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육대학교(이하 한체대) 총장 선거의 투표 비율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8일 한체대 정문 앞에서 열렸다. 한체대 총학생회가 주최한 이번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은 교원이 투표 비율을 과점하는 행태를 비판하고 학생들의 실질적인 투표권 보장을 촉구했다.
▲한체대 정문 앞에서 학생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체대 제 44대 총학생회 with:u
한체대는 2018년 총장직선제를 실시한 이후 교수·학생·직원의 총장선거 투표 비율을 다르게 반영해왔다. 총장 선거 시행 세칙에 따르면,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은 5%에 불과하다. 교원이 83.3%, 직원이 11.7%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학 총장 선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9월 교육공무원법 총장 선출 규정(24조 3항)을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서 ‘교원, 직원 및 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로 개정했다.
법 개정 이후 지난 6일 한체대는 제3차 대학평의원회 회의를 열어 투표 비율 협의에 나섰다. 그러나 전체 14명 중 과반이 교원으로 배정돼있는 대학평의원회가 “교원, 직원·조교, 학생·동문의 투표비율을 70:20:10으로 한다”는 안을 의결해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김민주 연대사업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사반영을 통해 총장을 선출하는 것은 민주적 의사 구조를 지키기 위한 시작”이라고 강조하며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이 낮은 것은 학생을 학교의 구성원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한체대는 졸속한 행정 처리로 명분만 차린 채 학생들을 기만했다”며 형식적인 대학평의회 회의를 규탄했다.
한체대 총장간담회 TF의 방지혜 참여위원은 “학생들이 협의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의 대상”이라며 소통하지 않는 학교의 태도를 꼬집었다. 앞서 방 위원은 총장 간담회에서 투표 비율 개정을 포함한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총장의 개인 일정으로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채 한 시간 만에 회의실 문을 나서야 했다.
과거 한체대 제 7대 안용구 총장은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 아니다. 학교의 주인은 총장과 교직원 및 조교들이다”라고 발언해 민주주의를 훼손시켰다. 학교의 고압적인 태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