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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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week 3일차] 우리에게 먼 마을, 이웃 마을 가리봉동

우리에게 먼마을 이웃마을 가리봉동

 

영화 <범죄도시>에 묘사된 가리봉동은 그저 ‘우범지역’이다. 영화 속 택시 기사는 가리봉동에 들어가며 경찰도 손을 뗀 곳이라 하고, 주인공은 잔뜩 겁을 먹고 기어가듯 걷는다. 대중매체가 왜곡한 모습이다. 가리봉동도 사람 사는 곳이다. 그것도 성공회대학교와 아주 가까운 곳. 잘 몰라서 멀게 느낄 뿐이다.

11월 첫 주를 가리봉동에서 살다시피 했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정겨운 풍경 많이 보고, 거주민 분과 인터뷰도 했다. 아직도 편견 때문에 직접 가보기 무섭다고? 본인도 잘 다녀오고 기사 쓰고 있지 않은가? 지금부터 정민기 기자와 함께 가리봉동 여행을 떠나보자!

 

가리봉동의 맛집

가리봉동에 도착했다. 문득 배가 고파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맛집을 찾기 위해 검색

인터넷에서는 단 한 곳을 가리켰다. ‘월래순교자관’이었다.

월래순교자관은 가수 최자가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 <최자로드>에 나온 식당이다. 방송에 나온 이후 SNS를 통해 유명세를 탔고, 왜들 그렇게 호들갑인지 큰 기대를 가지고 식당에 갔다.

월래순교자관은 중국식 만두를 비롯한 다양한 중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다. 본 기자는 군만두, 물만두, 샤오롱바오를 주문하였다. 군만두는 밑부분은 바삭, 윗부분은 물만두 같아서 신기했다. 물만두와 샤오롱바오는 비슷하면서 내용물이 살짝 달라서 각각 매력이 있다.

(왼쪽부터 군만두, 물만두, 샤오롱바오)

만두의 가격은 각각 7천원이다. 만두의 맛은(는) 굉장하였다! 육즙이 입안을 휘감았다. 만두의 풍미가 사람을 기쁘게 한다. 왕교자 냉동 만두 빠이. 가리봉동에서의 여정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대중양꼬치'다. 다음 식당을 찾다 무턱대고 들어간 곳이다. 알리 기자들과 함께 양꼬치와 꿔바로우를 주문했다.

양꼬치는 1만원에 10꼬치가 나왔다. 양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없고 식감도 부드러웠다. 고급 양고기 식당은 부담스럽지만, 이 곳은 양고기 답지 않게 가성비가 좋았다. 양꼬치를 먹던 중 꿔바로우가 나왔다. 꿔바로우는 15000원이다. 한입 물자 달콤하면서 시큼한 향이 났다. 바삭한 소리가 이번에는 귀를 기쁘게 했다. 무턱대고 찾아갔지만 성공했다.

 

Tip. ‘양꼬치엔 칭따오’ 라는 말을 들어봤을 거다. 두 음식의 조화가 좋으니 꼭 먹어보기 바란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음식이 있다. 그 중에서 디저트로 꽈배기를 먹었다. 꽈배기의 가격은 천원이었다. 달달하진 않지만 담백한 맛이 매력이었다. 천원의 행복이었다.

 

 

 

 

 

가리봉동, 그 편견과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점

가리봉동도 사람 사는 곳이다.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맛있는 음식이 있고 친절한 식당 주인 분이 계셨다. 가리봉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들렀던 여러 곳 중 중국동포타운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중국동포타운신문사의 김전룡 편집장님께서는 진솔하게 말씀을 풀어주셨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중국동포타운신문사 편집장 김전룡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Q. 가리봉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가리봉동은 우마길을 중심으로 양옆에 특색 있는 상가들이 있습니다. 이 안에 더 들어가면 골목 쪽으로 작은 방들이 벌집촌을 이루고 있습니다. 1960년대, 산업화 시대 때 가리봉 5거리는 공업단지의 메카였어요. 그 당시 지방에 있는 젊은이들이 서울에 희망을 안고 왔습니다. 그 분들의 보금자리를 위해 지은 것이 쪽방입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며 공단이 해체되고 빈자리를 동포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밀집 지역이 형성된 것이 현재의 가리봉동입니다. 대한민국 동포 밀집 지역 1번지입니다.

 

 

Q. 3일 연속으로 가리봉동을 오가고 있습니다. 가리봉동이 미디어에서 비추어지는 것과 달리,전혀 무섭지 않던데요, 실제 가리봉동 분위기는 어떤가요?

A: 여기에는 2006년 3월부터 있었어요. 제가 처음 왔을 때는 사건사고가 조금 있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사건사고가 많이 없었어요. 무섭다는 것은 언론에서 떠들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고, 실제는는 그냥 사람 사는 동네에요. 라스 베가스에 가도 몇몇 사람들은 무섭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실제로는 그런 거 아니잖아요? 다 똑같아요.

 

Q. 가리봉동 주민 분들이 주변 동네에서 받는 차별적 인식, 선입견이 있나요?

A. 선입견도 다 언론에서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남구로역에서 살인사건이 터졌다 하면 전체 동포들이 다 도끼 가지고 있다고 언론에서 떠들 듯, 위협이라는 것도 그렇게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그콘서트의 보이스피싱 사기를 다룬 코너 ‘황해’ 아시나요? 동포 지식인 계층하고 한국인 교수하고 같이 이야기했을 때, ‘조선족은 왜 보이스 피싱을 하냐’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통계를 보면 보이스 피싱에 가담한 사람이 10명이면 조선족은 1명, 나머지 9명은 한국 사람이에요. 실제는 그렇지만 황해란 코너가 만들어낸 영향이 커요.

이제 젊은 학생들 알아야 할게 뭐냐면, KBS가 공영방송이니깐 중국의 CCTV, 일본의 NHK에 영국의 BBC에 해당하잖아요. 중국의 공영방송에서 소수집단을 대상해서 그런 비하하는 코너는 못 만들어요. 소수자를 비하하는 내용이기 때문이죠. 중국 내 소수민족 전체에 대한 비하이기도 하지요. 동포 분들께서 중국에서 살다 한국에서 왔을 때 이해를 못 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중국의 CCTV에선 소수민족을 배려하지만,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한국은 공영방송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재생산해서 아쉬워요.

 

Q. 우리 또래의 조선족 학생 분들의 대학 진학이나, 학교 교육은 어떠한가요?

A. 제가 알기로는 숭실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웬만한 학교엔 다 있습니다. 다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대학 가지요. 대동초등학교? 거기는 올해 입학생 100%가 전부 조선족입니다.

다만 조선족 어린이들을 맡는 일부 교사 분들의 태도가 아쉽습니다. 공자님 말씀에 따르면 가르침에는 차별이 없다, 즉 대상을 가리지 않는 뜻인데 조선족 학생들 때문에 교사들은 일이 많아집니다. 그걸 싫어하는 분들도 계세요. “우리 국가의 세금으로 가르치는데, 앞으로 이 학생들이 중국 가는데 (가르치는 게) 의미가 있나?” 이런 식으로 발언하는 교사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학생이 있으면 교육하는 게 교사의 의무인데 말이에요. 두 번째로는 세금 이야기하는데, 동포들 다 세금 냅니다. 대한민국에서 공부하다가 미국 이민 가거나 미국에 취업하는 사람도 있듯이요. 그래서 그런 관점들로 따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조선족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관심 같은 것은 환영하고 좋은데, 학생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면 인식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관심만 갖지 말고, 어느 정도 이쪽 사회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환경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2016년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조선족의 범죄율은 외국인 중에서 평이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내국인 범죄율이 훨씬 높았다. 또한 조선족이 대거 포함된 국내 거주 중국인들의 범죄율은 10만명당 2220명 수준이다. 오히려 한국인 범죄율이 10만명당 3495명으로 훨씬 높았다. 어느 사회를 가도 범죄는 있다. 유독 조선족에 대해 ‘범죄를 잘 저지르는’ 인식이 생긴 것은, 미디어의 자극적인 보도와 선정적 묘사 때문일 수 있다.

 

가리봉동 거리를 거닐며 와닿는 특별한 점은 곳곳에 중국어가 많았고 중국어가 많이 들린다는 점 뿐이다. 사전 탐방을 하러 가기 전에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갔다 왔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중에는 3일 연속 놀러 가는 기분으로 가리봉동을 탐사했다. 그 중 하루는 위험하다는 밤에 갔는데도, 지금 이렇게 원고 마무리 잘 하고 있다. 가리봉동의 어두운 길도,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두운 길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위협적인 모습, 칼을 두르고 다니는 사람,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이곳은 그저 평범한 한국의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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