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가치청춘] 대학생을 돕는 키다리 아저씨, 키다리은행

  • 등록 2017.0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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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다리은행 로고

 ‘대학생에게 대학생으로서의 삶은 너무 비쌉니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이다. 대학생으로서 살아가며 생활하면서, 친구를 만나면서, 술을 먹으면서, 또 학원을 다니기도 하면서 사용하는 돈은 고등학생 때와는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용돈을 받아 생활하고 돈이 부족하더라도 급식 덕분에, 집에서 먹는 밥 덕분에 굶지 않을 수 있었던 고등학교의 생활과는 달리, 대학에선 많은 걸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대학생의 자립을 돕기 위해, 키다리은행이 설립됐다. 

 키다리은행 김동환 이사장은 기존 은행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이 금융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가 이 돈을 은행에 맡기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그를 키다리은행의 조합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 키다리은행 김동환 이사장

은행이 협동조합으로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낯설기도 하다. 하필 왜 협동조합이었을까. 사실 키다리은행은 협동조합에 대한 교양수업의 과제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단기적인 과제로 끝내기엔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사업이었고, 수요가 생각보다 많아 계속 이어지게 됐다. 김동환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민주주의적인 방식 때문에 부정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을 협동조합 구조의 장점으로 뽑았다. 열린 이사회 등의 투명한 방식으로 서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구조로 운영되는 방식이 부패를 막는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모르는 사람에게 사무적으로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한다. 

 키다리은행은 숏다리 펀드 대출사업, 대출상환지원, 재무교육, 꿈키높이 통장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대학생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이를 통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고안된 사업들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사업은 숏다리펀드로, 키다리은행의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돈을 학생에게 자율이자로 대출해주는 사업이다. 최대 30만원의 금액을 최대 6개월의 기간 동안 대출받아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은행에 당장 대출을 해줄 수 있는 돈이 부족한 경우, 적은 금액과 짧은 상환 기간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심사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저 시급으로 계산했을 때, 대학생들이 30만원이라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약 50시간 동안 일해야 한다. 이들은 ‘대학생들에게 공부보다 시급이 시급한 문제가 되지 않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 키다리은행 홍보 판넬

 이들은 재무교육과 상환 지원 등을 통해 숏다리 펀드로 빌린 돈을 갚지 않는 조합원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가 나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만약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조합원에게 가는 피해를 막기 위해 어느 정도의 후원금을 따로 모아놓고 있다. 

 또한 이들은 최근 꿈키높이 통장이라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보통 금융에 대한 교육에서 쓰는 법과 버는 법을 알려주지만, 어떻게 모으는지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만들어진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응원금’으로 18~30%의 높은 이자를 제공해 학생들에게 돈을 모으는 재미를 알려줘, 좋은 재무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같은 목표로 돈을 모으는 사람들끼리 모여 목표를 공유하고, 상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금융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위와 같은 은행의 사업에 참여하는 모두로 하고 있으며 13명의 운영진이 사업을 관리하는 형태이다. 지금까지 대자보나 현수막 등을 통해 홍보해왔고, 개강 후에는 다른 방식의 홍보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한다. 조합원이 되기 위해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과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한양대에 키다리은행이 가장 먼저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른 학교의 학생들이 이들에게 키다리은행을 만들고 싶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은 20명의 조합원과 100만원의 출자금이라는 기반을 갖추고 올 경우, 여러 교육을 제공하고 운영을 돕는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현재 서울시립대와 단국대 천안캠퍼스에도 키다리은행이 설립되어 있다.

 학생들의 단체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간이 없는 것이 문제다. 9월까지는 공간이 확보된 상태지만 그 이후에 확실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 김동환 이사장의 걱정이다. 또한 공과대학교 학생이 운영진에 없어, 그 분야의 학생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어떤 필요를 느끼는지에 대해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계속 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람에 있지 않을까. 김동환 이사장은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이사장이 되고 나서 처음 있었던 새 운영진 면접을 떠올렸다. 지원자들이 작성한 지원동기를 읽으며 의미있는 일을 해왔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은행을 운영하며 다양한 신용협동조합이 존재하는 것처럼 학생들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한다.

 이렇듯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금융협동조합이 학생들의 더 좋은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수 있고, 더 자연스러워지는 대학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같이가치청춘’은 획일화된 삶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협동조합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이 콘텐츠는 <같이가치 with kakao>,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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