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3 (수)

대학알리

대학언론

박순진 총장의 언론 소통 의지가 빛을 보려면

[편집자주] 해당 기고문은 대구대학교가 발행을 거부한 대구대신문 김규민 편집국장의 칼럼입니다. 김 편집국장은 칼럼 발행을 위해 한 달가량 학보사 업무를 담당하는 교직원, 학생처장, 총장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지난 6일에 최종적으로 “발행이 어렵다”는 학교 측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대학알리는 대학생의 알 권리와 대학 언론 기자의 목소리를 보장하고자 김 편집국장의 칼럼을 본지에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관련 기사를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본문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순진 총장의 언론 소통 의지가 빛을 보려면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들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사전 연락 후 대학 직원을 찾아갔다.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의 진위 확인과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뷰 내내 기자에게 연신 ‘니’라고 지칭하며 하대하는 분위기는 지울 수 없었다. 해당 대학 직원은 기자에게 고압적인 반말을 쓰며 "나는 니가 처음부터 사실관계를 확인한다고 연락한 게 기분 나빴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니가 나랑 무슨 관계가 있었나?"라고 대답했다.

 

해당 직원은 "니가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면서 니가 아는 것을 말해봐"라고 하여 기자가 취재한 내용에 관해 묻자 "아니"라고 단답했다. 또 사건의 진위를 묻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함이 라는 취지를 설명하자 "그럼 처음부터 어떻게 된 일인지 물으러 왔다고 해야지.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말을 써도 되냐"고 쏘아붙였다.

 

취재에 응할 것을 재차 요청하자 "취재는 니가 하고 싶어서 일방적으로 온 거지"라고 했다. 심지어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에서 일어난 문제를 짚고, 대학의 입장을 묻는 것은 정당한 취재 활동이다. 기자가 사건의 진위를 묻고, 경위를 파악하겠다는 것이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말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해당 대학 직원이 보인 태도는 학생 관심사에 성실히 응해야 할 대학 교직원의 자세와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추후 인터뷰에 응했더라도 학생을 대표해서 질문을 하러 온 기자에게 보인 이러한 태도는 신문 기사를 읽는 독자를 존중하지 못한 것이다.

 

박순진 대학 총장이 지난 18일 교내 언론 3사 기자 임명식에 직접 참석했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약식문답(도어스테핑)에도 임하며 언론 대응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 총장은 추가 질문까지 성실하게 대답했다.

 

또 약식문답 말미에선 "지적할 사항이 있다면 학생 언론이 직접 나서서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직접 번호를 주며 문자를 통해 "학생언론에서 취재한 내용을 앞으로도 잘 챙겨보겠다"면서 "자주 보자"고 했다.

 

대학 총장이 기자의 약식문답에 응하고, 문자를 통해 "자주 보자"고 한 것은 단순한 언론 소통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 아니다. 총장이 교내 언론을 통해 학생 관심사에 충실히 대답하는 것은 대학 언론인이 학우들을 대신해서 질문하는 역할임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보여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박 총장의 이러한 의지와 생각은 아랫선까지는 아직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다"는 기자 말에 불쾌하다며 대학 직원이 보인 태도는 결국 총장의 언론 소통 의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학 교직원들 역시 학생 들의 관심사에 성실히 응할 의무를 다해야 총장의 언론 소통 의지가 빛을 볼 수 있다.

 

대학 언론 역시 '학생 대표'라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취재원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서로 상호 존중하며 각자 위치에서 성실하게 취재에 임하는 것이 진정한 언론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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