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6 (일)

대학알리

가톨릭대학교

[청년과 종교] 저는 ‘정교회’를 믿는 청년입니다

정교회의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찾아가는 과정”
정유하 정교회 신데스모스 청년 '정교회의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의 영성은 옳고 그름의 기준이 됨을 밝힘'

 

최근 종교를 믿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4년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 따르면 18세부터 29세까지의 인구 10명 중 7명이 무교라고 응답했으며 종교를 믿는 청년 중 개신교는 13%, 천주교는 7%, 불교는 8.5%, 기타 종교 2%에 그쳤다.


이러한 청년층의 종교 이탈 현상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외부적으로는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종교계가 보여준 각종 범죄행위와 과도한 정치 참여, 저출산과 경제적 여건 등이, 내부적으로는 기성세대와의 소통 부재와 갈등, 수직적인 구조, 제도의 규율화와 종교의 재정적 세속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대로 청년들의 ‘종교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불교의 나는 절로(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주관한 미혼 남녀 커플 매칭형 템플스테이), 뉴진스님(오랜 불교 신자였던 코미디언 윤성호 씨가 승복을 입고 활동하는 캐릭터), 불교박람회는 청년세대의 큰 관심을 끌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청년층의 종교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도 자신의 종교를 믿고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청년들이 있다. 이번 코너에서는 자신의 종교를 믿는 청년들의 신앙적인 이야기와 종교활동을 하며 겪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다섯 번째로 소개할 종교는 ‘정교회’다. 정교회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믿으며 보편 종교로서 사도들의 가르침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종교다. 정교회의 이야기를 듣고자 김강희, 김동호, 이윤하, 이창섭, 정유하 한국정교회 대교구 성 니콜라스 대성당 ‘신데스모스(청년회)’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교회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김강희: 저는 과거 개신교 모태 신앙이었습니다. 그리고 정교회에 입교하기 전부터 ‘교부(교회의 아버지)’와 ‘성찬 전례(예배나 미사에서 예수의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는 순서)에 관심이 많아 교부의 원전이나 역사 등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교부나 성찬 전례에 관심이 많다 보니 기존에 제가 출석하던 교회에서는 1년에 2번밖에 성찬 전례를 진행하지 않는 점에 의문을 품고 있었고 교부의 원전이나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제가 출석한 교회가 초대교회의 성찬 전례에 대한 믿음과는 조금 다르게 믿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초대교회의 성찬 전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전통을 지키고 있는 종교”를 믿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이에 다양한 그리스도교 종교들을 찾아보다가 정교회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이윤하: 처음에 마르코 복음서의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관한 성경 구절을 읽으며 예수님을 믿어야겠다고 생각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몇 달 정도 지난 뒤 불현듯 정교회가 생각이 나서 성당에 오게 됐습니다. 방문했던 날 예배에서 “셰리와 바리사인에 관한 복음”에 관해 풀이해 주시는 신부님의 설교 말씀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처음 마르코 복음서를 읽었을 때 느꼈던 깊이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복음을 가르치는 교회라면 다른 종교를 믿지 않아도 되겠다”라는 생각과 “이는 예수님께서 나를 여기로 부르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정교인이 됐습니다.


현재도 정교회의 예배를 통해 성경 말씀을 들으며 절묘하고 조화롭다고 생각하고 큰 감동을 느낍니다.


이창섭: 저는 무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잠시 어머니와 함께 천주교를 믿었습니다. 이후 중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개신교를 우연히 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제가 생각했던 종교가 아니었고 개인적인 일도 있었다 보니 종교를 멀리하고 무신론을 믿게 됐습니다.


그러다 대학교에서 연구를 진행하며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됐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이 이 세상과 인간의 능력만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이후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던 중 미국인 지인에게 고민 상담을 했고 그 과정에서 정교인이셨던 그분이 서울성당에서 진행했던 음식 축제에 초대하셔서 같이 방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교회를 믿으며 객관적인 과학적 지식에 관해 제 마음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관해 대주교님과 안토니오스 신부님을 비롯한 주변 정교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에 확신이 섰고,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정유하: 저는 아버지가 목사님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개신교 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관련 책을 많이 읽으며 자라왔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성인들의 삶을 본받아 살아가야지” 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연약한 존재다 보니 항상 허무하고 당시 삶과 제가 생각하고 지향하는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많이 방황했었습니다.


이후 군대에 가면서 선임들이 개신교에 관해 물어봤었는데 대답을 잘하지 못했고 그때부터 “그리스도교 전반을 주제로 직접 공부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라는 책을 읽으며 어렸을 때부터 추구했던 삶의 이상을 다시 한번 꿈꾸게 됐습니다. 이후 책의 작가에 관한 감동을 받은 후 정교회에 관심이 생겨 이끌려 오게 됐습니다.


김동호: 20살 때 어머니의 권유로 교회에 다니게 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녔던 교회가 있는데 저는 ‘가나안 신도(개신교에서 개신교 신앙을 가지고 있으나 교회에 다니지 않는 신도)’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변화하는 종교 속에서 다니던 교회의 회의를 느꼈습니다. 제가 다녔던 교회와는 다르게 정교회는 하나이고 보편 된 종교이기 때문에 믿음의 중심이 명확할 거 같아 정교회로 오게 됐습니다.


정교회의 예배와 전통 신앙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김강희: 정교회를 믿기 전에는 성경과 신학에 관해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정교회에 온 이후에는 교회의 전통과 가르침에 순종하고 성체 성혈 성사(정교회는 성체(예수님의 몸)과 성혈(예수님의 피)를 동시에 모신다.)가 교부의 말씀대로 “우리들의 영과 육신이 거룩하게 양육돼 가는 과정”임을 느끼게 됐습니다.


정교인으로서 세례를 받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제가 살아가는 이 행동 하나까지 조심하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며 가슴 깊게 새기며 살아갑니다.


이윤하: 정교회를 믿기 전에는 일요일에 주로 잠을 잤습니다. 하지만 정교회를 믿으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성당에 오게 되는 과정은 저의 과거 생활 습관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정교회는 ‘금식’을 매우 강조합니다.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육식하지 않으며 특정한 시기에는 생선만 허용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교인의 의무를 일상생활 속에서 완벽히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교인으로서 ‘금식’과 일요일 아침에 변화한 생활상은 저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창섭: 무신론자였고 과학을 믿을 때는 판단 기준이 과학적 사실이나 객관적인 진술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옳고 그름에 관한 기준을 아예 잃어버리게 됐습니다.


정교회에 입교하게 된 이후에는 과학적 사실이 아닌 ‘절대적인 선’의 관점으로 판단해 보며 제 마음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정교회를 믿기 전에는 일요일에 놀고 술 마시고, 게임을 하는 삶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유혹을 다 뿌리치고 성당에 나와서 공동체와 친교 하고자 노력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신앙적인 성장과 스스로의 성찰을 추구하게 됩니다.


정유하: 과거에는 신앙인이라고 하면 좋은 신앙인이 돼야 하고 사람들에게 모범이 돼야 하는 것에만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한 강박증도 있었습니다.


정교회의 교부를 접하고 특히 예배 중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영성이 저의 죄를 보는 것 같습니다. 현실 속에서 저의 죄만 보면서 참회하고 속죄하면서만 살아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 거 같습니다.


일상에서도 성찬 예배 전에는 스스로 자신을 비우는 훈련을 하고 내면에 예수님이 들어오실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든 것들이 녹아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동호: 하느님과 성경에 순종하고 성경 속 말씀에 관한 실천이 생활 속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교회를 믿는다고 밝혔을 때 겪었던 오해나 편견이 있었나요?


김강희: 한국 사회에서는 정교회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저는 평소 “교회” 간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교회 간다고 이야기하면 개신교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 편견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저 정교인입니다’ 라고 밝히기도 합니다.


이윤하: 사람들은 정교회라고 하면 주로 ‘그리스 정교회’나 ‘러시아 정교회’를 생각합니다. 특정한 민족과 나라에 엮어서 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주교 다니는 사람에게 “너 이탈리아 천주교 다녀?”라고 묻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교회를 잘 모르는 외부인과 이야기하며 생기는 편견이나 오해의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창섭: 아버지는 무교이다 보니 정교회에 관해 상세하게 물어보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당시 2017년에 러시아 정교회 비판 뉴스와 기사가 나오던 시기였다 보니 러시아 정교회로 생각하시고 오해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상세하게 설명을 해드렸고 지금은 잘 해결됐고 이해해 주십니다.


정유하: 오해와 편견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에 관한 왜곡된 시선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일부 정치권과 엮어서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평소 종교에 관한 오해와 편견이 아닌 하느님 자체에 관한 오해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김동호: 없었습니다.


청년으로서 정교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강희: 정교회를 믿은 이후로 불만 없이 기쁘게 믿습니다.


조금이나마 바라는 점은 교부 문헌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교부의 원전이나 정교회 문헌들이 번역되어 출판된다면 정교인으로서 신앙생활을 이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이윤하: 정교회에 바라기 전에 저는 제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자 합니다.


이창섭: 그리스어로 된 원서나 문헌이 많다 보니 번역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번역이 빨리 돼 다양한 교부의 문헌이나 정교회 자료들을 보고 배우고 싶습니다.


정유하: 정교회는 곧 저 자신이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거룩하게 살아가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정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습니다.


김동호: 어떤 분께서 “‘어머니 하나님’을 아세요?” 하며 말을 거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으나 계속 붙잡으셔서 그 분께 성경 이야기를 하니 말을 안 하셨던 일이 있었습니다. “만약에 성경을 몰랐다면 반박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특히 저는 성모님(테오토코스, 그리스어로는 ‘Θεοτόκος’. 하느님인 예수의 어머니라는 의미다)에 관한 교리 서적이 번역돼 읽어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당신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존재인가요?


김강희: 귀중한 믿음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분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을 통해 구원을 이루신 분입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정말 귀중한 믿음입니다.


또한 올해 한국 정교회 대교구 올해 주제가 “그리스도를 사랑합시다. 그리스도는 전부이십니다”인데 저 성경 구절 그대로 그리스도가 전부임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이윤하: 저의 삶을 구원하신 분입니다.


처음 성경을 읽고 성당에 다니게 된 그 과정이 없었더라면 극단적일 수 있지만 ‘살아있지 않았다’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의 삶을 돌아보면 고단했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당시 저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시고 복음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신 분이기 때문에 ‘삶의 구원자’임을 느낍니다.


이창섭: 고마운 분입니다.


제 마음속에 각인된 예수님에 관한 마음입니다. 그분이 없었다면 정교인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정유하: 모든 것인 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글이 하나 있습니다. ‘천국의 사냥개’라는 책인데 그 책을 보면 주인공이 끝없이 도망갑니다. 하느님을 멀리한 채 다른 대상을 바라보며 도망가고 숨기 바쁩니다. 그러던 중 마지막에 예수님이 그 주인공에게 하신 말씀이 “어리석고 약한 자야. 네가 찾는 게 바로 나였다”고 이야기하십니다.


모든 것을 예수님을 향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추구해야 함이 정답이지만 저 스스로는 예수님을 외면하며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모든 것’이십니다.


김동호: 저라는 죄인을 살리신 분입니다.


저라는 죄인의 빛을 발견해 주시고 이끌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김동현 기자(mvp2450@naver.com)


편집인: 김단비 부편집국장 (국문 21)
담당 기자: 김동현 기자 (신학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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