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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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흙수저당 손솔 대표 인터뷰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지금의 중장년층 세대는 젊은 시절 정치에 참여하여 ‘민주화’라는 가치를 이룩한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세대에요. 그런데 지금 청년들은 직접적인 정치 경험을 통해 희망을 본 세대도 아니고 사실상 어떻게 정치 참여를 하는지 잘 모르죠. 무관심하고 분노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몰라서 직접 참여를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청년들은 정치에 참여해 본 적이 없으니 정치를 통해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고 오히려 정치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자라 ‘정치’에 대한 회의가 매우 크죠. 그런데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우리가 직접 정치해야 해요.”
  청년 손솔은 말했다. 청년들이 변화를 일으키는 직접 정치, 그리고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정치를 하고 싶다고.

 

前 총학생회장이 창당을 한다.

2016년 2월 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칭 ‘흙수저당’이 청년추진위원회 결성을 발표했다. “흙수저들이 헬조선을 뒤집고 직접 정치하겠습니다.” 흙수저, 헬조선… 강렬한 단어들이 눈에 띈다. 그런데 더 눈에 띄는 것은 한 사람이었다. 손솔. 이화여자대학교 제47대 총학생회장이었다.


2015년은 이화의 안팎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세월호 참사 1주기, 파빌리온 신축, RESET 프로젝트,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박근혜 대통령 이화여대 방문, 민중총궐기,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손솔은 2015년의 굵직한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그 자리를 지켰다. 부조리한 일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 옳지 않은 일에 반대의 목소리 높이겠다. 잘못된 것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겠다. 손솔을 설명하려면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손솔은 이런 사람이기에 직접 나서고자 창당을 준비하는 걸까. 궁금해졌다.

 

“옳지 못한 것을 놔두는 건 답답한 것 같아요.”

총학생회장 임기가 끝나기 무섭게 창당 준비 소식이 들리다니, 손솔 대표 정말 바쁘게 산다. 흔히 말하기를 총학생회를 하면 일이 너무 많아서 시험공부는커녕 교수님한테 가서 제발 C, D만 달라고 사정을 한단다. 그렇게 1년을 바쁘게 살았을 텐데 이제 좀 숨을 돌리고 싶지 않았을까? 아니면 원래 성격이 바쁜걸 즐기는 걸까?


“잠자는 것도 좋아하고 집에서 빈둥대는 일도 정말 좋아하죠. 원래 바쁜 삶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닌데 제가 생각하기에 옳지 못한 일, 부조리한 일이 생기면 답답해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가만히 있는 자신을 보면 화가 나고 싫더라고요. 이런 성격 덕분에 창당을 추진하게 된 것도 있죠. 그런데 무엇보다도 작년 한 해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정치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학교 밖의 일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 안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내부에서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가 변화해야 하고 더 나아가 국가 전체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왜 ‘지금’ 인가

“2015년은 정말 의미가 있는 해였어요. 청년들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고 청년들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어들이 등장했죠. 이전에는 청년 문제를 이야기하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청년들은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들이 나왔는데 2015년에는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우리 잘못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생각해요. 청년들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튀어나왔는데 청년들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당이 없어요. 청년 문제가 주목을 받는 지금 청년을 대변하는 정당이 나와야 청년들의 문제 해결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올해는 총선이 기다리고 있는 해잖아요.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해야 해요. 아무리 문제들이 공론화되고 목소리가 높아져도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까요? 지금의 집권층한테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죠.”

 

창당의 길이었나

소위 ‘박근혜 키즈’라고 불리는 이준석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은 2011년 한나라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면서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되었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오창석 씨는 입당 인사에서 당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갔다고 말했다. 젊은 정치인들 다수가 기존의 당에서 선거를 돕거나 직책을 맡는 등의 계기를 통해 정치를 시작한다. 그런데 왜 손솔 대표는 창당이었을까. 창당이라니, 말만 들어도 쉽지 않은 길이라 생각되지 않는가?


“일단 제가 들어가고 싶은 정당이 없었어요.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도요. 사실 지금 존재하는 그 어떤 당도 저를 포함한 청년들이 말하고 싶은 것을 대변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개선하고 싶은데 다른 당이 청년들의 처지를 대변해주지 못한다면 정치를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청년 문제를 제외하고도 세월호 참사,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가폭력에 희생된 백남기 선생님의 상황 등 다른 문제에서도 여당뿐 아니라 야당 인사들의 태도도 다를 바 없다고봐요. 여당 야당 모두 언론을 통한 보여주기 식의 정치 활동에 혈안이 되어있고 실질적으로 문제 당사자의 요구가 무엇인지는 귀 기울여 듣지 않잖아요.”


그런데 정치는 정말 현실이다. 정치에서 본인이 달성하고자 하는 가치를 실현하려면 돈과 사람이 있어야 한다. 특히나 정치에서는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움직일 힘이 생긴다. 손솔 대표는 어떤 사람들과 뜻을 같이 하고자 하는 걸까.


“저희 당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등장했지만, 청년만이 아닌 농민과 노동자와의 연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사실 청년, 농민, 노동자 모두 각자의 상황과 이해관계는 조금씩 다르죠.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가 이들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않아 이들이 대한민국의 낮은 곳에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는 접점은 분명하다고 봐요. 그리고 청년, 농민, 노동자는 종국의 목표가 같아요. 민중총궐기 때 각 계층의 시민들이 헬조선을 뒤집자고 함께 일어났던 것처럼 우리는 연대하여 정권을 교체함으로써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죠.”


이번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그런데 정권 교체를 하려면 총선에서 흙수저당이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하지 않는가.


“총학생회장 시절에도 정말 많이 한 고민이에요. 그런데 정말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만나서 저희를 알리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야죠. 직접 만나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적어도 제가 만난 한 분은 흙수저당을 기억할 거잖아요. 그래서 2일에 청년추진위원회 발표하고 바로 다가온 설 명절 기간에 많은 분을 찾아뵈려고 노력했어요.”

 

헬조선흙수저

헬조선. 흙수저. 이 단어 자체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불편함은 두 단어가 살기 힘든 대한민국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헬조선과 흙수저 같은 단어가 더욱 씁쓸한 이유는 이 단어가 말해주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단어들을 당을 전면에 내세우다니. 가칭이라지만, 정말 용감하다.


“흙수저나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자조와 무기력이 담긴 말이면서 현실 고발적인 단어죠. 그런데 저는 그런 말들이 등장한다는 자체가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이런 단어가 등장해서 전 세대에 걸쳐 관심을 받고 유행하는 상황은 이미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인지한 것이라 봐요. 청년뿐 아니라 기성세대 역시 이런 단어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청년들의 삶과 자신들의 삶의 차이를 인지하고 있죠.

물론 청년들은 상황은 제각각이에요.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하는 상황에 놓인 친구도 있고 생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취업 걱정은 하는 친구도 있죠. 어떤 분들은 청년들의 고민과 상황에 차이가 존재하는데 청년 문제를 다루겠다는 당이 ‘흙수저’라고 명명한 것에 불만을 느끼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흙수저 자체 명칭보다는 흙수저라는 단어가 나오는 배경에 더 주목했던 거예요. 저희는 청년들이 본인의 상황을 계급성을 가지고 설명하기 시작한 배경에 집중한 것이고 왜 그런 단어가 나오게 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이러한 단어를 선택한 것이라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걱정, 고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히 정치에 나간다고 하면 뜯어말린다고 한다. 정치판은 멀쩡한 사람도 들어가면 이상해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선례가 있지 않았는가. 

손솔 대표에게 주변에서 정치 활동을 만류한 적은 없냐고 물어보니 다행히도 아주 뜯어말린 적은 없다고 한다. 손솔 대표의 부모님께서는 조금 더 생각하고 나중에 시작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말씀도 하셨지만 손솔 대표는 확고했다. 왜 지금 시작해야 하는지 말씀을 드리니 결국에는 부모님도 기왕 하는 거 잘해보라고 하시면서 ‘오죽하면 네가 그럴까’라는 반응을 보이셨다고 한다.


적극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손솔 대표의 SNS 계정이나 흙수저당 기사의 댓글에는 ‘당원 가입을 하겠다.’는 말부터 ‘청년들이 우리의 미래이다.’, ‘민중이 정치하는 세상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등의 응원 글귀가 쏟아진다. 부모님과 같은 중장년층 시민들은 손솔 대표에게 글을 남기며 등산 카페에서 구할 법한 하트 모양 사진도 놓고 가신다. 이런 응원을 받으면 필자였어도 힘이 날 것 같다.


총선을 앞두고 매일같이 바쁜 하루를 반복하지만, 손솔 대표는 지금이 행복하다 말한다. 정치는 본인이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즐겁게 하려 노력한단다.


2시간이 넘는 인터뷰가 끝나자 손솔 대표는 레모네이드 마지막 한 모금을 쪼르륵 마시고는 다음 일정을 위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명절 때 기아자동차 농성장에서 선물로 받은 목도리를 해맑게 자랑한다. 그 모습을 보니 아까 손솔 대표의 행복하다는 말이 진심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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