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월세에 기숙사 문제까지…두 번 우는 서강대생들

  • 등록 2025.06.03 11:48:12
크게보기

직장인도 선호하는 지역…’주거 경쟁’ 심화
낮은 기숙사 수용률, 미흡한 운영 방식 문제
조속히 대책 마련해 기숙사 문제 해결해야

 

지난 1월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발표한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지역의 평균 월세 및 관리비 분석’에 따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 중 서강대학교(이하 본교) 인근 월세가 세 번째로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해 줄 기숙사의 수용률은 낮고, 운영 방식은 미흡함에도 현재 별다른 대책 마련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

 

I 지리적 여건 우수…직장인도 선호하는 지역

 

본교 인근 지역은 교통이 편리하고 우수한 생활 인프라가 형성돼 있어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의 주거 수요도 많아 매매가와 월세가 비싸다. 서울시 인구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기준 본교 인근 △신촌동 △대흥동 △염리동 △신수동의 20대 인구는 총 25,264명, 3·40대 인구는 총 24,645명으로 비슷하게 집계됐다.
 

 

본교가 위치한 신촌은 △서울 도심 △용산 △여의도 △영등포 등 서울의 전통적인 중심지와 인접해 있고 교통이 매우 발달해 중심지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자차를 이용하면 15분 이내로 각 지역에 도달할 수 있다. 관련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주거 수요가 많은 이유다.

 

대중교통 이용 또한 수월하다. 본교를 기준으로 도보권에 있는 지하철역은 네 개에 달한다. 경의·중앙선 서강대역과 2호선 신촌역(정문 기준), 6호선 대흥역(남문, 후문 기준), 2호선 이대역(후문 기준)이 그 예시다.

 

 

또한 캠퍼스 코앞에만 15개의 시내버스가 지나며, 신촌역이나 이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의 노선은 수십 개로 늘어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20분 이내에 중심지로 이동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 서울의 명소로 떠오른 홍대 거리와 여의도 더현대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등으로 이동하기 편리하다.

 

서울 시내가 아닌 인천 및 경기 서북부와 지방 등 서울이 아닌 지역과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인천 광역버스의 종점은 크게 서울역, 강남 지역(강남, 양재, 역삼 등)으로 나뉘는데, 서울역이 종점인 인천 광역버스는 모두 신촌역과 이대역을 지난다. 고양, 김포, 파주 등 경기 서북부 지역과 연결해 주는 버스도 운행되고 있다. 서울역, 용산역 등 주요 철도역으로 빠르게 이동해 지방으로의 접근도 용이하다.
 

 

상술했듯 본교 인근 지역은 교통의 요지로서 주거 수요가 많고, ‘대학가’라는 특수 상권에 속하다 보니 유동 인구도 많아 우수한 생활 인프라가 형성돼 있다. 본교 정문 기준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상업 시설과 영화관 등의 문화 시설이 위치한다. 우수한 생활 인프라는 주거 여부를 결정할 때 긍정적으로 작용해 주거 수요를 늘리고 월세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
 

 

본교 인근 지역의 생활 인프라가 다른 대학가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경의선숲길이다. 지난 2016년 완공된 경의선숲길은 가좌역 인근부터 효창공원앞역 인근까지의 철도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조성한, 길이 6.3km의 선형 공원이다.

 

직선으로 길어 다양한 지역에서 접근성이 좋다 보니 이동뿐 아니라 산책 등 여가 활동의 수요도 증가해 유동 인구가 많다. 서울AI재단(舊 서울디지털재단)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서울시 주요 공원 이용객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경의선숲길의 지난해 ‘단위 면적당 연간 방문객 수’는 서울 시내 공원 108개 중 네 번째로 많았다.
 

 

이는 인근 요식업장의 매출액을 증가시켜 상권을 활성화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흥동 소재 요식업장의 총매출액은 약 98억 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같은 분기가 기록한 약 68억 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상권의 활성화는 잠재되어 있던 상가 임대 수요 및 주거 수요를 끌어내 월세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

 

권대중 (사)한국부동산융복합학회장은 “경의선숲길 인근은 몇 개의 대학이 근거리에 소재하고 교통이 편리하며 환경이 좋아 누구나 선호하는 지역으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니 월세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소규모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해 한시적으로 용적률이 완화돼 공급의 증가를 기대해 볼만하다”고 전했다.
 

I 기숙사 수용률 주요 대학 중 ‘9위’…월세 시장으로 내몰리는 학생들
 

 

인근 주거 수요가 증가하며 월세는 날이 갈수록 비싸지는 추세다. ‘다방’에 따르면 본교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는 2024년 1월 기준으로 주요 대학 중 두 번째, 상승률은 2024년 7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5%를 기록해 주요 대학 중 첫 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이를 해결해 줄 기숙사의 수용률은 매우 낮다. 학생 수 대비 수용 인원이 적다 보니 학생들이 비싼 월세 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본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11.8%에 불과해 서울 주요 10개 대학 중 9위에 그쳤다. 이들 대학의 평균치인 18.5%를 한참 밑도는 수치이며, 재학생이 7천 명 이상인 서울 소재 24개 대학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18위에 머문다.

 

구체적인 현황을 살펴보면 교내 기숙사는 총 1,214명 규모로 ‘곤자가 국제학사(이하 곤자가)’가 894명, ‘벨라르미노 학사(이하 벨라)’가 320명을 수용할 수 있고, 곤자가는 수용 인원의 30%인 268명가량을 외국인 학생에게 배정한다.

 

결국 교내 기숙사의 재학생 수용 인원은 총 945명(곤자가 625명, 벨라 320명)이며, 외국인 학생의 수용 인원은 약 268명이다. 8천여 명의 재학생과 2천여 명의 외국인 학생 중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는 학생의 비율은 각각 10% 남짓인 것이다.

 

낮은 기숙사 수용률은 주변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영학과 최모 학우는 “새내기 때 곤자가에 입사하고자 지원했다가 탈락한 뒤, 수용 인원이 적은 기숙사에 계속 지원하기가 불안해서 바로 자취방을 알아봤다”며 “학교 주변 월세가 비싸 생활비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I 모호한 기숙사 선발 기준과 미흡한 운영 방식...대책 마련은 ‘글쎄’
 

 

현행 기숙사 선발 기준이 불분명해 학생들이 향후 주거 계획을 세우기가 힘들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곤자가의 경우 선발 기준으로 성적, 지역 가산점, 상·벌점 등을 명시하고는 있으나, 선발 결과에 대한 세부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

 

벨라의 경우 배점표나 선발 기준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공개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기숙사 내규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추후 공개 여부에 관한 질문에는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답변만 돌아왔다.

 

기숙사 입사자 발표가 개강 전 자취방을 구하기에 매우 촉박하게 이뤄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25학년도 1학기를 기준으로 벨라의 경우 2월 4일에 첫 입사자가 발표된 뒤 추가 입사자에게는 2월 10일부터 유선상으로 개별 통보됐다. 곤자가는 1월 31일에 첫 입사자가 발표된 뒤 2월 17일까지 추가 입사자 발표가 이뤄졌다.

 

이처럼 대부분의 선발 절차가 2월 중순에 이뤄져 3월 초 개강에 맞춰 자취방을 알아보고 계약한 뒤 입주까지 마치기에는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기숙사 입사를 전제로 주거 계획을 세웠으나 탈락할 경우, 불과 며칠 만에 갑작스레 자취방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정모 학우는 “주변에 붙은 친구들과 학점이 비슷해서 당연히 붙을 줄 알았다”며 “추가 선발에서도 탈락하고 나서야 급히 자취방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그는 “기숙사에 들어갈 줄 알고 자취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막상 자취방을 구하려니 남은 방이 거의 없어 시세보다 비싼 곳과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신촌 뉴스테이부동산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싸고 괜찮은 방은 계약이 거의 완료된 2월에 급박하게 자취방을 구하려다 보니 비싸고 컨디션이 안 좋은 방을 계약하거나, 계약하지 못한 채 대기를 걸어 놓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 2학기 총장과의 대화 사전 질의에서 학교는 “기숙사에 선발되지 못한 학생들과 정시 추가 합격자들의 정주 지원을 위해 정보 제공 및 지원 프로그램 등이 진행될 수 있도록 유관부서 및 학생회와 고민하고 노력해 보겠다”고 답변했으나 지금까지도 별다른 조치가 없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본교 인근 지역의 주거 수요를 낮추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기숙사 선발 기준과 그 결과를 명확하게 공개하고 최대한 많은 학생이 여유 있게 방을 구할 수 있도록 선발 일정이 조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민제 기자 (matt030917@gmail.com)
박지민 기자 (jimin5196@naver.com)
소민교 기자 (sohminkyo0214@gmail.com)
허주원 기자 (cici010903@gmail.com)

박지민 기자 jimin5196@naver.com
<저작권자 ⓒ 대학알리 (http://www.univall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