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5 (토)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1호선'...외대생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긴 배차간격과 잔고장, 빌런, 잡상인까지...바람잘 날 없는 1호선
"최악이라고 할 수 있죠"
"마계 1호선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지난 1월 한 SNS에 서울 지하철 1호선 객차 내에서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 따르면 주변 승객들이 남성의 흡연을 지적했지만 해당 남성은 “아니오”라고 답하며 계속 흡연했다. 1호선에서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은 빙산의 일각이다. ‘1호선 빌런’ ‘죽음의 악마 1호선’ 등 1호선을 둘러싼 악명 높은 별명은 지하철 이용객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열차 시간표와 맞지 않은 운행, 지연 도착, 잡상인, 악취 등도 1호선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아산, 수원, 인천, 의정부 등 여러 지역에서 1호선으로 통학하는 외대생들은 어떤 불편함을 가지고 있을까. 3년 차 의정부 통학러 고서현, 왕복 4시간 군포 통학러 정병준, 종점 근처 통학러 최선우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3년 차 의정부 통학러 고서현

망월사역에서 외대앞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23분. 그러나 9시 수업에 맞춰가기 위해 8시에 집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매일 잦은 신호 대기로 인한 연착은 30분 통학시간을 1시간으로 늘려놨다.

 

왕복 4시간 군포 통학러 정병준

집에서 학교까지 넉넉잡아 2시간. 혼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해 가장 이른 수업은 오전 11시다. 잦은 신호 대기는 먼 통학 길을 더욱 멀게 만든다. 군포에서 안양, 광명, 그리고 서울까지 그의 옆자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간다.

 

종점 근처 통학러 최선우

종점인 인천역에서 단 7 정거장 떨어진 동암역부터 외대앞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75분. 지나치는 역만 32개다. 인천 서쪽 끝에서 서울 동쪽 끝까지 이동하다 보면 재난문자도 여러 지역에서 받을 수 있다. 친근한 풍경의 부평에서부터 한강을 볼 수 있는 노량진-용산 구간, 그리고 회기역 너머 원룸들까지 역마다 창밖의 풍경은 휙휙 바뀐다.


 

Q. 1호선 이용에 있어 불편하신 점은 무엇인가요?

 

(서현) 도착 예정시간이랑 실제 도착시간이 다른 게 가장 스트레스예요. 지하철역 시간표나 길 찾기 애플리케이션으로 보면 실제랑 오차가 있어요. 그리고 열차 안에서 물건을 판매하시는 분들이랑 악취도 불편하죠. 특히 1호선 좌석 시트가 천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위생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출퇴근 시간에 혼잡한 문제도 있죠.

 

(병준) 고장도 많고 배차 간격이 커요. 앞 차와의 배차간격 조정 때문에 역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잦아서 멀리 이동하는 통학생으로선 불편하죠. 악취나 이용객이 너무 많은 점도 문제고 속도가 느려서 1호선 자체가 오래 걸리는 것 같기도 해요.

 

(선우) 연착 문제가 제일 큰 것 같아요.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보다, 1호선 열차 자체가 정규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열차 시간표에 맞춰 역으로 가도 타지 못하는 경우가 있죠. 동암역에서 탈 때 열차 내에서 “서울 방향의 상행선이 열차 내부의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는 식의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걸까 싶기도 해요.

 

 

Q. 다른 노선에 비해 1호선 이용이 더 어려운가요?

 

(서현) 최악이라고 할 수 있죠. 냄새가 가장 참기 힘들어요. 다른 노선에는 없는 1호선에서만 나는 악취가 있어요. 제일 괜찮은 건 2호선 같아요. 2호선도 신촌, 홍대 등 번화가를 지나가는 점을 보면 유동 인구가 많은 건 1호선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2호선이 더 질서 있고 쾌적해요. 혼잡한 열차 칸이 어떤 곳인지 알려주기도 하고요. 역에 정차하기 전에는 어느 쪽 출입문이 열리는지 문에 있는 불빛으로 일러주기도 해요. 또 좌석 시트도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깔끔해요.

 

(병준) 1호선 시설이 가장 낙후해요. 잔고장도 많고요. 한 번은 귀가길이었는데 열차가 앞뒤로 몇 번 움직이더니 시스템이 고장 나서 결국 모든 승객이 다 내린 적이 있어요. 서울역에서 내리고 보니 군포 방향 1호선을 타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편하게 앉아가는 걸 포기하고 4호선을 타고 왔어요. 이럴 때면 화가 나죠.

 

Q. 1호선 이용 중 가장 불편함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서현) 갑자기 고함지르시는 노인분들이나 물건 판매를 하시는 분들을 마주쳤을 때인 것 같아요. 1주일에 한두 번은 그런 분들을 마주쳐요.

 

(병준) 통학을 하다 보니 시간이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열차 간격 조정으로 인한 대기시간이나 청량리행, 동묘앞행처럼 외대까지 가지 않는 열차들이 있는 점이 불편하죠. 특히 청량리행을 타면 청량리 역에서 내려 다음 열차를 기다리거나 버스를 타고 와야 하는데 한 번에 학교 갈 수 있는 열차보다 더 오래 걸리니 힘들어요. 동묘앞이나 청량리까지 가는 열차는 왜 있는 건지 의문이에요.

 

Q. 광운대행이나 청량리행처럼 종점까지 운행하지 않는 열차들 때문에 불편하셨던 적이 있으신가요?

 

(서현) (소요산발) 광운대행 열차를 탔을 때 그런 적이 있어요. (외대 방향 하행선의 경우) 광운대역은 종점까지 가는 열차랑 광운대역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같은 방향인데도 플랫폼이 달라요. 그래서 전 역인 석계역에서 내려 다음 열차로 갈아타야 내린 플랫폼에서 광운대역보다 더 멀리 가는 열차를 바로 탈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점을 모르고 있었던 저는 광운대역 플랫폼에서 오지 않을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죠.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병준) 1호선을 이용하며 ‘마계(악마의 세계) 1호선’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이용객이 많은 만큼 이상한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항상 이상한 일은 1호선에서 일어나죠.

 

한 번은 한 할아버지가 여성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어요. 여성 이용객에게 성적 발언을 하거나 저에게 여자친구의 유무를 묻는 등 행패를 부리셨죠. 결국 용산역에서 철도경찰에 잡혀가신 걸로 기억해요. 또 한 번은 열차 안에서 남녀가 싸우고 있었어요. 단순한 말싸움이 아니라 머리에 피도 나고 마스크도 끊어지는 등 꽤 큰 몸싸움이었어요. 잡상인분들도 자주 봐요. 아무래도 의도치 않은 소음이 들려오니까 불편하죠.

 

Q. 흔히 말하는 ‘1호선 빌런’을 일주일에 몇 번이나 마주치나요?

 

(병준) 거의 탈 때마다 마주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하게 서울역쯤 오면 다 사라지시더라고요. 1, 2, 4호선과 경의중앙선을 주로 이용하는데 우리가 말하는 빌런들은 대부분 1호선에서 마주치는 것 같아요.

 

Q. 지하철이 자주 밀리는데 전동열차 지연증명서를 사용하신 적 있으신가요?

 

(병준) 전장연 시위 때 휴대폰으로 간편 지연 증명서를 발급받아 본 적은 있어요. 결국 지각하지 않아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요. 주변에 사용하신 분이 있다고는 들었어요. 다만 인정해 주시는 거는 교수님마다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Q. 나만의 1호선 이용 “꿀팁”이 있으신가요?

 

(서현) (외대 방향 하행의 경우) 출퇴근 시간에는 맨 끝 칸인 10-4를 이용하는 게 유용해요. 그나마 넓어서 서서 가도 더 쾌적하거든요. 그리고 경기도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기본적으로 배차간격이 길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전 망월사역에서 외대앞역까지 30분이 걸리더라도 1교시 수업 때는 1시간 빨리 나와요.

 

(병준) 눈치를 잘 봐야 해요. 곧 내릴 것 같은 사람 앞에 서 있어야죠. 특히 여러 노선이 오가는 환승역에서 자리를 찾는 게 좋아요. 금정, 가산디지털단지, 신도림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이때 앉을 자리를 찾는 편이에요. 또 과잠이나 학잠을 보고 학교를 유추해서 그 앞에 서있기도 해요. 그리고 10-4칸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9-n칸쯤에서 내려요. 그러면 외대앞역에서 내릴 때 덜 혼잡하거든요.

 

 

Q.외대앞역을 이용할 때는 어떤 점이 불편하시나요?

 

(서현) 인천행 열차에서 하차하는 승객들은 개찰구를 이용하기 위해 무조건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죠. 그리고 수업 시간이 임박할 때는 개찰구에 사람이 굉장히 많이 몰려요. 이럴 때 이용객 수에 비해 개찰구 수가 적어서 압사 사고가 우려되기도 하고 기다리는 시간도 길죠.

 

(병준) 2층에 화장실이 없고 (1번 출구) 개찰구 바로 옆에 하나밖에 없어요.

 

(선우) 화장실이요. 화장실에 소변기가 2개 있는데, 다른 지하철역과 비교했을 때 턱 없이 적은 수가 아닌가 싶어요. 또 위생문제나 수리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아예 고장이 나서 사용할 수 없는 양변기 칸이 며칠 동안 그대로였어요.

 

 

Q.외대앞역에 새로운 출입구와 엘리베이터가 생겼는데 기존 역사 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서현) 1번 출입구를 이용하는 외대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이문동에 노인분들이 많이 거주하니까 내려갈 때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실 수 있는 점은 좋다고 생각해요. 열차를 타기 위해 여전히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죠.

 

(병준) 이전에 철도 건널목을 이용하시던 분들은 4번 출구의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서 갈 수 있으니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희는 4번 출구에 사람이 많은 걸 피해서 여전히 1번 출구를 이용해야 하니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가장 타기 싫은 노선’이라는 오명


이른바 통학러들은 잦은 잔고장, 악취, 1호선 빌런 등을 1호선의 문제로 짚었다. 특히 통학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서 이동해야 하는 학생들은 운행 시간표를 지키지 않는 1호선에 큰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 1호선에서 가장 많은 승하차량을 보이는 서울 지하철 1호선 구간(서울역~청량리)은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안전하고 신속한 지하철을 제공해 시민의 공공복리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많은 승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현실이다.

 

 

1974년에 개통한 1호선은 올해로 49주년을 맞이했다. 1호선은 수도권 대중교통의 중추로서 운행구간⋅기간에 있어 대한민국 도시철도 노선 중 1위를 자랑한다. 대한민국 최고(最古) 노선으로서 오랜 기간 시민들의 발이 돼왔지만, 악취, 빌런 등의 수식어로 그 위상은 추락했다. 당장 해결 가능한 문제부터 개선해 최악의 노선이라는 오명을 벗길 바란다.

 

 

기하늘 기자(sky41100@naver.com)

박원주 기자(dnjswn0320@gmail.com)

정현채 기자(good3055@naver.com)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