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2 (수)

대학알리

[기고] 캄보디아로 떠난 청년들: 무엇이 그들을 외지로 몰았는가

이수현 사회민주당 청년위원회(준) 운영위원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 청년들을 표적으로 한 납치·감금·사망 사건이 다수 보도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 들어, 캄보디아 현지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해외 취업 알선” 등을 미끼로 한국 청년들을 유인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캄보디아로 간 청년들은 여권을 빼앗기고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당한 채 보이스피싱, 마약 운반 등 불법 노동에 투입된다. 일부는 폭행과 고문 끝에 사망하기도 했으며, 일부는 장기 적출의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외교부는 캄보디아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일대에 여행주의보를 발령하였다. 또한, 현지 당국과 공조를 통하여 구금 피해자 구조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십 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다. 사건의 표면은 해외 사기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청년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들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으로 향하게 된 공통된 배경에는 경제적 절박함이 있었다. 통계청의 고용보조지표에 따르면 현재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여전히 15~20%대를 오가고 있다. 비자발적 비정규직, ‘그냥 쉬었음’ 청년까지 포함하면 체감실업률은 30%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그나마 일하는 청년들도 단기 아르바이트나 플랫폼 노동 같은 불안정한 형태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학자금 대출, 월세, 가족 부양 등의 부담을 안고 산다.

 

이 같은 경제적 절박함과 심리적 불안은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킨다. “세 달만 일하면 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은 의심보다 “이번은 다를걸?”, “나는 아니겠지”와 같은 자기합리화를 만든다. 이는 개인의 무지나 부주의가 아니라, 생존 본능이 빚어낸 구조적 문제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적 절박함이 사회 구조 속에서 재생산되고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 고용의 질은 여전히 낮고,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이 일상화되었다. 이에 ‘근로는 하지만 가난한 세대’,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가 찾아왔다. 나아가 정부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일하고 싶지만,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청년 빈곤과 노동 불안, 사회적 방치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든 유사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캄보디아로 떠난 청년들은 무지해서 간 것이 아니다. 그들이 떠난 건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미래를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왜 속았느냐”가 아니라 “왜 그들은 그만큼 절박했느냐”다. 누군가의 절박함이 범죄조직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이제는 그 구조적 책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기적으로 긴급생활자금과 채무조정, 구직안정 지원을 확대하고, 나아가 국가일자리보장제와 주거보장제 등 청년들의 안정된 삶을 보장할 제도적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이수현 사회민주당 청년위원회(준) 운영위원(sjsong3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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