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종교를 믿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2024년 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 따르면 18세부터 29세까지의 인구 10명 중 7명이 무교라고 응답했으며 종교를 믿는 청년 중 개신교는 13%, 천주교는 7%, 불교는 8.5%, 기타 종교 2%에 그쳤다.
이러한 청년층의 종교 이탈 현상은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외부적으로는 몇 년간 한국 사회에서 종교계가 보여준 각종 범죄행위와 과도한 정치 참여, 저출산과 경제적 여건 등이, 내부적으로는 기성세대와의 소통 부재와 갈등, 수직적인 구조, 제도의 규율화와 종교의 재정적 세속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대로 청년들의 ‘종교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불교의 나는 절로(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주관한 미혼 남녀 커플 매칭형 템플스테이), 뉴진스님(오랜 불교 신자였던 코미디언 윤성호 씨가 승복을 입고 활동하는 캐릭터), 불교박람회는 청년세대의 큰 관심을 끌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청년층의 종교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도 자신의 종교를 믿고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청년들이 있다. 이번 코너에서는 자신의 종교를 믿는 청년들의 신앙적인 이야기와 종교활동을 하며 겪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네 번째로 소개할 종교는 ‘원불교”다. 원불교는 이 세상의 모든 진리의 편만함(널리 그득 차다는 뜻)을 추구하고 자신의 마음공부를 통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종교다. 원불교의 이야기를 듣고자 최민규 원불교 서울교구 청년회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원불교 청년회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원불교 청년회는 '자신에게 믿음을, 이웃에게 은혜를, 민족에게 화합을, 인류에게 희망을'이라는 4대 이념을 바탕으로 세워졌습니다. 원불교 청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원불교 교법을 일상생활 속에서 더욱 실천하고 공부하며 세상과 시대의 주인이 되고자 합니다.
원불교 청년회는 각 지역 교구 청년회들과 함께 전국 단위 행사(기념대회, 강연대회 등)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각 지역 교구 청년회는 그 지역 교구 행사를 담당하는 구조로 역할 분담이 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원불교 서울교구 청년회는 서울에 있는 원불교 청년들이 모여 조직을 구성한 단체입니다. 서울교구 안에는 여러 교당이 있으며 그 교당에 도움이 필요하거나 큰 행사 같은 일이 필요한 경우에 기획과 진행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특별히 ‘원불교’를 선택하고 믿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 어머니께서 원불교를 신앙하셔서 함께 따라서 믿었고 교당에도 함께 출석했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시절 동안에는 교당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전공 공부, 대외 활동, 동아리 등 다른 하고 싶은 일들에 집중하게 되어 원불교와 잠깐 멀어졌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중, 25살에 미국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다시금 원불교를 열심히 다녀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인생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와 이런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내 스스로 내 생활을 대중 잡고* 살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이런 고민 속에 가족이 계속 믿었던 원불교를 다시 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다시 마음공부를 하게 되면서 원불교 내 청년 활동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대중 잡다: 일상생활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만드는 것.
원불교의 실천적 교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매 순간,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원불교의 교리에는 '무시선 무처선'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바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선(온전한 마음을 수양하여 일의 형세와 관계를 깨닫고 행동)을 수행하라는 말씀입니다.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에 그저 내 찰나의 감정이나, 혹은 과거 습관에 끌려 주인의식을 잃어버리는 게 아닌 부처의 마음으로 자신을 다잡으며 온전하게 행동하라는 뜻입니다.
저는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취직했습니다. 석사 과정 동안 학업 중에 힘들거나 지칠 때가 더러 있었습니다. 이때 원불교의 마음공부 덕을 크게 봤습니다. 내가 온전히 부처의 마음으로 당한 경계 상황에서 행동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이겨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소속한 교당의 교무님과 주변 교우와도 자주 문답을 나누며 내 현재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목표한 바를 이루고자 애썼습니다.
말한 두 상황을 해결하고 내면을 다스리는데 원불교의 마음공부가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 마음이 흘러가는 상황대로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온전히 ‘부처’의 마음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원불교에는 기도와 문답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원불교에서의 기도는,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인 법신불 일원상 진리 앞에서 소회와 다짐을 간절히 고백하여, 뜻한 바를 이루고자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입니다. 따라서, 그 기도의 목적은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자기 행동을 성찰한다는 것에 그 의의를 둡니다.
원불교에서의 문답은, 주로 교무님께 스스로가 궁금한 교리, 혹은 생활 속에서의 궁금증을 질문-답변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교무님께서는 개인적인 자기 생각보다도 원불교의 교리, 교법에 기틀을 두고 답변해 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마음 쓰는 원리와 방법이 있으니, 처한 상황에서는 이런 식으로 마음을 써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들으며, 상술한 마음공부, 기도, 문답 등이 일상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성찰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힘이 됩니다.
원불교를 믿는다고 밝혔을 때 겪었던 오해나 편견이 있었나요?
원불교와 불교가 같은 종교이거나, 원불교가 불교의 한 종파라시는 오해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남성분들은 군 복무 시에 훈련소에 원불교를 접할 기회가 있다 보니 조금 접하시기도 하지만 자세히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보니 한계가 있습니다.
원불교는 불교의 한 종파는 아니고, 엄연히 다른 종교로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 원불교의 많은 교리와 내용이 불교의 것을 따르는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원불교를 창시하신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정전(원불교 경전)을 펴실 때 "석가모니불은 진실로 성인 중의 성인이며, 도를 얻은 경로를 돌아보면 부처님의 행적과 말씀에 부합되는 바가 많다. 고로 나의 연원을 부처님에게 정하고, 장차 회상을 열 때도 불법을 주체로 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원불교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을 일원상으로 밝혀 주셨습니다. 생활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 부처 되는 공부를 수행하며 깨닫자는 게 저희의 신앙이자 마음공부입니다.
원불교에서 겪었던 갈등과 이를 해결했던 사례가 있었나요?
종교는 교리와 믿음이 있고 교리를 함께 믿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지만 현실적으로 사업도 하고 활동 기획 및 진행을 하는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이나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 다르다 보니 다름에서 오는 갈등이 존재합니다.
청년으로서 원불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근에 원불교에서는 ‘종법사(원불교 최고 지도자)’가 선출됐습니다. 그리고 원불교는 36년을 기준으로 시기 구분을 짓는데 현재 4대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종교에서 교세가 넓어지고 군종에도 원불교가 포함되며 현재 한국 사회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금 이 시기가 중요한 시기임을 다들 인지하고 계시고 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확장과 기틀을 다지는 시기였지만 미래 지향적으로 봤을 땐 앞으로에 대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자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고민이 많습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종교가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는 현재 위기이자 새로운 출발점의 기로에 서 있지만, 원불교가 원불교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점입니다.
최근 불교에 많은 젊은 청년들이 열광하는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여러 새로운 파격적인 시도와 함께, 지치고 힘든 청년 세대를 위한 따뜻한 위로와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그들을 감동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원불교도,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추어 원불교를 알리고 더욱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러나, 더불어 교단 4대를 맞은 만큼 내실을 다지고 정비하여 미래를 더욱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당신에게 ‘일원상’은 어떤 존재인가요?
일원상은 ‘신앙의 대상이자 수행의 표본’입니다.
원불교에서의 신앙은 ‘사은’과 ‘사요’가 있습니다. 사은 안에는 친지, 부모, 동포, 법률 등이 있어 우리가 존재하는 존재와 법률을 통해 이 세상 전체를 균형 있게 만들어 주는 우리만의 규칙입니다. 이 네 가지가 원불교에서 우리에게 주는 은혜라 믿습니다.
그리고 사요란 네 가지 은혜에 보답할 방법이라 하는데, 사은과 사요를 포함하는 것이 일원상이고, 이 일원상을 수행하는 방법은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잘 대처하자”는 것입니다.
즉,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받고 살아가기 때문에, 나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같이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앙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내가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겸손한 마음으로 마음이 요동치더라도 그 순간의 부처 같은 마음으로 매일매일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이 일원상의 수행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내가 마주할 매 순간과 미래에 내가 해야 할 역할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모두의 평화와 모두의 안위를 위해 행동하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김동현 기자(mvp2450@naver.com)
편집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김단비 부편집국장 (국어국문 21)
담당 기자: 김동현 기자 (신학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