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8 (월)

대학알리

[20대, 대선] 즐겁게 뽑고 싶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 되려면

※ 20대, 대선

 

이번 대통령 선거는 ‘87년 개헌 이후 최악의 선거’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개 돌리지 않고 우리 20대 목소리가 세상에 소멸되지 않기 위해 크게 외칩니다. 독자 여러분 역시 ‘20대, 대선’ 필진이 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또다시, ‘소신’과 ‘전략’사이에서 

 

언제까지 우리는 공포 뒤에서 투표해야 하나

 

 

 

 

 

 

 

기표소에 들어가서 5분가량을 서서 고민했다. 결정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망설여졌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도장을 찍고 투표장을 나왔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대선을 6일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사퇴하고 국민의힘과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언론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급상승을 예상했다. 갑작스러운 단일화 소식에 “이러다가는 정말 윤석열이 될 것 같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크라잉재명’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재명도 싫은데, 윤석열은 더 싫기 때문에’ 울면서 이재명 후보를 뽑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여성 전용 커뮤니티 ‘여성시대’에 장문의 글을 게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렇다면 20대 여성은 이재명 후보를 흡족해할까.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보자. 확실히 12월 이후, 이 후보는 2030대 여성을 타겟팅하겠다는 의지를 돋보이며 여성정책을 활발히 홍보하기 시작했다. 특히 1월엔 피임/임신 중지 급여화부터 젠더폭력근절 4대 공약(△데이트폭력·스토킹·성폭력(젠더폭력)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강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무관용 엄벌 △디지털성범죄 근절 및 불안 해소 △반복되는 군대 내 성폭력 악습 근절)과 여성가족분야 5대 공약(△고용평등 임금공시제.채용성차별 방지법 개정 △성재생간 건강과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여성청소년에게 생리대 구입 비용 지급 △남성 육아휴직 확대(육아휴직 부모 쿼터제, 자동 육아휴직등록제 등) △1인가구 안전.주거불안 대비 정책 등을 발표했다. 닷페이스에 출연해서 차별금지법이나 직장 내 성평등에 대해 입을 열었고,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하던 박지현 씨를 선대위에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2030 여성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아들 논란과 형수 욕설 사건에 이어 그간 여성의제가 확실한 이슈들도 ‘남녀 모두의 문제’라며 두루뭉술한 태도로 일관한 이재명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가 쉽게 탈색되지 않은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막판에 우르르 내놓은 공약들을 얼마나 ‘잘’ 이행할 수 있을지, 그 공약들이 얼마나 섬세하게 발의되어 실질적으로 여성의 삶을 움직일 수 있을지 믿음직스럽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다. 무엇보다, 이미 노동자와 여성의제를 계속해서 다루며 싸워온 심상정 후보를 외면하고 ‘타협’하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소신투표와 전략투표를 두고 여론이 나뉘었고, ‘이재명도 싫지만 윤석열은 더 싫은' 여성들은 머리를 싸매야 했다.

 

“’공포정치’는 너무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다. 최악을 막으려고 차악을 선택하는 것은, 차악을 다시 최악으로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특정 후보를 막기 위해 움직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목소리를 정확히 대변하는 여성 정치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의 생(生)이 무너지게 생겼는데 어떡하냐.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 맥락 없는 안티페미니즘이 승리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길 것이다. 여성표가 중요하다는걸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실효성 있는 여성정책을 기대할 수 있고, 다음 선거에서도 여성의제가 계속 다뤄질 것이다.”

 

둘 다 틀린 말 없다. 전략투표 하겠다는 사람이 소신 없는 것 아니고, 소신투표 하겠다는 사람이 전략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누가 당선될까’가 아닌, ‘누가 내 표를 필요로 할지’를 고려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찍었다는 사람도 있고, 피눈물 흘리며 이재명 후보를 찍었지만 심상정 후보에게 후원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나는 그저, 왜 우리는 자꾸 이런 착잡한 마음으로 투표해야 하는지에 회의를 느낀다.

 

나는 이번 선거가 20대 여성에게 너무나 힘든 일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유력한 당선 후보가 여성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여가부 폐지’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상황은, 2030 여성에게 실질적인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소신과 전략을 무겁게 고민하는 여성들의 선택 뒤에는 공포가 내재할 수밖에 없다. 

 

슬프게도, 어떤 후보가 나의 삶을 ‘덜’ 망칠지 고민하는 것에 대한 피로는 익숙하다. 공포정치도 새롭지 않다. 하지만 더이상 특정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 한 표를 행사하고 싶지 않다. 흔히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 유권자가 '최악을 가려내기 위해' 탐탁지 않은 마음으로 한 표를 던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선거를 꽃이라 불러도 될까.

 

즐거운 대선을 하고 싶다. 누굴 뽑아야 내가 더 풍성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선거를 하고 싶다. 즐겁게 뽑고 싶다.

 

심하연 기자

simha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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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연 기자

구석진 곳을 왜곡 없이 비추고, 가려진 세상을 섬세하게 묘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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