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죄를 씻는 희생." 키릴 러시아 정교회 대주교의 지난해 9월 발언입니다. 한 종교의 수장의 이 충격적인 발언은 러시아 군인들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종교적으로 정당화 했습니다. 어쩌다가 키릴 대주교는 이런 발언을 하게 된 것일까요? 그와 푸틴의 동행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뤄졌습니다.
이들의 동행 역사는 2022년 이전부터 지속됐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부터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러시아 정교회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육체적인 것이 아닌 성스러운 투쟁, 전쟁에서 전사하면 모든 죄가 씻긴다”라는 입장을 내며 러시아 정부를 지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정부 또한 2023년 러시아의 대통령인 푸틴의 성탄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 러시아정교회를 향해 직접 감사를 표명했습니다.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 정교회가 잘못된 동행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 정교회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러시아 정교회는 러시아의 국교입니다. 푸틴 역시 러시아 정교회의 신자입니다. 여기서 키릴 대주교는 푸틴의 열렬한 지지자입니다. 둘의 관계는 신자와 사제를 넘어 정치지도와 지지자이기도 합니다. 즉,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인 것입니다.
더해 푸틴에게 키릴 대주교의 지지는 전쟁을 도덕적으로 정당화시키고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가까워지려 노력합니다. 정교회 역시 러시아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세를 확장하기 용이하기에 러시아 정부와 손을 잡고 있습니다.
병역 의무를 수행하다 죽는 것은,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며 "이 희생을 통해 자신의 모든 죄는 씻긴다"고 키릴 대주교가 예배시간에 언급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학살과 전쟁범죄를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며 푸틴 러시아 정부와 함께한 것입니다.
그의 잇따른 지지 발언으로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키릴 총대주교가 제재대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되자 러시아 정교회는 “종교적 신앙이 잔혹함에 굴복하는 것을 막고 군인의 결의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명목으로 지난 1월 러시아군 군종 신부를 기존 3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리는 방안과 동시에 관련 군사교육과 신학교에 새로운 군사 프로그램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세계 종교계는 비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와의 회담을 취소했고, 정교회의 바르톨로메오스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주교 또한 ‘악마의 전쟁’이라 선언하며 비판했었습니다. 한국의 종교계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전쟁 범죄에 노출된 사람들과 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고,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 정교회의 잘못된 정교유착은 종교의 본질적인 가치를 상실합니다. 약자의 편에서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지원하는, 본래의 종교가 가진 가치와 전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러시아 정교회는 푸틴의 도구로 전락하며 러시아의 불법 행위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더해 러시아 정교회는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파면하며 종교를 지지하고 믿지 않는다면 탄압된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종교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랑’을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현재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 정교회의 결별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러시아의 오랜 국교로서 역사적인 측면이 존재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러시아 정교회는 소련시절 탄압받았지만 러시아의 등장으로 다시 부활했습니다. 그렇기에 둘의 관계는 뗄래야 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러시아 정교회는 무수한 전쟁범죄와 학살을 막기 위해 러시아군과 정부와의 지지와 협력을 멈출 의무가 있습니다. 러시아 정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약자와 소외된 모든 이들을 위한 사랑과 지지입니다. 그들이 진실을 무시하지 않고 다시 사랑의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을 위해서 연대하기를 바랍니다.
김동현 가대알리 기자
편집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담당 기자: 김동현 대표 (신학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