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제기된 의대 정원 확대 이슈가, ‘2020년 의료정책 추진 반대 집단행동’을 거쳐 2024년, 다시 한번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2월 6일 브리핑에서 2천명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은 정부의 발표에 반대 성명을 발표했으며, 전공의 다수가 사직서를 제출하며 반대의 뜻을 표했다.
이번 ‘2024년 의료정책 추진 반대 집단행동'의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정상적인 의료 행위가 힘들어지고 있다. 기성 언론에서는 이로 인해 피해받은 환자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아픈 것은 환자 뿐만이 아니다. 미래 의료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의 우려 역시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외대알리는 의대생들과 간호학과생들의 막연한 불안감과 솔직한 심정에 귀를 기울였다.
“실효성 없고,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무리한 정책 추진에 대한 재고 필요”... 의대생의 속마음.
현재 학우 A는 의과대학 4학년에 재학중이며, “무책임한 정책 추진에 대한 반대”로 휴학을 신청한 상태다.
‘지방 의료 보완’과 ‘필수과 의사 부족’을 연유로 추진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해 A 학우는 “의료 문제에 대해서 정확한 통계나, 근거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그저 주먹구구식으로 의대 정원을 하고 있다"며, 상황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른 OECD 통계인 도시와 농촌 간 의사밀도 차이가 우리나라는 80.7%로 OECD 평균인 61.8%를 상회한다. 국가별 기대 수명이 83.5세로 OECD 평균 80.6세를 상회하며 2위를 차지하는 것을, 정부는 고려하지 않은 채 1000명당 의사 수가 2.5명으로 OECD 평균인 3.7명보다 현저하게 낮으며 뒤에서 두 번째인 것만을 예시로 들고 있다"며 억울함을 이야기했다.
또한 현재의 전공의들 파업에 관련해서는 “파업을 한 것이 아니고, 사직서를 제출하여 사직을 한 것이다”라며 이를 분명히 했다.
이어 A는 지인의 이야기를 인용해, “사명감을 가지고 필수과에 지원해서 수련을 받고 있었지만, 처우 개선은 고사하고 오히려 ‘낙수과’라는 조롱을 받게 되었다”며. “정부의 실효성 없는 정책 추진에 필수과에서 일하던 내 자신에 대해 회의감이 들게 되었고. 그래서 이번에 사직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말을 전했다.
A는 “정부에서는 ‘필수과’를 위해 이번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필수과’를 전공하는 전공의들은 정부의 정책에 회의감을 느끼고 사직을 하고 있다”는 모순적인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이 진정 ‘필수과’를 위한 정책인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표했다.
A는 “법적으로 80시간, 연속 36시간 근무가 지켜지지 않는 현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정부에서 의료 문제에 대해 실효성 없고,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무리한 정책 추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료현장을 지키고 계시는 간호사 선생님 너무 존경스러워”... 간호학과 학생의 진심.
“전공의들이 부족하다보니 간호 인력이 의사들의 업무를 일부 대신하고 있었고, 기존의 간호사들이 해야하는 업무들은 실습 학생들이 떠안게 돼버린 상황을 직접 겪었다”는 학생 B씨는 현재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현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이슈에 대해 B씨는 “의사들의 입지가 좁아진다거나, 지금보다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정책이 정말 부당한 정책이라도 이렇게 환자를 포기하고 병원을 나가 파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된다”고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파업을 선택한 것을 규탄했다.
1년차 미만의 초입 Physical Assistant(이하 PA) 간호사들이 수술에 배치되는 것에 대해 “진료보조 행위는 불법으로 칭하고 있다”며 “의료사고와 같은 위험에서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나, 병원의 사정상 수술실 운영에 있어서 PA 간호사는 꼭 필요한 존재이기에 어쩔 수 없는 약자의 위치이다"라고 밝혔다.
그렇기에 더 중요한 것은 “이런 PA 간호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간호사들은 이를 위한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래 의료인이 될 사람으로서 “현 정부가 어떠한 이유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의사들 뿐만 아니라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가 명확해지고, 법적 테두리 안에 안심하고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씨는 “간호법이 제정 된다면 간호사 수와 관련해서도 실효성 있는 논의를 통해 간호에 대한 정당한 보상 또한 이루어 질 수 있다”며 간호법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B씨는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게 솔직한 마음”이지만, “이러한 격동의 시기에도 간호사들은 환자 곁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줬음 좋겠다"며 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들에게 존경을 표했다.
“간호사와 토사구팽은 같은 단어라고 생각해도 무방”... 간호사의 고충 인터뷰.
2년차 간호사 C씨는 전공의 파업에 대해 "의대 정원과 관련된 문제를 떠나 파업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씨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로 인해 근무가 원활하지 않아 “남아있는 의사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간호사는 눈치보는 상황이 많아진다”며 “의사들이 자초한 일로 인해 힘들어진 상황에서, 간호사가 왜 눈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솔직한 진심을 밝혔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큰 상황도 심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응급 상황에 달려오거나 처방을 내 줄 인력이 부족하다”며 사태의 진정한 피해자로서 환자들을 걱정하는 말을 덧붙였다.
현재 간호사들은 CPR, 진료, 약물투여와 같은 일부 의사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의 심경을 물어보았다.
B씨는 "병원장이 법적 보호를 해준다는 건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생길 경우 간호사의 탓으로 돌려 책임을 물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불안감을 표출했다.
또한, "전공의들이 복직한다 해도 의사들이 “바쁜데 간호사들이 한번 해봤던 일이니까 하세요”라고 간호사에게 말하면, 업무 범위가 모호해지고 확장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전공의들의 복귀 이후 오히려 간호사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1년차 미만 초임 간호사를 PA간호사로 수술실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 “1년차 미만 간호사는 평소에도 도움을 받아야 할 연차임에도 불구하고 요구를 거부한다면 남아도는 인력인 간호사는 권고사직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1년차 미만 초임 간호사들은 PA 간호사 수술 배치를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며 위험부담이 너무 큰 일이다"라고 의견을 덧붙였다.
C씨는 “자신들의 업무를 침해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PA를 원해서 하는 간호사는 거의 없으며 이 사실을 병원장이 모르는 경우도 절대 없다"고 했다.
“병원에서 인력이 부족한 경우 도움 요청 혹은 강압적으로 업무를 시키는 대상은 간호사고, 인력이 충분하고 돈이 없는 경우 가장 먼저 줄이는 것도 간호사”라며, “간호법도 다시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래 의료계 종사자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은 방향성을 강구해야 할 때
“내가 어떤 집에 방문하건 나는 환자의 이익을 위해 그곳에 갈 것이며 모든 의도적인 잘못과 해악을 삼갈 것이다.” ,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더 없이 존중하겠노라. 나는 비록 위협을 당할 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앞의 문장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일부이고, 뒤의 문장은 ‘1948년 제네바 협약' 중의 한 문장이다.
‘2024년 의료정책 추진 반대 집단행동'이 길어짐에 따라 의료계가 와해되고 있다. 불과 5년 전 , 코로나 19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켰던 단결된 의료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의대생과 간호학과생을 포함한 미래 의료인들과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불안감 역시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선서문의 내용을 상기하여, ‘더 올바른', ‘더 대의적인' 방향성으로의 일보 전진이 필요해 보인다.
김태훈 기자(dhfkehd4386@naver.com)
박찬빈 기자(chan.b2a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