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피니언]은 '외대'와 '오피니언'의 합성어로, 외대알리 기자들의 오피니언 코너입니다. 학생 사회를 넘어 우리 사회의 사안을 바라보며, 솔직하고 당돌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 총장 후보가 27일(목) 2차 투표, 28일(금) 결선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기호 6번 강기훈 후보가 71.6%, 기호 2번 윤성우 후보가 28.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결과에 따라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득표율 1위를 기록한 강기훈 후보를 총장 후보로 법인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득표율 2위를 기록한 윤성우 후보 또한 직무수행이 불가한 경우를 대비해 함께 추천된다.
2021년 제12대 총장후보선거 이후 4년 만에 치뤄지는 제13대 총장 후보 선거는 작년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학교 법인 동원육영회의 간선제 도입 시도 때문이다.
간선제 도입 논란의 시작은 202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6월 25일 한국외대 법인 동원육영회 제6차 이사회에서 김종철 이사장이 간선제 도입을 언급했다. 타 학교의 총장 선거 방식을 언급하며 3~5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제출하는 방식을 이야기하며, 이사회에 참여한 다른 임원들 또한 학교 발전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간선제 도입에 힘을 보탰다.
직선제 방식의 총장 후보자 선출은 1993년부터 이어져 왔다. 2021년부터는 교수진뿐 아니라 학생과 직원들도 선출에 참여했다. 당시 교수와 학생, 직원으로 구성된 총추위에서 2명의 총장 후보자를 선출하고 이사회에 추천, 이사회는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총장을 임명했다.
이러한 방식에 김종철 학교 법인 이사장이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총학생회를 비롯해 교직원들 역시 크게 반발했다. 당시 유달승 비상대책위원장(前 교수협의회 회장)은 “자율적 총추위를 무시하고 새로운 총추위를 꾸리려 하는 것은 사실상 임명제로의 전환을 꾀하는 듯 하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에 학교 법인은 간선제 도입 논의를 폐기했고, 기존 총추위에서 2명의 총장 후보자를 이사회에 추천하는 방식 또한 한 명의 후보자만을 추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이것이 이사회의 총장 임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제도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로 총장 직선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학은 많지 않다. 총장 직선제는 대학 구성원의 의견 반영 없이 이사회에서 총장을 임명하는 완전임명제와 총추위를 구성한 후 총추위의 추천과 이사회의 임명을 통해 총장이 정해지는 간선제와는 달리, 대학 구성원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총장 후보 중에서 이사회가 최종적으로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을 말한다. 2025년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로 총 6개교만이 직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직선제, 언제나 정답일까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산물이라 불리며 수호의 대상인 것처럼 보이는 ‘총장 직선제’를 대부분의 학교에서 도입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총장직선제는 민주적 방식에 따른 선출을 통해 대학의 총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민주적 정당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대학 교수들의 연구나 강의의 질이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이는 직선제를 채택한 대부분의 학교에서도 학생들과 직원들의 득표반영비율(각 12%)보다 교원의 득표반영비율(76%)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에서 기인한다. 총장이 되고자 하는 자의 파벌 형성과 정치를 통한 표심 모으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인 것이다.
양면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총장직선제이지만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구성원은 많지 않다.
김 모 학우(일본언어문화·23)는 “아직도 간선제가 존재하는지 몰랐다. 직선제가 우수한 제도라 생각한다. 그게 민주적인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더해, 대부분의 학우는 총장 선거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낮은 득표반영비율과 무관하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조 모 학우(프랑스응용어문학·18)는 “직선제든 간선제든, 제도에 매몰되는 것은 위험하다. 단순히 직선제라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직선제가 가져올 폐해를 직접적으로 꼬집었다.
이번 총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제도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며 총장 후보자들을 비롯해 교직원과 학생들의 피로도가 더욱 커져가는 가운데, 한 후보자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 아닌 신뢰라는 발언이었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신뢰 회복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에 있어 완벽한 방식은 없다. 민주적 정당성과 자율성의 보장, 총장의 독단적 대학 운영이라는 위험의 방지라는 점에서 직선제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진리의 상아탑’이 되어야 할 대학을 자칫 정치가 만연한 파벌 집합소로 만들 공산 또한 존재한다.
간선제 또한, 학교의 주인인 구성원들의 의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선출된 총장이 이사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지만 동시에 대학 총장 선거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의 무책임한 투표로부터 기인한, ‘오도된 합의’에 기반한 총장의 선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직선제와 간선제 모두 각자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제도다. 그리고 학교 법인 측이 지난 10월 10일 학교 구성원 전원에게 보낸 메일의 골자는 법적 정당성에 대한 호소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복수 후보자 추천으로의 회귀가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이사회의 임명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학교 구성원의 집단적 반발을 가져오는 복수 후보자 추천 제도로의 회귀를 강행하는 이유가 단순히 절차적 정당성 때문이라고 하기엔 다른 복심을 품고 있는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팽배하다.
총장 선거를 위한 협의체 구성, 거버넌스의 확립과 같은 방안의 검토는 찾아볼 수 없다. 총장 임명 과정에 있어 이사회의 선택권을 강조하는 것은 새롭게 부임할 총장에 대한 영향력 확보 차원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학교 법인 이사회의 입장은 분명 이상한 구석이 있다.
간선제 도입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들의 진심은 제도의 변경이 아닌, 이사회의 본심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함을 알아야 한다.
이사회의 학교 운영이 투명하게 유지되고 이사회가 제시한 학교 발전의 비전과 로드맵이 구성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들이 제시한 간선제 혹은 다수 후보자 추천이라는 제도에 대한 반발은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더하여 학교의 구성원 또한 제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인지하고 총장 선거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제도인지가 아닌, 구성원과 이사회 간 신뢰 구축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박승현 기자 (tiger220438@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