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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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가 본 세상

[비하인드 더 숏] : 비극을 비추지 않고도 실존을 증명하다 : <한공주> 이후 12년, <세계의 주인>이 보여준 카메라의 윤리

<한공주>에서 <세계의 주인>까지, 카메라가 얼굴을 갖지 않는 법

* 본 리뷰는 영화의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제62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윤가은 감독은 영화 《세계의 주인》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작품상,각본상,여자 신인연기상 등 여섯 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개봉 전부터 관객들 사이에서는 무스포 챌린지가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이 영화가 다루는 것은 성폭력 생존자의 이야기다. 그런데 스크린 어디에도 가해의 순간은 등장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사건이 아니라, 사건 이후에도 계속되는 한 소녀의 하루하루를 따라간다.비극을 스펙터클로 전시하지 않고도 이토록 마음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 12년 전 한 영화가 남긴 숙제에 대한 뒤늦은 응답처럼 느껴진다. 2014년 개봉한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는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는 사건을 먼저 설명하지 않는다.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사진 찍히는 일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현재’의 공주를 먼저 보여준 뒤에야 과거를 되짚어간다. 사건으로 인물을 정의하지 않겠다는 이 순서 자체는 당시로서 드물고 중요한 선택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기록되고 그 기록이 누군가에게 재생되는 일을 극도로 경계한다.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