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oo, 세종대에도 주목할 것

  • 등록 2018.03.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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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곳곳, 각계를 막론하고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혹자는 이런 운동이 뜬금없고 갑작스럽다고 느낄 수 있겠다. 이 모든 게 정치적 음모라고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권력 위계에 따른 성범죄는 지금까지 꾸준히 존재해왔고, ‘여자도 잘못이 있다.’라고 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의해 감춰져 있었을 뿐이다.

 

우리 학교에도, #MeToo

 

지난 27일, 신입생 새로 배움터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있었다. 강사는 다른 학교의 성폭력 사례를 언급하며 '아무리 찾아봐도 세종대학교에는 이러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우리 학교 안에는 이러한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난 2월 22일, 세종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P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폭로글이 올라왔다. 중앙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P교수는 학생들에게 “여배우는 접대가 당연하다. 다 벗고 달려들 정도로 욕망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시집이나 가라”는 말을 서슴치 않게 내뱉었으며, 학생이 항의하자 “너는 감독이 자자고 하면 안 잘 거냐. 너희가 자고 싶어 한다고 잘 감독은 있고”라고 답변했다. P교수는 그런 말을 했다면 그런 것들(접대·상납 등)을 조심하라는 방면으로 얘기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P교수는 지난 학기로 임용이 끝난 상태다.

 

뿐만 아니다. 90년대 말 세종대학교에 진학해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힌 A씨는 K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글을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페이스북 페이지에 익명으로 게제하였다. A씨는 K교수가 서울 근교의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마친 뒤, ‘피곤해 운전을 할 수 없다. 모텔에서 쉬었다 가야겠다’라고 했고, 그날 K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A씨는 K교수는 그에게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했고, 심지어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는 날이면 집 앞까지 찾아왔다고 전했다. A씨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너무 무서웠고, 그의 요구를 거부하면 배우로 다시는 무대에 설 수 없을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A씨는 ‘K교수는 성폭행을 저지른 이후로 저를 노예처럼 부렸다’고 했다. A씨는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 장애로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몇 차례 자살 시도를 반복했다고 고백했다. 이후 그는 3년의 오랜 휴학 이후 학교에 다시 복학했다. A씨가 복학 이후 목격한 것은 K교수가 영화예술학과의 전임교수가 돼 소위 말하는 ‘세종대왕’이라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학교로 돌아와 K교수를 만났을 때, K교수로부터 ‘이제 너 몸매가 영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글의 공개 이후, 영화예술학과 교수인 김태훈 교수가 K교수로 지목됐다. 김태훈 교수는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교육자로서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행동한 부분이 있고, 이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세종대 교수직을 자진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는 이날 김 교수를 직무 정지하고 진상파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학교 측 관계자는 사실이 확인되면 김 교수를 직위 해제하고 가장 강한 수준의 징계를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학교의 징계, 믿어도 되는 걸까?

 

그렇다면 학교는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본 사건을 처리하게 될까? 학교 관계자와의 통화에 따르면, 현재 성폭력조사위원회가 열리는 단계라고 한다. 징계위원회는 진상조사 이후, 확정된 사실로 학교 법인 차원에서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진상조사가 아직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논하기 어려운 문제라고도 전했다. 김 교수의 입장은 자진해서 사직서를 내고 사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에 따르면, 현재 접수된 사직서는 없으며, 성폭력이나 횡령 문제 등에 있어서는 곧바로 사직서를 수리할 수 없으며, 4대 기관(검찰·경찰·교육부·감사원)에게 사표 수리에 대한 자문을 구해야 한다고 알렸다. 학교 측은 일전에 사실 확인 이후, 가장 강력한 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방침을 전했다. 퇴직 시 징계가 아닌 일반 퇴직 처리가 되면, 감액 없이 사학연금을 전액 수령할 수 있음에 따라, 이번 사건의 경우 어떤 징계가 이루어질지, 교수가 어떤 책임을 질지에 대해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지난 2016년, 세종알리는 정홍택 교수의 제자 성희롱 사건을 취재하며 자체규정을 살펴보았다. 취재 중 발견한 가장 큰 문제점은 자체규정의 모호함이었다. 우리 학교에는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이라는 자체규정이 제정되어 있고, 성폭력 사건이 신고될 경우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규정 13조서는 '조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본 대학 정관 및 학칙에 근거하여 징계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다'고 뭉뚱그려 언급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징계 방법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또한 해당 규정 19조에서는 '이 규정에 특별히 명시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는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및 그 시행령을 준용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본 법은 2005년에 이미 폐지되었고, 이 자체규정은 2001년 제정 이후 2015년까지 총 4차례나 개정되었지만, 해당 조항은 2016년 세종알리의 지적 이후에도 2018년인 현재까지 꿋꿋이 살아남아 있다. (관련 기사 보기)

정홍택 교수의 경우에는 어떤 징계가 이루어졌을까? 정홍택 교수의 성희롱 사건의 경우, 교수가 갑작스레 사직했기 때문에 학칙에 의거해 처벌할 수가 없어졌다. 또한 2016년 4월에 발생한 교수의 학생 성추행 사건에서는, 교수의 소속을 이유로 학칙으로 처리하기 애매하다며 징계가 흐지부지되었다. 우리가 끝까지 이 사건을 관심 있게 살펴보아야 할 이유는 바로 이곳에 있다. 이러한 잘못된 선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학교 측의 노력 필요해…

 

이런 성범죄 사건에서는 2차 가해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피해자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형태의 2차 가해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원인이 된다. 뿐만 아니라, 2차 가해는 범죄를 고발하고 피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2차 가해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2차 가해가 2차 가해인지 인식하지도 못한 채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준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성폭력을 당한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 여기는 것, 피해자가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에 의문을 갖는 것, 피해자를 가십거리로 여기거나, 진상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경솔한 발언을 하는 등의 행동은 모두 2차 가해이다.

하지만 많은 학우들이 2차 가해를 2차 가해라고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측은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함과 동시에, 학생들의 의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권력형 성폭력에서 과연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동의라는 것이 가능할까. 권력이 있는 자는 그 자체로 이미 피해자에게 충분히 위협이고, 절대적인 존재이다. 피해자들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심정으로 #MeToo를 고백한다. 우리 모두는 권력을 가진 자에게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험난한 과정인지는 수많은 선례를 통해 알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피해자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용기를 낸 그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목소리로 답해야 한다.

 

 

배소현 기자(hyun2@sejongalli.com)

 

 

세종알리는 #MeToo 피해자와 연대합니다.

 

 

참고 기사: [단독]“여배우 상납·접대 당연”…세종대 학생들, 前교수 성희롱 폭로

"김태훈 교수는 '세종대왕' 성폭행 하고 노예처럼 부렸다" …세종대서도 미투 파장

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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