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 운동장 아니라고 너무 막 쓰네”
지난 5월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게시물의 제목이다. 외부인들의 운동장 무단 이용과 쓰레기 무단 투기를 지적한 이 글은 재학생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다. “주말에 보면 좀 심각할 정도로 외부인들 밭임”, “23년도인가 외부인 엄청 잡을 때는 클린했던 것 같은데 매번 반복되네“ 등의 댓글이 달리며 많은 재학생들이 게시물에 공감했다. 이들은 매번 같은 문제가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학교 측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I 외부인 무단 출입, 재학생 불편 가중…
본보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외부인의 운동장 무단출입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편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본교 축구동아리 소속 A 학우는 “주말에 운동장을 예약해 이용하려고 하면 중·고등학생들이 무단으로 운동장에 들어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캡스에 신고해도 임시적으로 퇴거 조치만 할 뿐 결국 다시 출입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또한 “중학생들이 본교 운동장에서 반대항 축구시합을 하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며 황당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본교 야구동아리 출신 B 학우 역시 “중·고등학생들이 잔디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며 스키딩(인위적으로 바퀴를 미끄러뜨리는 행위)을 하며 잔디를 훼손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무단으로 들어오는 외부인에 대해 강력하게 규제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본교 경비를 담당하는 SK 쉴더스(구 캡스) 관계자 역시 해당 문제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외부인의 운동 시설 무단 이용 관련 신고를 많게는 하루 4~5건까지 접수받는다”며 “90% 이상이 중·고등학생들인데, 이들을 내쫓느라 실랑이를 벌이다 보면 결국 기다리는 재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경비 담당 관계자는 이어서 “운동장과 이어져있는 엠마오관의 중앙 출입문을 잠가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외부인의 무단출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본교는 현재 외부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배너를 게시 중이다. 하지만 해당 조치가 외부인 출입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없다는 목소리가 학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본교 경비 담당 관계자 역시 해당 의견에 동의하며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문제인 만큼 학교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조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대답했다.

I 서강대, 재학생 불편과 지역사회 관계 속 딜레마
본교 측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인사총무팀 관계자는 “학생들의 불편을 인지하고 있으며, 인근 중·고등학교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지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가톨릭 학교로서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문제 해결이 간단치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본교 체육시설 담당자는 외부인의 반복적인 시설물 무단이용 이유에 대해 “교정 출입이 워낙 자유롭고, 대학 시설을 공공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다“며 “시설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근 중·고등학교의 반응은 엇갈렸다. 인근 중학교 교사 A 씨는 “학생들이 서강대학교 운동장을 배경으로 수행평가 영상을 찍은 것을 본 적있다”며 학생들이 본교 운동장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학교 시설물이 좋지 않아 이용하는 것같다“며 “대학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라면 대학이 지역 사회에 조금 더 너그러운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인근 고등학교 교사 B 씨는 “서강대학교 재학생이나 학교 측으로부터 관련 민원이 접수된 적이 없어, 현재까지 별도의 조치를 취한 바는없다”고 밝히면서도 “서강대학교 측에서 협조 공문을 보내온다면, 학생들을 충분히 지도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I 서강대, 적극적 조치로 재학생 불편 끝내야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는 가운데, 비교적 실행 가능성이 높고 간단한 조치는 인근 중·고등학교에 공문을 보내는 것이다. 본교 경비담당자의 말처럼, 무단 이용 외부인의 90% 이상이 중·고등학생들이다. 가톨릭 학교의 이념을 존중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불편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것 역시 그 이념과 맞닿아 있다. 인근 중·고등학교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인근 청소년들을 배척하겠다는 의미보다는, 본교 재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에 가깝다.
본교의 적극적인 대응과 더불어 외부인 출입 문제는 본교 재학생의 관심과 협력 역시 중요하다. 운동장 이용 권한은 본교 재학생에게 주어져 있다. 재학생 스스로 운동장 이용에 피해를 주는 외부인에 대해 퇴실을 요청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본교 경비 담당자는“외부인을 퇴실시켜도 잠시 숨어있다가 다시 돌아오거나, 펜스를 벌려 몰래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에 있는 재학생들이 외부인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퇴실을 요구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도 2학기 ‘총장과의 대화’에서 외부인 시설 사용을 해결해 달라는 본교 재학생들의 요청이 다수 있었다. 특히 본교 재학생들은 외부인들이 무단으로 운동장을 이용하며 소음, 쓰레기 투기, 운동장 펜스 훼손, 엠마오관 창문에 축구공을 차는 등의 행위를 목격했다고했다.
이에 본교 인사총무팀 담당자와 체육관 담당자는 “적은 경비 인력 때문에 외부인의 사용을 철저히 통제하기는 어렵지만 교내 순찰을 강화하고 외부인의 시설 사용을 근절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외부인 사용금지 안내문을 부착하고, 적극신고제를 도입해 외부인을 통제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향후에는 미배정된 요일 및 시간에 대해서는 출입구를 폐쇄하여 최대한 외부인의 출입을 막겠다”고 했다.
본교가 외부인 시설 사용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25년에도 여전히 학내에는 해당 문제로 인해 본교 재학생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외부인을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부인 무단출입으로 본교 재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은 막아야 하므로, 대학본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백지현 기자 (wxxitte@gmail.com)
이정은 기자 (comeshine2005@gmail.com)
한주성 기자 (mrjoo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