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우리 이제 헤어져.

  • 등록 2016.1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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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친구가 없는 크리스마스엔 케빈을 만나곤 한다. 하지만 이제 그만 만날 때가 됐다. 케빈과의 사이에는 권태기가 와버린 당신을 위해, 크리스마스에 케빈 없이 할 것을 찾아보았다. 혼자임을 선택한 당신께 도피처를 주고 싶다.

첫 번째 방법, 전시회.

비밀의 화원

 커플에 치이다 지친 마음을 위로하기 좋은 곳이다. 동화 같은 풍경을 보며, 마음을 위로받는 것은 어떨까. 이 전시회는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동화, 비밀의 화원을 모티브로 한 전시회이다. 비밀의 화원은 고집스러운 성격
의 메리가 부모님의 죽음 이후 머물게 된 고모부댁의 려진 화원을 가꾸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이 전시장은 이 이야기를 그리는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각 에피소드마다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향기가 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외 작가 20여명의 작품을 보고, 좋은 향을 맡으며 지친 마음을 위로받자.

 

A COLLECTION

 비밀의 화원 전시를 관람한 후, 따로 이동할 필요 없이 갈 수 있는 같은 미술관의 전시이다. 이는 한국 근대 거장들의 대표 작품의 소장처인 서울미술관의 소장품 중 엄선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섹션으로 구성된 이 전시에서는 설립자 안병광 회장이 미술애호가로 살다 서울미술관을 건립하게 된 이야기와 미술관 개관 이후 그의 행보를 보여주는 소장품들을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근현대미술의 주요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전시를 한국의 근현대 미술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을 추천한다.

 

 

두 번째 방법, 책 읽기.

진짜 크리스마스는, 마음의 양식을 쌓는 날.

 

시민의 교양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7가지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 저자/ 채사장

#진정한 ‘교양’에 대해서

 민주공화국의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시민이 되고, 제도 내의 교육을 받으며, 후에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국가의 주체가 된다. 이는 국가를 이루는 근간으로서의 당연한 “결정권”이며 누구나 개인의 자유에 의한 선택을 실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결정권’을 행사하려 할 때에, 시민으로서 어떠한 것들을 고려해야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최소한 이유 없는 무효표나, 혹은 아예 투표라는 행위를 행사하지 않는 것을 우리가 현명한 권리행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제야 인문학이 고개를 든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사회 전반을 유령처럼 떠도는 지금,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좌표는 바로 여기, 인문학이다. 인문학이란 그저 따분하고 재미없는 주제라고 생각했건만, 이 책은 그러한 생각들에 대해서 정면으로 부딪혀온다. 인류의 경제발전을 사회 전반의 분야들과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기분이랄까.

 딱딱한 서체에 지쳐, 어려운 주제들에 지쳐 목마른 당신에게 우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대넓얕’으로 한 차례 팬덤을 형성한 채사장이 다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저자/ 기욤 뮈소

#과거로, 과거로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오랜 시간 인류의 꿈이었던 만큼, 과거와 현재가 신비롭게 공존함을 소재로 다루는 소설은 매력적이다. 누구나 아는 ‘시간여행자의 아내’나 혹은 그 유명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그러한 소설의 대표적 작품이라 하겠다. 하지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도 이에 뒤지지 않는 독특한 향취를 담은 소설이다.

 모든 인간은 돌아오지 않는 과거와 붙잡을 수 없는 미래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면서 살고 있다. ‘현재’라는 이 줄은 굉장히 심술궂은 줄이라서, 그 줄을 타는 이들에게는 절대 자신의 중요성을 알리지 않는다. 이들이 줄에서 떨어져 주어진 시간을 끝내게 되었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깨달으리라.

 이 소설은 그러한 ‘현재’에 관한 통찰을 사랑스럽게 그려낸 책이다. 지금 지나가는 시간들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지금 내 옆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한다. 풍부한 스토리에 독특한 상상력이 품어낸 따뜻함이 올 크리스마스에 더욱이 당신을 비췄으면 한다.

 

세 번째 방법, 클럽.

세상에 혼자로서 울부짖는 조금은 외로운, 그런 포효.

 지구 총 인구 70만에 육박한 시대, 나는 왜 혼자인가라는 고독함에 빠져있을 당신에게 조금은 색다른 것을 전하려 한다. 이따금 찾아오는 이유모를 외로움에는 외려 우퍼가 터질 듯이 울리는 음악과 술, 그리고 사람이 약이 될 때도 있음을 알고 있는지.

 

ARENA
신사 일렉 클럽,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588(논현동 18-2, 렉스호텔)

#기승전ARENA

 현재 EDM(Electronic Dance Music)의 대세는 프로그레시브 트랜스(Progressive Trance)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프로그레시브라는 진보의 깃발 하에서, 하우스와 트랜스, 일렉과 테크의 독립적 선에 기준하기 보다는 그 사이를 넘나들며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장르다. 약간은 신비하면서도 몽롱하게 들리는 그런 음악을 추구하는 곳이 바로 ARENA의 분위기인 것.

 일렉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모르기도 힘들 ARENA, 여기엔 그만한 느낌이 있다. 원형 경기장, 혹은 무대라는 뜻을 지니는 ARENA에는 항상 붙는 별명이 “기승전 ARENA”다. 원탑이라는 자부심에 걸맞은 사람과 음악과 술이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적은 날을 찾기가 더 힘들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고 사람이 많은 곳이다.

 물론 테이블을 잡아서 즐기는 방법도 있겠으나, 학생의 여건상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스탠딩을 기준으로 하자면, 좋다. 그냥 좋다(?). 음악과 술과 사람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만,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일렉트로 하우스를 고집하는 여타의 곳과 달리 에픽 트랜스의 분위기도 내기 때문에 더욱 신선하다고 할까? 정말 음악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겠다. 트렌드를 원하는 얼리어답터에겐 ARENA가 적격.

 

Opium
이태원 힙합 클럽,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189 (이태원동 123-33)

 클럽의 정통을 논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자유로운 힙합이 어울리는 듯 하다. 그루브 가득한 음악에 맥주를 들고, 더기를 덩실대고 있자면 세상만사 OK던 기분을 다시금 떠올리고 싶다면 이태원의 Opium을 추천한다. Opium에서는 강남 NB와는 조금 다르게 라운지 바의 향기를 강하게 맡을 수 있는데, 이에 더 독특하고 매력 가득한 곳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곳들과 약간은 다르게, 조금 더 세련되면서 고급스러운 멋을 내는 Opium에서 만족스러운 점은 바텐더가 풍요로운 서비스 정신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바텐더가 매우 훈훈하다는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바쁜 와중에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조금 시간이 넉넉할 때에는 서비스 칵테일도 심심하지 않게 주기도 한다.

 필자가 정말 좋았던 점은 라운지 바의 섬세한 향기를 품으면서 음악적인 부분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점.

 이태원 특유의 자유로운 문화, 그 고유의 고집스러움이 한바탕이 되는 것인지는 몰라도 들을 때마다 신선한 노래가 귀를 자극한다. 개인적으로 굉장한 Kanye의 팬이기도 하지만, 잊고 있던 “Diamonds From Sierra Leone"을 술과 함께 들었던 그 강렬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을 정도로 명곡들 또한 잘 살리는 곳이다.

 힙합은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언제나 옳다. 이를 공감하는 이라면 하이네켄을 들고 그루브를 타고 있는 모습을 곧 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네 번째 방법, 전기장판 + 귤 + 영화감상

연애 세포가 죽고 죽어 백골이 되었지만, 그래도 한번쯤 그들의 부활을 시도해봐야 한다. 이미 죽어버린, 또는 죽어가는 연애 세포에게 심폐소생술을 해줄 네 영화를 골라보았다.

 

청설

聽說, Hear Me

멜로/로맨스, 드라마 · 대만 · 109분
2010.06.17 개봉
감독 청 펀펀
출연 펑위옌, 진의함, 천옌시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은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고 핑계 하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노트북

The Notebook

멜로/로맨스, 드라마 · 미국 · 123분
2016.10.19 재개봉 2004.11.26 개봉
감독 닉 카사베츠
출연 라이언 고슬링, 레이첼 맥아담스

"이렇게 절절하고 아련한 사랑은 내 노트북 속에서만 펼쳐진다... 현실에서 레이첼 맥아담스는 결정장애 계륵."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How to Lose a Guy in 10 Days

멜로/로맨스, 코미디 · 미국, 독일 · 115분
2003.05.08 개봉
감독 도날드 페트리
출연 라이언 고슬링, 레이첼 맥아담스

"1. 남자친구를 만든다. 2...는 알아서...."

 

이프온리

If Only

멜로/로맨스, 코미디 · 미국, 영국 · 96분
2009.01.20 재개봉 2004.10.29 개봉
감독 길 정거
출연 제니퍼 러브 휴이트, 폴 니콜스

"늦지 않게 사랑을 전하자. 그게 꼭 애인일 필요는 없잖아. (눈물)"

 

 

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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