어요.
Q. 문화평론가, 스포츠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요즘 교수님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94년도부터 경향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했어요. 40대 넘어서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우리 학교에 왔습니다. 그 후에 한겨레 신문, 동아일보 또 여러 매체를 거쳐서 다시 경향신문. 현재 경향신문에서 ‘오프사이드’라는 고정 칼럼을 2010-11년부터 10년째 장기 연재를 하고 있어요.
요즘은 스트리트 우먼 파이트(이하 스우파)도 있고, 수업에서 언급한 문화도시 같은 것도 관심을 갖고 있어요. 또, 도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탈의 현상과 같은 매각에서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의 열기에도 집중하고 있어요.
근데 제가 관심을 두는 것은 개별 분야나 장르가 아니라 ‘왜 이것이 우리 시대의 하나의 뜨거운 화제가 되고 화두가 되는지’, ‘다양한 모습들이 우리 시대의 어떤 사회적 욕망, 불안, 불만이 어떻게 문화로 드러나는지’ 등이에요. 그래서 계속 관심을 두고 보고 있죠. ‘주현영 기자’도 열심히 보고 있고 흉내도 내고 있고. 흉내? 아니면 뭐 모창? 뭐 아무튼. 따라 하긴 하는데, 잘 안 돼요. (웃음)
Q. 그렇다면, <스트릿 우먼 파이터> 파이널에서 문자 투표는 어느 팀에 하셨나요?
응원하는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있었어요. 문자 투표는 못했어요. 만약 지금 하라고 그러면 허니제이. 스토리가 있어서 하고 싶더라고요. 이미 그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스토리 라인을 그냥 만들어서 우리한테 줘버렸고, 아마도 스토리를 안 가진 캐릭터들은 없겠지만 그 스토리가 워낙 강하게 들어왔어요.
다른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스우파 댄서들이 나간 걸 봤는데, 거기서 보니까 모니카라는 분이 그냥 모니카가 아니었더라고요. 정말 리더답고 괜찮은 맏언니 역할을 하고 있더라고.
Q. <라디오 북클럽 정.윤.수입니다>, <정윤수의 도전무한지식> 등 라디오 진행도 해오셨던데,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전달됐으면 하는 얘기가 있어요. 아마 그분이 이걸 볼 일은 없겠죠? 제가 디제이로 참여하고, 작가분들과 피디분들이 있잖아요. 작가분들한테 미안한 기억이 있어요.
가끔 서로 안 맞을 때가 있어요. 여러분들이 라디오를 듣다 보면 시그널이 울리면서 ‘오늘 하루 여러분들 수고하셨어요’ 같은 좋은 멘트로 시작하잖아요. 이런 멘트를 작가분들이 다 쓰는데 그게 저랑 안 맞을 때가 있었어요. 근데 저는 그걸 곧이곧대로 읽기가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걸 읽을 때 불편해하는 내색을 하거나 ‘멘트를 직접 바꿔서 하겠다’고 한 적도 있어요. 작가분들은 보통 알겠다고 하죠. 돌아보면 제가 작가분들의 노동이나 고생을 무시한 결과인 거예요. 라디오 진행자이자, 교수라고 하니 작가분들이 싫어도 말을 잘 못 했을 거라고 봐요. 제 생각만 한 거죠. 더 좋고 멋있는 말을 제 식으로 하려고 바꾼 거지만, 어쨌든, 정해진 원고를 잘 소화하는 것도 진행자의 의무인데 라디오 진행자로서의 정체성은 잘 못 했다고 볼 수 있죠. (웃음)
Q. 한동안 비대면으로 수업을 하다가 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생긴 변화도 있을 것 같아요. 불편함이나 한계점이 있나요?
그렇죠. 불편한 게 한두 개가 아니죠. 근데 ‘우리가 익숙했던 것이 편하다’라는 뜻은 아니에요. 기본적으로는 철저한 방역 또 학교의 지침의 범위 내에서 규칙을 정하는 거죠. 제가 진행하는 수업은 상호작용이 중요한데, 일방적으로 수업을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학생들이 제 표정을 보고 ‘어떤 걸 강조하는지’ 등 수업의 분위기를 결정하기도 해요. 수업 중에 돌아다니는 편인데 무척 자제하고 있어요. 우리가 눈만 봐서는 감정과 생각을 알 수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아쉽긴 하죠.
Q. 교수님의 클래식 수업을 좋아한다며, 학부에 음악을 주제로 한 강의를 개설하실 의향이 있나하는 질문이 있었어요.
학생 개인이 혼자 요청하면 잘 안 될 것 같고, 관심 있는 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요청하면 될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는 클래식의 문화사 수업을 해요. 누군지 거기로 청강 왔었던 것 같아요. 짐작이 가네요. 그 정도로 클래식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던 학생인 것 같아요.
모차르트다 베토벤은 그 시대의 새로운 사상, 혁신적인 음악의 발전을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시대의 철학자, 시인들이 자기 계급을 비판하는데도 좋아할 만큼 대단하게 평가했어요.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쓸쓸하고 외롭게 살다 죽어간 사람’처럼 너무 빈약하게 이해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베토벤이든 차이콥스키든 그들이 활동하던 시대의 정치적 상황, 그 시대를 압도했었던 사상들, 그들의 음악에는 어떻게 드러났는가를 함께 공부한다면 학부 학생들도 클래식 음악을 새롭게 듣는 차원을 넘어서 서양의 역사를 풍부하게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된다면 개설할 의향이 있어요. 특히 열림교양대학에서는 이런 시선의 확장을 추구하는 교육 이념이 있으니까 언젠가 한 번 요청해볼게요.
Q. 가끔 학생 식당에서 학생들 밥을 사주실 만큼 친근한 교수님이시잖아요. 이런 부분은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신 건가요? 원래 교수님의 성격인가요?
여러분들 식구라는 말 있죠. 먹을 식(食)에다가 입 구(口). 밥을 같이 먹는 그 관계를 식구라고 하거든요. 다른 말로 가족이지만, 식구. ‘우리 식구다’, ‘야 식구끼리 왜 싸우고 그러느냐’ 할 때. 같이 밥 먹는 입을 가진 사람들을 말하거든요. 우리 학교도 식구 공동체 같은 게 있어요. 박경태 선생님이나 전현택 선생님도 학생들한테 잘하시는데, 그분들만큼은 못하지만 그렇게 하면 저도 즐겁고 때로는 수업에 사소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해요.
Q. ‘교수님의 과제 채점 기준’과 ‘A+을 받는 방법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도 있었어요. 이 부분에 대해 답변해주실 수 있나요?
‘스포츠와 미디어’나 ‘기획과 프레젠테이션’은 통상적인 교과목의 시험/채점 방식과는 다르죠. 특히 기획과 프레젠테이션은 스스로 만들어서 제출하지 않으면 채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돼 있어요. ‘A+을 받는 비법’은 어느 수업이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수업할 때 교수가 저나 다른 교수들이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어떤 포인트들이 있어요. 저 얘기 또 하네 싶을 정도로. (웃음) 반복해서 같은 내용을 강조하면 ‘저렇게 시험을 낸다는 거구나’ 이렇게 이해를 하는 게 더 빠를 거예요. 제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독창적인 표현 두 가지가 다 살아있어야 해요. 디테일이 풍부해야 해요. 근데 자기 나름의 색깔과 독창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도 중요해요.
Q. 가끔 교수님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교수님들과의 축구 이야기 조금 해주세요. 어떤 포지션을 맡고 계시는지, 교수님이 뽑는 MVP는 누구인지, 기억에 남는 경기 등이 궁금합니다.
우리 학교 축구팀은 내가 없으면 공격력에 전력의 70%가 없어진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농담이고요. 우리 학교 교수회 축구단에서 팀의 최고 기둥은 박경태 교수예요. 강력한 피지컬, 정교한 기술 그리고 총무가 아님에도 늘 물통과 비품을 나르는 일을 도맡아서 하시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시죠. 박경태 교수나 김창남 교수, 요즘은 자주 안 오지만 가수 안치환 씨도 굉장히 잘했어요. 또 이지상 교수도 기교가 아주 뛰어나요. 그래봐야 다 동네 축구지만. (웃음) 저는 늘 공격을 도맡아서 하고 있고 수비에 잘 안 내려와요. 그래서 같은 편한테 ‘야 수비 좀 하라’고 얘기를 듣기도 하는데, 두세 골을 터트려서 연명하고 있습니다.
Q. 다음 주에도 하세요?
네 해요. 매주 수요일 3시 매주 수요일 3시에 한 지 20년이 돼가요. 팀은 그날그날 나와서 짜요. 굉장히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발해요. 약간 잘하는 선수, 못한 선수가 얼핏 있기 때문에 잘하는 선수, 못하는 선수 각각 묶어 가위바위보 해요. 저는 처음에 늘 잘하는 선수들과 했었는데, 지금 약간 밀려서 ‘이분하고 내가 가위바위보를 해야 하나’하는 분과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어요. 그분은 굉장히 기뻐해요.
Q. 휴스쿠 팀에서 인터뷰이 상시 모집을 생각 중인데, 다음 인터뷰이로 추천하실 분 있나요?
: 일단 학생들이 가장 접하게 되는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어요. 특히 신임 교수들이요. 학생들은 새로 오신 교수들을 완전히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저는 신임 교수들이 이런 자리에서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재 인터뷰이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링크로 인터뷰이를 추천해주세요!
글=황혜영 기자(hyeng925@gmail.com)
사진=방의진 기자
취재=황혜영, 방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