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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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교직원 문제 삼은 학보사 칼럼 발행 거부해

대구대학교(이하 대구대)가 학보사 편집국장이 작성한 칼럼 발행을 거부했다. 칼럼은 교직원이 편집국장과 인터뷰 중 보인 고압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작성됐다. 학교가 불리한 내용이 담긴 칼럼 발행을 막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월 26일, 대구대신문 김규민 편집국장은 취재를 위해 학보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소속된 교직원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중 A씨가 김 편집국장에게 보인 태도가 논란이 됐다. A씨는 김 편집국장을 ‘니’라고 지칭하며 반말을 사용했다. 이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한 게 기분 나빴다”며 “니랑 나랑 무슨 관계가 있었나”라고 말했다. 그는 김 편집국장이 취재에 응할 것을 요청하자 “니가 아는 것을 말해봐”라고 했으며, “취재는 니가 하고 싶어서 일방적으로 온 거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편집국장은 A씨의 고압적인 태도를 지적하고, 취재원과 학보사 기자 간의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작성했다. 그는 “학생을 하대하는 일부 교직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학생을 대표하는 학보사 기자를 다그치는 잘못된 언론 문화를 고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8일 김 편집국장은 학교 측에 칼럼을 포함한 대구대신문의 기사 발행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다음 날 그는 학교 담당자한테 “다른 기사는 괜찮은데 칼럼은 못 실어줄 거 같다. 내 선에서 처리하기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편집국장은 칼럼 발행을 위해 지난달 14일 상위 책임자인 학생처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학생처장과 김 편집국장은 ‘칼럼과 학교에 우호적인 기사를 함께 발행하는 방안’으로 뜻을 모았다. 기사의 ‘균형’을 맞추면 A씨가 칼럼 발행을 승인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김 편집국장은 “학생처장이 A씨와 재논의할 것을 권하며, 논의가 무산되면 직권으로 칼럼을 발행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편집국장과의 재논의 과정에서 A씨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김 편집국장은 제안이 학생처장과 논의 중에 나온 방안이라는 점을 전달했다. A씨와의 면담 소식을 전달받은 학생처장은 김 편집국장에게 연락해 “내 얘기를 하면 어떡하냐”면서 “중간에서 아주 난처하게 됐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직권으로 칼럼을 발행하겠다던 종전의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실상 학생처장과의 면담이 무위로 돌아가자, 김 편집국장은 최고 책임자인 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는 지난달 26일에 총장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세 장 분량의 손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에는 “기자의 소신이 사장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말과 함께 칼럼 발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총장은 “이런 일이 생겨 유감스럽다”면서 “학생들의 활동과 노력을 지지한다”는 말을 전했다. 칼럼 발행 여부는 확답하지 않았다.

 

총장은 학생처장에게 김 편집국장과의 연락을 주문한 것으로 파악된다. 학생처장은 연락을 통해 “총장님이 A씨와 일을 해결하길 원한다”며 “총장님도 직접 기사 발행 못 해준다”고 말했다. 김 편집국장은 지난 6일 A씨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칼럼 발행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김 편집국장은 학생처장과 총장의 요청에 따라 A씨와 두 차례 대면해야 했다. 그는 “(학교가) 문제가 생긴 당사자를 계속 보라고 한다”며 “A씨와 해결이 안 되니까 학생처장과 총장한테 중재해달라고 한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마지막 면담에서 A씨는 김 편집국장의 칼럼 발행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기사 작성에 대한 동의를 구하지 않음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학교 부처와 상의 없이 기사를 선공개함 △주관적 입장이 강함 △사실과 맞지 않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녹취함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현재 김 편집국장은 A씨가 말한 칼럼 발행 거부 사유를 학교 측에 전달해 정확한 입장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한편 김 편집국장은 A씨가 제시한 이유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사 주제 선정은 학보사의 권한이다. 칼럼 작성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말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에타 선공개를 칼럼 발행을 거부한 이유 중 하나로 주장한 것도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그는 “학교가 선공개한 칼럼에 대해 피드백을 하긴 했지만, 발행을 막은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관적 입장이 강하다는 말에 대해선 “칼럼의 비판 대상인 학교는 글의 객관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다. 독자가 판단할 영역이다”라고 일축했다. 사실과 맞지 않다는 말도 합리적인 이유로 보기 힘들다. A씨는 인터뷰에 응했는데, 칼럼이 일부 비협조적인 태도를 문제 삼고 있어 사실과 다르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김 편집국장은 칼럼에 “아무리 추후 인터뷰에 응했더라도 학생을 대표해서 질문을 하러 온 기자에게 보인 이러한 태도는 신문 기사를 읽는 독자를 존중하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편집국장은 사전 동의 없는 인터뷰 녹취에 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청취할 수 없다. 그러나 김 편집국장과 A씨의 인터뷰처럼 당사자가 대화에 참여한 경우에는 합법적인 녹취로 인정된다. 김 편집국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나를 징계하면 된다. 칼럼을 문제 삼을 이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타에 선공개된 칼럼을 본 대구대 학생들은 “기자한테 직원이 저렇게 반말하며 무시하는 걸 보니 일반 학생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뻔하다”, “갑자기 찾아간 것도 아니고 정당한 절차대로 했는데 이런 대접은 맞지 않는 거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자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김 편집국장은 “대구대신문에서 3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며 100건에 달하는 기사를 썼다. 취재원을 적대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며 “인터뷰에서 A씨를 기분 나쁘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편집국장은 대구대신문 독자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그는 “대구대신문을 믿고 봐주는 독자들이 많은데 기자가 자유롭게 생각을 전할 수 없다는 거에 충격과 허탈감을 느끼실까 봐 걱정스럽다”며 “내부적으로 노력했지만, 이런 결과가 나와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보사 취재에 성실하게 응해주시는 교직원이 많은데 이번 일로 학교를 지나치게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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