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못 주제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기사를 쓰지 말자는 마음에서 기획했습니다. 저희는 어설픈 '잘알'보다는 '알못'이 되기로 했습니다. 한 번의 경험에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한 번의 취재로도 당사자와 외부인의 어려움을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알못 주제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놓쳤던 것들을 만나고 체험합니다. 이 기사를 통해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조금이나마 알아가며 공감할 수 있도록 저희가 느낀 현장 그대로를 전달하겠습니다.
인천시는 지난해 247대로 운영되던 현금 없는 버스를 지난 7월부터 951대로 확대했다. 인천시 현금 승차 비율은 지난해 1.68%로, 현금 요금함 유지·관리 비용은 연간 3억6000만원에 달한다. 더불어 2009년 도입한 현금 요금함 교체 시기가 도래해 약 85억6000만원이 교체 비용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시는 현금 없는 버스 확대로 현금 요금함 교체 및 각종 유지·관리 비용인 89억원의 예산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현금 대체 탑승 방안으로 요금 납부안내서를 읽고 계좌이체를 하거나 모바일 앱으로 간편 충전해 사용하는 모바일 교통카드 구입, 차량 내 비치된 교통카드 구매 등을 제시하고 있다.
현금 없는 버스에 이어 현금 없는 매장까지, 우리 사회에서 현금 사용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를 대신해 '카드'가 우리의 지갑을 꿰찼다. 어릴 적 한두 장 들어있던 만 원짜리 지폐는 이제 두세 장의 카드가 대신한다.
이에 외대알리는 현금만으로 하루를 살아보기로 마음먹고 통학길에 올랐다.
인천에서 이문동까지
현금으로 버스를 타기 위해 은행에 들러 30,000원을 인출했다. 현금 인출을 해본 게 몇 년 만인지 조금은 어색했다.
카드를 꽂자 보이스피싱을 조심하라는 몇 줄의 문구가 나타났고, 카드번호를 누른 후 인출한 현금을 지갑에 꽂아 넣었다. 수수료로 1,000원을 가져가는 ATM이 조금은 괘씸하기도 했다.
시작부터 편치 않았다. 출근과 등교로 북적북적한 버스 정류장에서 기사님께 말을 어떻게 건네야 하는지만 머리에 맴돌았다.
'현금 없는 인천버스'라는 문구와 함께 부평역으로 향하는 버스가 들어왔다. 버스에 타니 카드를 찍을 수 있는 단말기만 있었고, 현금을 넣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기사님께 "혹시 계좌이체 되나요?"라는 말 한마디를 건넸다.
기사님께 버스회사의 계좌번호가 담긴 종이 한 장을 건네받았다. 얼마를 보낼지 몰라 현금 가격인 1,600원을 보냈다. 알고 보니 계좌이체 가격은 1,300원이었다.
부평역에 내리자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평소라면 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탈 때 같은 카드로 환승했겠지만, 오늘은 일회용 교통카드를 구매해야 했다.
지하철에 70분간 몸을 맡기고 외대앞역에 도착했다. 일회용 카드를 개찰구 단말기에 대니 "보증금을 환급받으세요"라는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1번 출구로 나가는 길에 보증금 환급기를 찾을 수 있었다. 500원을 돌려받았고 카드와 명함만 꽂혀있던 카드지갑은 잔돈으로 부풀어 갔다.
식당·카페서도 현금 결제 가능해..."키오스크 이용하세요"
수업이 끝난 후 가장 걱정되는 건 식당과 카페 이용. 키오스크 도입이 확대된 상황에서 혹여나 '현금을 안 받지 않을까?' 우려했다.
후문에 위치한 '밀플랜비'로 향했다. 본래 키오스크로 결제하는 곳임을 알아 현금 결제가 되냐고 물을 참이었다. 예상외로 돌아온 대답은 "키오스크에서 현금 결제돼요"였다.
키오스크에 지폐를 넣는 건 처음이라 어색했다. 결제가 됐다는 알림과 함께 영수증과 잔돈이 나왔다. 지갑은 현금을 사용하는 만큼 두툼해졌다. 집 안 어딘가 놓여있는 저금통을 다시 꺼내야겠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식사 후 역 앞 공차로 향했다. 5,800원짜리 음료를 구매하기 위해 10,000원을 냈고 잔돈 3,200원을 받았다.
1,000원을 덜 받았다고 말하자 웃음과 함께 나머지를 받을 수 있었다. 카드로 결제할 땐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반가웠다.
외대앞역 현금 이용 시 불편해...보증금 환급기는 1층에만
학교에서 다시 집으로 향하려니 막막했다. 50km가 넘는 거리를 '만능템' 카드 없이 다니려니 고려할 사항들이 많아졌다.
인천행 열차를 타려면 2층을 통해 가는 것이 수월하다. 2층에서 부평행 승차권을 끊고 개찰구로 향했다. 2층 역사를 둘러보니 승차권 발매기만 있고 보증금 환급기는 없었다.
의정부나 소요산에서 외대 방면으로 올 때는 2층 역사에서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통해 나가는 게 편하다. 하행선 열차를 탄 경우 보증금 환급을 위해 2층에 올라왔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가야 하는 점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부평역에 도착해서 보증금을 환급받고 버스를 탄 뒤에는 '현금 없는 인천버스' 문구가 보임과 함께 다시 계좌 이체가 가능하냐는 말을 뱉어야 했다.
보증금 제외해도 현금보다 카드가 저렴해
카드를 사용하면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3,900원이 든다. 현금을 사용했을 땐 보증금 500원을 제외해도 6,500원이다. 버스에서 지하철을 갈아탈 때 환승이 되지 않는 점이 가장 번거로웠다.
현금으로 하루를 보내는 동안 버스나 지하철, 식당, 카페 등에서 현금을 쓰는 경우는 없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카드를 더 애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하철은 일회용 카드를 뽑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버스는 계좌이체로 요금을 지불해야 했고,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계좌번호가 붙어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그러나 계좌이체 등 모바일을 이용한 결제 방식이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편리한 방안이라고 할 수 없다. 경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천시 관계자는 "요즘 노인들도 카드를 많이 쓰지만 여전히 디지털 취약계층이 있다는 사실은 시도 고민했던 부분"이라며 "현재까지 대체 방안은 찾지 못했지만 더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금 사용의 감소로 캐시리스(Cashless) 사회의 도입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대체 방안으로 모바일을 이용한 결제가 대두함에 따라 디지털 취약계층은 대중교통 이용, 상품 결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금 없는 버스⋅매장 확대에 앞서 취약계층 등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