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5 (월)

대학알리

한림대학교

알바에서 살아남기

사진 출처 ⓒ알바천국

 

‘대학생이 되면 해보고 싶은 일’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몇 가지 있다. 연애, 여행, 아르바이트, etc. 대학생들은 안다. 셋 중 어느 하나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연애와 여행은 차치하고, 아르바이트는 어째서? 일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좋은’ 아르바이트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그래도 최저임금은 지킬 거라는 희망,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기대, 그리고 상식적인 손님이 더 많을 거라는 착각은 진즉에 접어두는 게 좋다. 그런 건 유토피아에도 존재하기 어려우니까. 한림알리에서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이른바 ‘알바인생’을 살며 겪는 갖가지 어려움을 들어봤다. 그리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최저임금은 저 하늘나라로···

최저임금 위반과 관련된 이야기는 사실 좀 지겹다. 하지만 말을 꺼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전히 수많은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같이 안고 있다.

우리 학교 1학년 A씨는 춘천시 내 한 편의점에서 약 4개월간 일을 했다. 학교 수업 및 여러 가지 활동과 겹치지 않는 일을 구하다 찾아간 곳이 편의점이었다. A씨는 처음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만 해도 “당연히 최저임금을 받을 줄 알았다”고 했다. 6,470원.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에는 분명 그렇게 쓰여 있었다고 했다. 막상 알바 면접을 보러 가자 고용주의 말은 달랐다. 수습기간 3개월 동안에는 최저임금에서 10% 감액한 금액으로 월급을 지급하겠다는 거였다. A씨는 그러려니 했다. 수습기간만 잘 버티면 되니까. 3개월이 지나고 4개월차 월급이 들어왔을 때 A씨는 의아했다. 수습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월급에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점장에게 이에 대해 묻자 “네가 아직 일이 미숙해 수습기간을 늘리려고 한다”는 답이 왔다. A씨는 지난 4개월 동안 점장에게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꾸지람을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점장에게 항의했지만 점장은 ‘수습기간을 두는 건 고용주 재량이고 꼬우면 네가 그만두라’는 식이었다. 결국 A씨는 잔여월급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관뒀다.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신규 고용될 시 수습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에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 그 기간 동안 최저임금에서 최대 10%를 감액해 지급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으로 줄 수 있는 수습기간은 최대 3개월이며 근로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이라면 감액 자체를 할 수 없다. 즉 A씨의 경우처럼 수습기간을 3개월보다 초과 적용해 최저임금을 주는 것은 위법이다.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업장을 발견하면 노동청에 해당 사업장을 신고하면 된다.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을 그만두었더라도 사용자가 지급하지 않은 급여를 돌려받을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업장에서 이런 편법 아닌 편법을 쓸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당초 근로조건이 상세히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아직 일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수습기간 연장을 주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근로계약서는 사업장의 규모나 고용 형태가 어떻든지 간에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1일 근무시간이 짧거나 1주일 중 하루 이틀밖에 일하지 않아도 근무일과 근무일별 근로시간이 기재된 계약서를 반드시 써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향후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우므로 근로자는 반드시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서 체결을 요구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는 사업장 역시 노동청에 신고해 최대 500만 원의 벌금을 물게 할 수 있다.

 

주휴수당인 듯 주휴수당 아닌 주휴수당 같은 너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사업장도 많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근로계약서에 정한 1주 동안의 근무일을 개근한 직원에게 1일의 휴일을 주어야 하며, 이 휴일은 임금을 주어야 하는데 이를 주휴수당이라고 한다.

우리 학교 휴학생 B씨는 한 교육업체에서 블로그 마케팅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회사로 출퇴근하지만 B씨는 회사에 프리랜서로 등록돼있다. 때문에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으며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고용·산재보험) 적용도 받지 않는다. 얼마 전 회사에서 당초 약속이었던 주 3회 근무를 제멋대로 주 2회로 변경했지만 프리랜서인데다가 혹시나 잘릴까 두려워 B씨는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했다. 주휴수당 역시 회사에서 엉터리로 해석해 지급하고 있다. 원래 주휴수당은 말 그대로 주 단위로 적용해야 하는데 B씨가 월급을 받는다는 이유로 회사에서는 월 단위로 시간을 적용한다. 대충 이런 식이다. B씨가 월, 수, 금에 각각 8시간씩 일한다고 치자. 월급일이 목요일에서 끊기면 월요일과 수요일 근무 16시간만을 주휴수당에 적용해 임금을 지급한다. 즉 나머지 금요일은 주 8시간 근무한 것으로 보고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상 1주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면 주휴수당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법규상 각종 규정으로부터 자유롭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해석에 따르면 프리랜서로 계약을 맺었더라도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업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에 속하게 된다. 즉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감독을 하며, 근무시간과 장소를 사용자가 지정하고 있는 B씨는 사실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B씨의 회사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및 계약 위반, 4대보험 미가입, 주휴수당 미지급으로 인한 임금체불 등 온갖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중이다. 이 사례 역시 노동청에 신고하면 그동안 회사에서 체불한 주휴수당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회사는 근로계약 위반 전반에 대해 처벌받게 된다.

 

금쪽같은 내 시간 챙겨 받자, 시간외근로수당

이외에도 시간외근로수당 역시 잘 챙겨야 한다. 시간외근로수당이란 연장, 야간 및 휴일 근로 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하는 수당이다. 1일 기준 8시간 혹은 1주 기준 4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면 연장근로에 속한다. 야간근로란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의 근무를, 휴일근로란 주휴일·근로자의 날 또는 회사가 정하고 있는 휴일에 근무한 경우를 뜻한다. 단, 사업장 상시 근로자 수가 5인이 되지 않으면 시간외근로수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서 흔히들 1일 근무시간이 8시간을 초과해야만 연장근로수당에 적용받는다고 착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근로계약서상 1일 근로시간을 5시간으로 정했다고 가정하자. 어찌어찌하다 2시간 더 일하게 돼 실제 근무시간이 7시간이 됐다면, 초과 근무한 2시간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적용받을 수 있다.

 

사람이 문제다

자,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업장은 신고하면 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은근슬쩍 말로 열 받게 하는 상사와 동료는 어떻게 하지?

갖가지 위법을 행하고 있는 B씨의 회사에는 사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B씨의 주요 업무는 책을 읽고 블로그 포스팅 하기. 이를 위해 사무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B씨에게 사장이 말했다. “B씨는 참 편한 직장 가졌네.” 책을 미리 읽고 와서 근무시간에는 블로그 포스팅만 했으면 하는 눈치였다. 사장 말대로 ‘꿀알바’라면 꿀알바지만, 그렇게 비꼰 말을 들을 정도로 태만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B씨는 매우 불쾌했다. 이 사장님의 모욕적인 언사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어느 날은 “공부를 못할 것 같다”고 하더니 하루는 B씨가 신고 있던 신발을 가지고 트집을 잡았다. “신발이 참 멋있다”고 비꼬면서 언제, 어디서 샀는지를 물었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B씨에게 “그런 신발은 중국에 가면 5천 원 주고 많이 살 수 있다”며 빈정거렸다. 또 언젠가는 “B씨 보니까 커피 마시고 싶네. 커피 좀 타오라”며 잔심부름을 시키기까지 했다.

돈 주는 사장이 화를 돋우면 ‘밥줄’이라 생각하고 참지만, 같은 아르바이트생이 화를 돋울 때도 있다. 1학년인 C씨는 베이커리 체인 P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을 빼고 다른 약속에 가야했던 C씨는 동료 ㄱ씨와 근무일을 교체하기로 했다. C씨의 사정을 듣고 자신도 일이 있다며 ㄱ씨가 먼저 제안해왔다. 그런데 며칠 뒤 ㄱ씨가 ‘C씨의 근무일을 대신 해주지 못할 것 같다’며 문자를 보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C씨는 ‘네. 그럼 각자 원래 근무일에 일하면 되는 거죠?’라고 답문을 보냈는데 ㄱ씨로부터 기상천외한 답을 받았다. ‘아니죠. 제 근무일에는 C씨가 해주기로 하셨으니까 해주셔야죠.’ 그러니까 ‘네 일은 네가, 내 일도 네가’ 하라는 거였다. 그렇게 할 수 없다는 C씨에게 ㄱ씨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원래 사회생활은 이렇게 하는 거예요.’ 아르바이트장에서 제일 어리며 신입이었던 C씨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말폭력의 경우 속으로 화를 삭이며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의 인내는 나쁜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정도를 지나친 희롱이나 괴롭힘까지 참고 앉아있을 만큼 순진해서는 안 된다. 사실 말폭력에 대한 명확한 법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고용노동청에 말폭력 피해에 대해 진정을 제기하고, 감시관이 해당 내용을 살펴 가해자를 제재하게 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피해가 클 경우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한편, 근로계약이나 근로 환경에 있어 부당함을 느꼈지만 부당행위인지 확실하지 않다면 고용노동부 상담센터(국번없이 1350)로 전화해 상담 받으면 된다. 여유가 있다면 방문 상담 역시 가능하므로 적극 이용하길 바란다.

학자금대출이며 생활비며, 그냥 소소한 용돈벌이라도 우리가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많다. 하지만 그 수많은 이유들이 자신보다 높아져 삶을 지배하게 두지는 않았으면 한다. ‘N포세대’라고는 하나 나를 포기하지는 않았으니까. 한 야당 의원은 “나는 알바 월급 떼여도 사장님이 살아야 나도 산다는 생각으로 노동청에 고발하지 않았다”며 “우리 사회에 이런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발언에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일방적인 피해와 수고를 ‘공동체 의식’이라는 말로 포장하는 자들을 가만 두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신고해야 우리 사회가 산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악덕 사업장을 고발하고 실리를 챙기는 한림인들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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