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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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고(告)하다] 대학가에 놓여진 화환, 지금 가톨릭대학교는 무슨일이

가톨릭대 근조화환 단톡방 개설자 박재연 동문을 만나다
“입학 전형만 문제삼지 않아야…중요한 건 구조적 문제 해결”

[편집자주] 대학에 고(告)하다
고(告)하다. 사전적 정의로 ‘중요한 일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여 알림’을 뜻한다. 본 코너는 학생 사회가 대학에 전하고 싶은 현안을 가대알리가 대변하고자 기획된 심층보도 코너이다.

 


 

 

대학 축제를 얼마 남기지 않은 5월,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의 관심사는 조금 다르다.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종이컵 미설치, 대학 내 전등 점등에서 비롯되어 입시 정책의 변화까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학교의 태도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입시 정책의 변화로 우려되는 학내 수준과 특정 학과 쏠림 현상, 강의의 질에 대한 우려와 불만은 ‘근조화환 설치계획’이라는 단체행동으로 귀결됐다. 학교 측은 종이컵 재배치, 입학처장 면담 내용 공개를 하였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대학 구성원들이 ‘주체’에서 ‘객체’로 전락

 

학교에 대한 학생 사회 내 불만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대자보 철거 사건으로 인해 학교의 행정 처리 방식은 크게 지탄받은 적이 있었다. 이번 화환 설치 사태에서도 학교에 대한 불만 사항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대학의 주체 중 일부인 학생들이 매년 반복되는 문제를 언제까지나 지켜볼 수는 없다. 이번 화환 설치 계기에 대해 알아보고자 근조화환 단톡방 개설자, 박재연 동문(법학과 18)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가톨릭대학교 학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에브리타임 커뮤니티에서 근조화환 단톡방을 개설한 졸업생 박재연입니다. 2018년 입학해 학부 시절에 법학과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2021년 2월에 졸업했습니다.

 

Q. 근조화환 단톡방을 개설하고, 관련 활동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학부 시절, 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학과 규모에 비해 재직 중인 교수 인원이 너무 적은 학과도 있었습니다. 종교학과가 폐과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학교의 방침이나 추진 과정 속 학생 입장에서 납득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나름 바꿔보려고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복잡한 마음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가톨릭대 동문으로서 돕고 싶은 마음만 있었습니다. 후배들의 질문에 답변하거나, 직업을 가지게 되면 학교에 장학금 기부나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5월 초 에브리타임에서 입학전형과 관련된 문제 제기를 보고, 입학전형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저는 지금의 입학전형이 나오게 된 원인이 하나로 수렴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주체’에서 ‘객체’로 전락시키는 불통 행정이라고요. 처음에는 대학원 재학으로 인해 직접 학교에 가지 못해서, 대신 근조화환이라도 보내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에브리타임 대화방을 만들었는데, 학우들의 반응이 생각 외로 뜨거워서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Q. 학내 현안을 알리기 위한 여러 방안 중 ‘근조화환’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요즘 근조화환이 색다른 시위 방법으로 흔히 채택되고 있음이 고려 대상이었습니다. 어떤 가치가 죽었을 때, 이를 장례식에 비유해 시위를 진행한 사례도 꽤 있었습니다. 시위는 비폭력적이면서 많은 이들에게 이목을 끌어야 합니다. 따라서 근조화환이 적당한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부 시절 때 학교에서 대자보를 떼어가는 것이 좋은 행동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디 이것도 한 번 가져가 보시지’하는 마음도 약간 있었습니다.

 

Q. 근조화환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A. 교수나 교직원이 가장 난처할 것입니다. 위에서 이렇게 추진하라고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는 면이 가장 클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상황을 바라보면, 더 뿌리 깊은 조직 문제가 원인일 것입니다. 조직의 구조적 문제에 얽혀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돼서,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참에 각자 현안들을 들고나오면 좋겠습니다. 저마다의 입장에서 불편과 불만이 쌓여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가족이고, 이 과정에서 학생이 부당히 낙인찍혀서는 안 됩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고충을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분위기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공동체이자 가족으로요.

 

Q. 학내에서 근조화환 방 개설 이후, ‘낙화’나 ‘대자보자경단’ 등 학내 현안에 대해 학우들이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있습니다.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학교에 계신 분들께서 저마다의 활동을 해주신다는 점에 감사합니다. 제가 입학한 2018년은 가톨릭대학교가 아나키즘(무정부주의) 대학이라는 부정적인 명성을 얻은 해였습니다. 그 이후로 다행히 총학이 들어서기는 했지요. 현재 총학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들에게 너무 큰 부담이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내 각 단위와 학생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론장은 의견이 하나로 수렴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주체가 각기 다른 가치나 생각을 들고 나오는 것도 괜찮다고 보고요. 오히려 그런 게 가장 건강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학우들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A. 가대알리에서 ‘대학에 고(告)하다’라는 심층보도 코너를 만들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첫 주자로 인터뷰를 할 수 있음에 영광입니다. 덧붙여, 가대알리의 학내 구성원 칼럼코너인 ‘가대인의 소리’의 첫 주자로서 위헌학칙의 기원과 대학 운영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을 담은 칼럼을 기고할 예정입니다. 학우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답답했던 것들을 바꾸지 못하고 졸업했습니다. 책임도 느끼고 미안함도 느낍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겠습니다. 학교에서 직접 분노하고, 행동하실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손지훈 편집장
장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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