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주명건] 너와 나의 연결 고리! 학연 지연 혈연 워!

  • 등록 2017.09.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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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식이 좋은 학교를 만든다?

김대종 홍보실장은 세종알리 편집장에게 "삼성이 족벌이고, 재벌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전문 경영인들보다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서 세계최고의 기업"이 됐다며, 우리학교 주명건 명예 이사장도 학교에 주인의식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성과를 내다보고 투자"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이 잘 되고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우리학교는? “아버지는 총장, 어머니는 이사장, 아들은 대학원장, 딸은 교수...” 이는 1980년, 대학가에서 사학비리로 늘 화두에 오르던 세종대를 풍자하는 유명~한 유행어입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세종대는 최고의 대학일까요?

 

사립대학 친인척 근무, 10명 중 7명꼴?

2016년 교육부가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사립대학 284개 중 약 70%에 달하는 191개의 학교법인이 친인척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사립대학 법인에 근무하는 비율은 31%, 법인 이외의 대학 기관에 근무하는 비율은 69%로 친인척들은 대학 법인을 넘어 총장, 교수 등 대학 및 대학의 부속기관까지 장악해 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알고 싶다면 세종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학교법인 임원현황을 살펴보면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를 이끌었던 이사진은 주명건의 고등학교 동문에, 사촌에, 사돈까지 참으로 다양하거든요! 이런 게 바로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일하는 건가 봅니다!

 

2대 세습, 가문의 영광입니다!

▲분규 사학 중 2대 이상 세습한 대학.
 

전국 사립대 중 절반이 넘는 156곳은 부모로부터 대학을 물려받은 2대 세습 대학입니다. 이에 더해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가 조사한 22개 분규 사학* 가운데 16곳이 이러한 2대 세습으로 학교를 운영 중이랍니다. 가문의 영광인데 세종대가 빠질 수 없겠죠? 우리 학교도 이 명예의 전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립니다.

*분규 사학 : 각종 비리 의혹으로 구성원과 갈등을 겪고 있는 대학

대학 사유화는 사립대학 부정·비리의 큰 원인이며 그 대학 사유화를 부추기는 게 바로 친인척 중심의 학교운영입니다. 친인척 중심의 폐쇄적인 학교운영은 대학의 감시, 견제기능을 떨어트리기 때문이죠.

 

계속되는 주명건의 학사행정 개입


▲세종대 설립자 주영하-최옥자 부부

2009년, 이사장 자리에서 쫓겨난 지 4년 만에 주명건은 자신의 최측근을 내세워 학사행정에 관여하기 시작합니다. 박우희 전 서울대 교수를 총장으로 추천하여 선임한 후 교무위원을 모두 자신이 선발해서 박우희 총장을 바지 총장(?)으로 만들기도 하고요. 2010년, 명예이사장이 된 이래로 부총장과 교무위원을 호출하여 업무보고를 받기도 한답니다.

3년이 지나 그는 학교로 완전히 복귀하게 되는데요. 이사회에서 고등학교 동문인 유명환을 이사장으로 선임하여 각종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자신을 내쫓았던 사람들,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자르기도 하죠. 눈부시게 화려한 그의 행적은 아마 훗날 사학 부정·비리 근절을 위한 좋은 예시가 될 거예요.

 

사립학교법의 빈틈을 노려라!

*사립학교법 제21조(임원선임의 제한)
:이사회의 구성에 있어서 각 이사상호간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그 정수의 4분의 1을 초과하여서는 아니된다.

*사립학교법 제54조 3(임명의 제한)
:학교법인의 이사장과 배우자,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과 배우자 관계에 있는 자는 당해 학교법인이 설치, 경영하는 학교의 장에 임명될 수 없다. 다만, 이사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을 받은 자는 그러지 아니하다.

▲사립학교법 더보기 http://www.law.go.kr/lsInfoP.do?lsiSeq=188529&efYd=20170328#0000

사립학교법 제21조에 따르면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 각 이사 상호 간 친족 관계에 있는 자는 그 정수의 1/4을 초과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학 비리는 이사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총장 및 대학의 재정 관련 주요 직책 등을 맡아 발생하는 비리도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54조 3에 따라 이사 정수의 2/3 이상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만 있다면 누구든 총장에 임명이 가능합니다.

허점은 더 있습니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아닌 형, 동생, 누나, 매제, 사촌 등은 승인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사실상 친인척 근무 제한의 효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심지어 그 외 법인 직원이나 대학 교직원에 대한 친인척 규제 조항은 전혀 없기 때문에 대학은 완벽하게 그들만의 리그가 됩니다.

*직계존비속: 직계는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와 같이 곧바로 이어나가는 관계를 일컫는다. 직계 친족 중 본인부터 위의 계열에 있는 이들을 직계 존속이라 하고, 반면 자손의 계열에 있는 아들과 손자 등은 직계 비속이라 한다.

▲친인척의 총장 임명과 관련해서 관할청의 승인을 받지 못한 학교는 없다.

여기서 의미 없는 사실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지금까지 학교법인 측근의 총장임명과 관련해 교육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 류석준 교수는 사립학교법 제54조를 언급하면서 “이는 특별한 경우에만 친인척 임명을 허용하라는 의미인데, 교육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모두 허용하고 있다”며 그들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죠.

 

사립대학 부정비리 근절을 위한 과제...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

대학교육연구소는 사학 내의 적폐 청산을 위해서 이사회 친인척 비율을 현행 1/4에서 공익법인과 같은 1/5로 축소해야 하고, 법인 및 대학 내 주요 직책(재무, 총무, 회계, 인사 등 담당 부서의 장) 임명 시 이사장 및 이사의 친인척 근무를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설립자 및 이사장과 총장은 서로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과 그 배우자의 관계가 될 수 없도록 관련 조항을 개정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주님의 학교?

전지전능한 주님만의 학교가 아닌 세종대 구성원 모두를 위한 학교가 되기를. 80년대부터 따라붙던 비리 대학, 족벌경영이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질 날이 어서 오기를 염원해봅니다.

 

* 본 기사는 대학교육연구소의 <사립대학 부정비리 근절 10대 과제(161025)> 보고서를 참고하여 작성됐습니다.

 

주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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