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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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같이 가자 ‘무장애 여행’

모두를 위한 여행지, 숨겨진 무장애 여행지를 찾아서

 

(사진=김지원 기자)

 

봄에는 따뜻한 바람이, 여름에는 빛나는 풀잎이, 가을에는 청명한 하늘이, 겨울에는 촉촉한 눈꽃이 아름다운 이 땅의 사계절은 발길 닿는 모든 여행지를 아름답게 한다. 비록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길어진 탓에 우리는 여행과도 거리두기를 이어가는 중이지만, 그럼에도 변화된 방식으로 여행은 계속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언젠가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자를 위해 조금은 새로운 여행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소위 말하는 뚜벅이 여행을 할 때마다 쉽게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곤 한다. 부족한 교통편의 한계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 또 보행을 방해하는 여러 장애물은 아무리 선선하고 따뜻한 바람과 함께라도 우리의 여행을 힘들게 한다. 그리고 여행자의 여정을 방해하는 이 요소들은 거동이 불편한 여행자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이러한 부담 요소들을 일정 부분 해소한 여행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 여행지를 ‘무장애 여행지’라 부른다. 


무장애 여행지는 좁게는 휠체어가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여행지를 뜻하며 넓게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유모차가 필요한 영∙유아 동반 가족 여행까지, 우리 모두가 이동의 불편과 제약 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뜻한다. 그리고 그 정의처럼 신체적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여러 편의 시설(장애인 전용 화장실 및 전용 주차장, 출입구 및 이동로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과 서비스(휠체어 및 유모차 대여 등)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편안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많은 무장애 여행지를 기획, 운영 및 홍보하고 있다. 여행지 개발 단계부터 무장애 여행을 위한 맞춤 시설을 준비한 곳이 있으며 기존의 유명 여행지 중에서도 관련 시설 및 서비스를 갖춰 무장애 여행에 적합한 장소로 선정된 곳도 여럿 존재한다. 전국 곳곳 자리한 수많은 무장애 여행지 중, ‘부산 [구포 무장애숲길]’ ‘경주 [대릉원∙첨성대∙동궁과 월지]’ ‘포천 [아트밸리]’를 직접 걷고 세세히 느껴보았다.


낮은 숨결로 마시는 낙동강 푸른 숲 피톤치드 – 부산 [구포 무장애숲길]
 

(사진=김지원 기자)

 

세계적인 관광도시 부산은 언제나 여행을 즐기는 인파로 북적인다. 해운대, 광안리, 남포동 등 유명 여행지부터, 도시를 둘러싼 아름다운 바닷가와 번쩍이는 마천루까지. 부산의 다양한 여행지는 모든 여행자를 설레게 한다. 그리고 수많은 여행자가 즐겨 찾는 만큼 부산의 여행지들은 무장애 여행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부산장애인여가활동지원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부산의 여러 무장애 여행지를 소개하고 관련 편의 시설의 존재 유무를 공지한다. 소개된 28개의 여행지엔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과 국제시장같은 유명 여행지도 포함되어있으며, 그중 이번에 소개할 곳인 ‘구포 무장애숲길’은 첫 번째 무장애 여행지로 게시되어 있다.


구포 무장애숲길은 1.9km의 등산로로서 범방산 정상까지  숲길 전체가 계단 없이 목재 데크로 조성되어있다. 또한 초반 1.2km 구간은 8도 이하의 경사도를 유지하며 이후 정상까지는 12도 이하의 지그재그 형태로 숲길을 설치해 전동스쿠터나 휠체어 및 유모차가 큰 어려움 없이 등산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등산로 입구는 부산도시철도 2호선 구명역에서 도보로 10분정도면 갈 수 있지만, 지하철역부터 등산로 입구까지의 보행로 경사가 굉장히 급격한 편이라 보행에 제약이 있는 여행자는 자가용이 없으면 접근이 불가능해 보인다. 등산로 입구엔 장애인 전용 주차장 및 전용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으나 입구 이외 별도의 화장실은 없다. 또한 휠체어 및 유모차 대여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구포 무장애숲길 입구 (사진=김지원 기자)


등산로 초입은 우거진 숲과 함께 무난한 경사를 유지하며 이어졌다. 많은 나무가 큰 그늘을 이뤄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일반적으로 경험한 등산로와는 달리 돌부리나 나뭇가지 같은 장애물 없이 쾌적한 산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여행지의 이름이 ‘숲길’인 만큼 별 다른 체력 소모 없이 즐길 수 있는 산책길을 생각했으나 길게 이어지는 경사로 탓에 예상보다는 꽤 땀을 흘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땀을 훔치며 등산을 이어가시는 모습을 보니 남녀노소 누구나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무장애 여행지의 장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던 등산로는 조금 지친다 싶을 때 전망대와 휴식 공간을 제공했다. 중간중간 위치한 전망대에서도 아름다운 낙동강 풍광을 그대로 즐길 수 있었으며 나무 그늘 아래 벤치는 가만히 앉아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기에 제격이었다. 또한 등산로 곳곳에 미끄럼 방지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등산 시 흔히 겪는 미끄럼 사고에서 한결 자유로웠다. 이렇게 주차장에서 시작된 입구부터 정상까지, 계단없이 비교적 낮은 경사로로만 구성되어 휠체어나 유모차가 필요한 여행자에게 쾌적한 여행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듯 했다.

 

녹음이 우거진 산책로 (사진=김지원 기자)


하지만 중간 지점을 지나면서 다소 경사가 급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약 보행이 불편한 여행자가 마주한다면 상당히 당혹스러워할 만한 경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등산을 이어가면서도 ‘여기를 진짜 휠체어로 지나갈 수 있을까’싶은 생각이 들었고, 30m 간격으로 휠체어나 유모차가 교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나 등산로의 경사도가 높고 폭 자체가 좁아서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경사는 3개의 전망대 중 첫 번째 전망대 이후 높아진다고 느껴졌기에 보행이 불편한 여행자라면 해당 구간까지 여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정상에 비하면 아쉽지만 첫 번째 전망대에서도 충분히 낙동강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부족한 체력 탓일까, 다른 등산로에 비하면 비교적 완만한 경사가 이어진 숲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 정상이 가까워지니 체력적인 한계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윽고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도착한 정상의 ‘하늘바람전망대’는 탁 트인 부산 시내 전망과 흐르는 낙동강을 소중히 품고 있었다. 낙동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여행지는 많지 않은데 구포 무장애숲길이 의외의 경험을 선사했다. 산 정상에 위치한 정자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고 등산을 마친 여행자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 앞에 놓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산책로 중간중간 위치한 작은 전망대 (사진=김지원 기자)


아름다운 풍경을 충분히 눈에 담고 여정을 시작했던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를 때 느꼈던 높은 경사도는 하산할 때 더욱 가파르게 느껴졌으며 곳곳에 미끄럼 방지 장치가 설치되어있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느껴졌다. 만약 보행에 제약이 있는 여행자가 해당 구간을 여행한다면 보행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쉬엄쉬엄 약 50분을 이어온 산책길, 사실 돌아보면 산책보단 등산에 가까운 여정이라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 정도 풍경을 선물받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할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 또 무엇보다 ‘무장애숲길’이란 이름답게 여기저기 다양한 여행자를 배려한 시설과 장치를 느낄 수 있어 새롭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관심과 배려로 완성된 천년의 역사 - 경주 [대릉원 ∙ 첨성대 ∙ 동궁과 월지]

 

(사진=김지원 기자)


최근 SNS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 중 한 곳을 꼽으라면 경주를 빼놓을 수 없다. 경주 황남동과 이태원 경리단길의 합성어인 황리단길은 개성 넘치는 식당과 소품 가게, 그리고 운치 있는 카페가 들어서 경주 내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핫플레이스’가 된지 오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황리단길 인근에 위치한 대릉원과 첨성대 일대는 SNS 인증샷 성지가 되었으며 동궁과 월지 또한 아름다운 야경으로 수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었다. 과거의 경주가 역사 유적지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현재의 경주는 젊은 여행자가 선호하는 소위 ‘힙한’ 여행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경주시청에서 운영하는 경주문화관광 홈페이지는 별도의 무장애 여행정보를 정리하여 여행자들에게 제공한다. 특히 무장애 여행에 필요한 편의 시설과 서비스 유무를 정리해 게시하고 있다. 또한 홈페이지에서 ‘경주 장애인관광도우미센터’를 안내하는데, 해당 센터는 장애유형별 맞춤 여행코스를 추천하고 장애인관광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홍보물과 문화해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경주가 ‘모두를 위한 여행지’로 성장하기 위해 들인 많은 노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경주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많은 무장애 여행지 중엔 유명 여행지인 대릉원∙첨성대∙동궁과 월지 일대도 포함되어 있다. 앞서 살펴본 ‘구포 무장애숲길’처럼 여행지 조성 단계부터 무장애 여행을 위한 시설 및 서비스가 기획된 것은 아니지만 원활한 무장애 여행을 위해 필요한 편의 시설과 서비스를 일정 갖추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적한 오후의 대릉원 산책로 (사진=김지원 기자)


경주 무장애 여행의 시작은 대릉원이었다. 대부분의 경주 여행지가 그러하듯 전체적으로 경사 없는 평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애인 전용 주차장 및 전용 화장실은 물론 휠체어 및 유모차 대여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었다. 실제로 해당 휠체어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여가를 즐기고 계신 어르신을 만났는데, 평탄한 산책 코스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이곳저곳을 이동하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한쪽엔 SNS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젊은 여행자들의 웃음 가득한 기다림이, 또 다른 한쪽엔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유유자적한 고분공원의 모습과 어우러져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었다. 그렇게 햇살을 따라 천천히 대릉원 내부를 산책한 뒤 출구를 빠져나와 첨성대로 향했다.

 

첨성대로 향하는 넓은 보행로 (사진=김지원 기자)


대릉원 입구로부터 첨성대까진 경사 없는 평지가 이어진다. 다만 중간에 많은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를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로 건너야 하기 때문에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해당 구간을 제외하곤 첨성대까지의 보행로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여행자도 충분히 안전한 여행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첨성대의 주출입구는 단차가 없고 내부 관람로도 널찍하게 조성되어있다. 

 

야경이 아름다운 동궁과 월지 (사진=김지원 기자)


마지막 경주 무장애 여행 코스로 방문한 곳은 동궁과 월지로, 야경이 아름답다는 소문에 저녁 늦은 시간 방문했다. 오후 8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행자들이 아름다운 야경을 즐기고 있었다. 또한 장애인 전용 주차장 및 전용 화장실과 휠체어 및 유모차 대여 서비스를 운영하며 대부분의 관람 포인트는 평탄한 보행로를 통해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행로와 별개로 조성된 숲길 산책로는 비교적 경사가 심하고, 돌부리와 나뭇가지 등 여러 장애물로 인해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곳곳에 가로등이 있어도 어두운 공간이 많아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경주는 모두가 사랑하는 여행 명소이다. 그리고 그 명성만큼 세심한 배려가 여행내내 느껴졌다. 모두를 위한 여행을 완성하고자 다양한 편의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고, 또 이를 홍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 경주를 새롭고 기분 좋은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같이해서 더 가치있는 에메랄드빛 절경 - 포천 [포천아트밸리]

 

(사진=김지원 기자)


앞서 소개한 부산과 경주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도시이지만, 사실 2300만명이 거주하는 서울∙수도권 지역이야말로 어디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그만큼 많은 유명 여행지들이 무장애 여행을 위한 시설과 서비스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 편이며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여행지들이 어떤 관련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강 인근 공원과 궁궐은 물론 대형 쇼핑몰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도 많은 시민들이 보다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다수 존재한다.


서울 시내에 있는 화려한 여행지도 좋지만 나들이 분위기를 내기 위해선 교외로 발길을 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울에서 하루 여행을 떠나기엔 경기도만큼 부담없고 한적한 여행지는 없다. 경기관광공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를 위한 무장애 관광지’란 슬로건과 함께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의 자문과 관광약자의 편의를 고려해 선정된 경기도의 무장애 여행지는 그 수와 각자의 특색이 많고 다양했다. 그리고 많은 여행지 중 조금은 멀고 낯설게 느껴졌던 포천, 그곳에 위치한 ‘포천아트밸리’가 눈에 띄었다.


포천아트밸리는 1990년대 이후 방치된 폐채석장을 친환경 복합예술문화공원으로 재탄생시킨 업사이클링 여행지이다. 서울 시내에서 자가용을 통해 한시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는 여행지로, 부담 없는 시간을 투자해 서울에선 느끼기 힘든 자연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경기관광공사가 무장애 여행지로 홍보하는 만큼 이에 적절한 시설과 서비스도 갖추고 있는 편이다. 대중교통으로도 방문할 수는 있지만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따라서 이동에 제약이 있는 여행자라면 안전과 편의를 위해 가급적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인다.

 

포천아트밸리 모노레일 탑승장 (사진=김지원 기자)


포천아트밸리는 다른 무장애 여행지와 마찬가지로 넓은 장애인 전용 주차장 및 전용 화장실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의 핵심은 여행지를 관통하는 모노레일이다. 모노레일은 특색있는 관광 콘텐츠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여행자의 편리한 이동 수단이 되어주기도 한다. 포천아트밸리 내부는 상당히 급격한 경사로로 이루어져 있으며 따라서 휠체어나 유모차를 사용해야 하는 여행자는 적합한 시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행지를 오고가는 이 모노레일이 모두를 위한 여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모노레일을 통해서 여행지의 하이라이트라 볼 수 있는 ‘천주호’에 쉽게 도착할 수 있고, 모노레일 승하차장에서 각 여행 지점까지의 길은 평탄한 산책로로 구성되어있다.


천주호에 도착하면 모든 감각을 깨우는 절경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과 에메랄드빛 호수, 그리고 초록빛 나무들이 하나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잠시 넋을 잃고 바라봤다. 또한 천주호와 모노레일이 유일한 관광 콘텐츠일 것이라 예상한 것과 달리 여행지 곳곳에 숨어있는 산책로와 조각상들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했다.


하지만 여행지 내부 천문과학관의 볼거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 야외 공간이라 궂은 날씨를 피할 공간이 마땅히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한 모노레일과 경사로 주변에 장애인 엘리베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여행지의 경사가 상당했다. 따라서 추가 요금을 내고 모노레일을 탑승하지 않는다면 해당 구간은 휠체어 통행이 사실상 불가하다. 실제로 해당 구간을 유모차와 함께 걸어 올라오는 여행자를 만났는데, 계속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휴식을 취할 만큼 여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높은 언덕을 위해 마련된 장애인 엘리베이터 (사진=김지원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지 곳곳에 숨겨진 배려가 존재했다. 단순히 지나칠 수 있는 전망대에도 계단과 함께 낮은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으며 모노레일 내부에는 휠체어가 안전하게 자리할 수 있도록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다채로운 자연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누리기에 이만한 여행지가 또 있을까. 전체적으로 평탄한 지형은 아니기 때문에 구조적인 한계는 분명 존재했지만, 그 한계 속에서도 무장애 여행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여행지였다.

 

여행과 그 설렘은 모두의 것이다

 

(사진=김지원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여행을 그리워하기도 어느덧 햇수로 2년차, 당연하게 떠났던 여행이 이제는 마냥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자유로운 여행을 그리워하는 누군가와 달리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보통의 여행을 꿈꾼 사람도 있다. 푸른 숲을 여유롭게 거닐고 역사 유적을 온몸으로 느끼며 아득한 호수가 품은 햇빛에 한없이 감동하는 것. 당연히 여행하는 모두가 느껴야 마땅한 행복이자 권리이다.


그렇기에 무장애 여행지가 있다. 계단을 없애고 낮은 경사로를 설치했으며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게끔 하나둘 쌓여간 배려가 무장애 여행을 알게 된 후에야 비로소 보였다. 아무런 감흥 없이 지나친 낮은 경사로는 또 다른 여행자를 위한 소중한 배려였던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마련된 시설과 서비스로 그들이 만족스러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예측을 섣불리 해선 안 된다.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상 함부로 속단할 수 없는 만족감이기에 그저 배려의 크기가 모든 여행자를 포용할 만큼 더 커지기를 바랄 뿐이다.


무장애 여행지에도 분명 아쉬움은 존재한다. 대부분 휠체어나 유모차를 동반한 여행자와 어르신 등 거동이 불편한 여행자를 대상으로 시설과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제외한 장애인들은 여전히 각자의 여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계단이 경사로로 바뀌었다고해서 과연 시청각 장애인이 숲의 푸르름과 흐르는 물소리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물론 모두를 위한 알맞은 시설과 서비스 마련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무장애 여행이 진정 모두에게 열린 여행으로 실현되기 위해선 조금 더 고민을 이어가야 한다.


일상은 언젠가 분명 돌아올 것이며 자연스럽게 우리의 여행도 다시금 일상 속에 스며들 것이다. 그리고 여행이 주는 설렘과 행복은, 절대 그 누구도 차별받아선 안 된다. 무장애 여행이 선사하는 배려의 가치는 우리 여행자의 관심과 함께 완성될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친 산책로에 누군가의 근심이 묻어있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숲을 바라보자. 그리고 여행이 데려온 가슴 벅찬 설렘을 온 마음 다해 만끽하자. 나와 우리 모두의 여행이기에, 또 여행은 모두의 설렘이기에.

 

김지원 기자 ( suv110@hufs.ac.kr)

 

 

*해당 기사는 '외대알리 지면 36호 : 우리가 만드는 뉴노멀'에 실린 기사로, 2021년 9월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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