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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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색된 유니폼, 변질된 스포츠

: K리그 시민구단의 모순 … 정치인 구단주의 남우충수
: 유니폼 색으로 '간접 유세' 의혹 ... 충남아산FC 홈 개막전

 

지난 2월 아시안컵과, 유럽 정상급 클럽에서 활약했던 제시 린가드의 깜짝 FC 서울 이적 등으로 개막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2024 하나은행 K리그 (이하 K리그)가 지난 1일 막을 올렸다. 


축제 분위기 속, 개막 초부터 구단과 서포터즈의 충돌이 발생했다. K리그 2 소속 충남아산FC의 서포터즈 ‘아르마다’는 김태흠 충남 도지사가 홈 개막전에서 선수단에 파란색 홈 유니폼이 아닌 올 시즌부터 생겨난 빨간색 써드 유니폼을 착용시킨 것에 대해 반발했다. 

 

충남아산FC의 팀컬러는 아산시의 시목인 은행나무와 어린이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서해바다와 온양온천을 상징하는 파란색이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구단은 팀 컬러와 전혀 상관이 없는 빨간색을 서드 킷에 적용했다. 서포터즈 ‘아르마다’는 당초 이때부터 김 지사의 소속 정당 대표색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며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9일 부천FC 1955와의 홈 개막전 당일 서포터즈 ‘아르마다’는 구단 측으로부터 빨간색 응원 깃발을 사용해 줄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다. 서포터즈 ‘아르마다’는 유니폼과 응원기를 이용한 ‘간접 유세’ 의혹에 분노해 항의 의사를 표하고자 전반전 내내 이날 참석한 김태흠 충남 도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제작해 내걸었다. 
 

 


K리그 시민구단의 모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시민구단은 ‘바이에른 뮌헨’이다. 바이에른 뮌헨이 속해있는 디비전 독일 분데스리가는 ‘50+1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는 구단 자체 혹은 팬들이 총지분의 51%를 소유하게 하는 정책이다. 외부 투자자의 최대 소유 가능 지분을 49%로 제한하여 구단의 의사결정 시 팬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이로써 팬들은 지역 구단에 소속감을 느끼며 스포츠 문화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K리그 소속 시민구단들은 전부 소유주(구단주)가 도지사 혹은 시장이다. 축구를 잘 모르는 정치인이 구단 프런트 대표 직원이기에 결국 축구가 정치에 악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충남아산FC 사태가 대표 사례이다.
 

과거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임금 체불 문제가 있었다. 성남FC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력까지 있는 강팀이지만, 우승 이후 추가적인 투자를 제대로 받지 못해 현재는 2부리그인 K2 리그에 소속되어 있다. 정치인 구단주가 구단주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조광래 대표이사 선임 이후 선동적인 인기몰이 중인 대구 FC, 가수 김종국 씨와 유튜버 빠더너스 등 지역 출신 유명인과 협업을 통해 구단 홍보를 이어가는 안양 FC 등 성공 사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부 소수 구단만 이런 행보를 보일 뿐, K리그 대다수의 구단은 구단주가 정치인인 경우 그들의 말에 전전긍긍하는 실태다. 

 

 

이번 홈 경기에서 본인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본 김태흠 충남 도지사는 경기 중 관계자를 불러 현수막을 제거토록 지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저러면 구단에 대한 지원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극단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팀 컬러의 가치 


서포터즈 ‘아르마다’를 분노케 한 또 다른 이유는 유니폼 색이다. 어떤 팀 스포츠에서든 홈 경기장에서는 구단의 상징색이 들어간 홈 유니폼을 착용하고, 원정 경기장에서는 팀을 상징하는 두 번째 상징색이 들어간 원정 유니폼을 착용한다. 지난 9일 충남아산FC가 착용한 써드 유니폼의 경우, 홈팀과 원정팀의 유니폼 색이 비슷해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어 ‘원정팀’이 도의적 차원에서 다른 색 유니폼을 착용해야 할 때 착용한다. 

 

유니폼 판매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써드킷을 착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이번 사태는 김태흠 지사와 박경귀 시장의 소속 정당의 '간접 유세'를 위해 의도된 것은 아닌지 의혹을 받고 있다. 

 

유럽에서 파란색을 대표하는 구단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FC는 대표 응원곡으로 “Blue is the colour” 를 사용하고, 경기장인 스탬포드 브릿지에는 “Blues”라고 불리는 홈 팬들이 “Keep the Blue Flag Flying High”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팀을 대표하는 상징색은 구단과 팬을 하나로 모아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전 첼시 FC 소속 축구선수 에당 아자르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 파란색으로 물든 홈 구장에서는 누구와 맞붙든 질 것 같지 않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듯, 팀을 상징하는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은 큰 힘을 얻는다. 하지만, 충남아산 FC 구단은 노란색 홈 유니폼이 아닌 다른 색의 써드 유니폼을 착용시켰다.  홈 팬들이 분노한 결정적 이유다.

 


변색된 유니폼, 변질된 스포츠


경기장을 찾아와 준 팬들을 위해 지쳐도 한 발 더 뛰는 것이 ‘프로의식’이고, 유니폼에 젖은 땀만으로 승부를 결정하는 것이 ‘스포츠맨십’이며, 아무리 승부일지라도 경기장 안에서는 정정당당해야 하는 것이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스포츠가 주는 가르침에 외부요소가 개입된다면 그 의미는 필연적으로 옅어지기 마련이다. 팬들에게 재미를 주는 프로 스포츠의 본질 역시 퇴색된다. 

 

올 시즌 첫 홈경기부터 팬들과 구단의 갈등을 빚고 있는 충남아산FC가 어떻게 상황을 수습할지, 축구협회와 K리그 연맹이 이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dhfkehd43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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