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젠더연구소는 정연보 교수, 김미란 교수, 김순남 교수, 김영선 교수가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 젠더연구소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젠더와 섹슈얼리티 등 다양한 페미니즘 학문을 연구해 학내 연구 기반을 마련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을 진행해 학생들이 현장에 나가 활동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허브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이달 22일 젠더연구소와 농림생태환경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제7회 생태환경포럼 특강 ‘기후위기 시대, 페미니즘과 생태를 사유하기: 에코페미니즘’은 앞으로 젠더연구소가 나아갈 방향을 드러냈다. 학생들이 현장과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 많은 이들이 젠더연구소의 논의에 함께할 수 있도록 한다. 출범 이전부터 연구소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연구와 학생들의 관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회대알리는 17일 정연보 젠더연구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내 구성원들의 오랜 염원만큼 젠더연구소에 대한 관심이 높다. 회대알리가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추려 물어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향후 젠더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활동에 참여해 직접 물어볼 수 있다.
성공회대학교 젠더연구소는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공회대학교 젠더연구소는 젠더와 섹슈얼리티 연구, 여성학, 페미니즘 등 학문 분야를 중심적으로 연구해요. 학술 외에도 융합적인 연구, 관련 학제 간 연구, 연구 기반 교육 및 학술 교류, 사회 교류, 자료 수집과 보관 쪽으로 향후 활동을 하려 해요. 또한 궁극적으로 젠더 연구의 발전과 학문 후속 세대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발전하는 데 기여하려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학술 목적으로 만들어진 연구소지만, 젠더와 페미니즘 연구가 현장에서 벗어난 상아탑 속 연구만 얘기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현장과 이론 연결에 초점이 있을 듯 해요.
성공회대는 이론과 현장 연결에 대한 오랜 고민과 전통이 있어요. 우리 대학원의 실천여성학대학원이나 시민평화대학원생 분들이 오랫동안 현장에서 활동하다 이론과 현장을 연결하고 싶어 많이 오세요. 젠더연구소가 대학원생들의 진출 기반이 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고민하고 있어요. 향후 젠더 이슈 관련 이론과 현장을 연결하도록 기대하고 있습니다.
젠더연구소 구성원으로는, 제가 연구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젠더 이론과 인식론, 과학기술, 생태와 젠더 분야를 맡고 있어요. 실천여성학 전공주임을 맡고 계신 김영선 교수님이 여성운동과 여성사 분야를 맡고 계세요. 운영위원회에는 김영선 교수님과 김미란 교수님이 있으세요. 김미란 교수님은 동아시아연구소 소속이지만, 계속 실천여성학 전공을 같이 해오셨어요. 동아시아의 젠더 이슈를 다루고 계세요. 김순남 연구교수님은 섹슈얼리티 이슈를 맡고 계세요. 외부에서는 가족구성권연구소장을 맡고 활동 중이시고요. 현재는 이렇게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기초 토론을 하고 있어요. 학부 및 대학원에서 젠더 이슈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을 연결하는 허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연구소라고 하면 어떤 곳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고 하는데, 연구소를 어떤 곳이라 생각하면 될까요?
학내 연구소는 연구자들의 연구 기반이에요. 주로 교육활동은 강의를 통해 이뤄지지만,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교육과 연구 두 가지가 중요하게 작동해요. 연구를 계속해야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연구의 성과를 확산하는 것도 중요해 연구의 기반이 되는 게 핵심적인 부분이 되겠네요.
연구의 성과를 알리는 사업들은 학술적 행사도 있지만, 좀 더 대중적 행사도 있을 수 있어요. 학부생들 입장에서는 그런 연구소 주최 행사 같은 곳에서 최신 연구의 성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24일에 진행할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감상회 자리처럼 대중적 행사도 할 수 있으면 해보려고요. 그리고 대학원생들을 연구원으로 위촉하게 되면 학부생들의 멘토 개념으로, 강연이나 특강을 주최해 향후 젠더 분야 연구나 활동을 할 때 어떤 롤모델을 가질 수 있을지 생각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젠더 연구소가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요?
학부생들이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느끼고, 여성학연계전공 설치를 바란 학생도 많았어요. 젠더 관련 행사를 하면 많은 관심을 갖고 오기도 하고요. 학술 행사, 대중 연구 행사, 연구 활동 발표 같은 걸 할 때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겠어요. 물론 중심적인 일들은 연구자 위주로 이뤄지긴 하지만, 현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중요하니 학생들이 느끼는 고민이나 다른 부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면 좋겠어요. 혹은 토론회 제안이나 대안이 있으면 언제든 환영해요. 이런 걸 참고해 학생들이 관심 갖는 연구가 많이 이뤄지면 좋겠어요. 아직 시작 단계라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향후 안정적 기반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얘기가 나온 김에, 연구소라 하니 후원이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묻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후원에는 금전적 후원도 있지만, 참여나 지지를 표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도 있어요. 어떤 길이 있을까요?
너무 감사한 말씀이고요(웃음), 농림생태연구소의 경우 학생 모임을 만들어 같이 일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저희가 돈이 있으면 인건비를 드리고 조교로 우리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이 참여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홍보를 도와주거나 재능기부를 해주실 수도 있고요. 와서 질문을 많이 해주거나, 행사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나눠주시면 기획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학내 모임이 있으면 연계해서 같이 하는 것도 좋을 듯 해요.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에서 지난 번에 주최한 행사를 보니 연구자들이나 교수들도 발표를 많이 하지만, 라운드 테이블로 진행해 학부생 대표나 학생자치단체에서 젠더 이슈 관련해 발표자를 모셔 오기도 해요. 시니어 연구자도 모셔서 같이 대화하는 자리도 있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나중에 기획이나 조직을 함께하면 좋을 듯해요.
한겨레나 서울신문 등 언론사에 젠더 이슈 전담 조직이 만들어지고, 대학언론에서도 젠더 이슈를 다루는 기사가 많이 늘고 있어요. 대학생 독자들과 대학언론을 하는 이들이 젠더 이슈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젠더 이슈 전담조직이 있는 언론사의 젠더 기사와 그렇지 않은 곳의 기사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젠더 이슈에 무감한 언론사는 ‘젠더 갈등’이라는 프레임을 선정적으로, 혹은 포퓰리즘 차원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를 통해 젠더 이슈를 상당히 왜곡하고 있고,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혐오 발언을 하는 존재로 왜곡하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 드네요. 젠더 이슈에 관심을 가진 기자들이 모여 심층적으로 젠더 문제에 접근하고, 원인과 진단을 분석하며 어떻게 더 나은 사회로 만들 수 있을지 제시하는 기사들도 드물지만 가끔 보여요.
대학언론도 그런 부분에서, 기존의 경쟁이나 적자생존이라는 프레임으로 다루기보다는 사회적 약자나 여성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었던 맥락에서 분석하는 기사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성차별과 억압을 바로 볼 수 있게 하는 언론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부분에서 접근하고, 다른 소수자들과의 교차적 연대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켜 온 페미니즘의 흐름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반해 젠더 이슈에 대한 다각적 접근이 많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요.
22일에 진행하는 에코 페미니즘 강의 ‘기후위기 시대, 페미니즘과 생태를 사유하기: 에코페미니즘’의 기획 의도와 의의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요.
우리 학교 농림생태연구소와 공동으로 주최해요. 우리가 팬데믹을 경험하며 재난과 팬데믹은 한 차례 진행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 변화가 필요한 문제임을 인식하게 되었잖아요. 이것이 기후위기와 연결되었다는 분석도 있고, 기후위기 시기 시급한 이슈들과 페미니즘이 어떤 연관이 있을까 질문할 수도 있어요. 사실은 이런 재난이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다가오는 성별화된 결과가 있어요. 기후위기의 원인이 된 성장중심주의나 인간중심주의, 이런 발전주의 같은 게 페미니즘에서 비판해 온 여러 이원론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어요.
에코페미니즘은 이런 이슈들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이렇게 생태주의와 에코페미니즘을 연관시키는 교차적인 관점이 현재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최근에는 그쪽에 관심을 갖고 더 연구하고 교육하려 해요. 에코 페미니즘 강의에서는 이런 부분을 잘 얘기해줄 수 있는 달과 나무의 김신효정 선생님을 모시고, 토론의 장을 마련해보려 합니다.
22일 낮 12시에는 젠더연구소와 농림생태환경연구소가 성공회대 새천년관에서 제7회 생태환경포럼 ‘기후위기 시대, 페미니즘과 생태를 사유하기: 에코페미니즘’ 특강을 주최했다.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 나무’의 김신효정 연구위원이 발표를 맡았다. 같은 시간에 진행하던 강의 젠더사회학의 특강이지만, 포럼처럼 외부인들에게도 열린 행사였다. 젠더사회학을 수강하지 않는 학생들도 다수 참여했다.
특강에서 여성환경연대 기후우울 워크샵에서 나온 글을 공유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에코페미니즘 이론, 여성주의 정치생태학, 한국의 여성환경운동 등 기후위기 시대의 에코페미니즘 이론과 실천에 대한 담론을 공유했다. 김 연구위원은 “개인과 환경, 삶의 방향과 실천 방향을 연결하고 이를 이루는 정치적 과정에 함께 하면 좋겠다”는 말로 특강을 마무리 지었다.
젠더연구소는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김경희 선임연구위원을 초빙해 2022 성공회대 실천여성학 학술포럼 ‘적극적 조치와 역차별’을 주최했다. 24일 목요일 오후 1시 20분에는 이천환기념관 시청각실에서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상영회를 진행한다. 학부생의 제안을 통해 열린 행사로, 출연 배우 또한 성공회대 출신이라 공동체 상영의 의미가 있다. 25일 오후 2시에는 온라인으로 김순남 연구교수의 책 ‘가족을 구성할 권리: 혈연과 결혼뿐인 사회에서 새로운 유대를 상상하는 법’ 북토크를 주최한다.
젠더연구소라는 새로운 방식
젠더연구소는 여러 활동을 통해 학문과 학생을 연결하고, 학생과 현장을 이어주려 한다. 학생들은 이 점을 크게 기대한다. 여러 학생들이 페미니즘과 젠더 이슈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를 배우고 실천할 기회는 부족해 아쉬움을 표해왔다. 성공회대는 올해 1학기부터 혁신융합전공을 폐지했다. 학생들이 대안적 의제를 학습하기 어려워졌다. 여성학전공 신설 요구에 대해서도 학교 측은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학생사회에는 인권친화적 기조와 이에 반하는 의견이 혼재되어 있다. 비대면 강의 이후 학생들은 단절되었다. 젠더 이슈를 말할 자리가 줄었다. 학생 개인의 의견이 담론으로 나아가기 어려워졌다. 정연보 젠더연구소장은 인터뷰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다.
“요즘 젠더 문제, 여성 혐오가 기사에 등장하고 관련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해요. 이러다 보니 젠더 이슈에 대해 얘기하는 걸 조심스러워하거나 꺼리는 경향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게 우울감을 만들기도 하고, 개인주의적 흐름에 따라 페미니즘을 위험하거나 혐오 담론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어요. 이런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공론화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로 함께 풀어갈 수 있도록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거기에 젠더연구소가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젠더연구소는 사람들 사이의 담의를 이어가려 한다. 젠더연구소의 행보는 젠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이들의 대화를 드러내도록 할 것이다. 함께 나누는 이야기는 행사의 순서나 질의에 지나지 않는다. 말을 나누며 사람들은 젠더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동료로 거듭난다.
취재, 사진: 강성진 기자, 유지은 기자, 황혜영 기자
글: 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