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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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김동현의 종교 테마기행] 개신교, 천주교, 성공회, 정교회 무엇이 다른건데?...같지만 다른 기독교 형제

성공회 편
"다양성이 존중되는 그리스도교, 성공회"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보면 성경 위에 손을 올려두고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유럽권의 국가에서 왕이 왕위를 계승할 때나 총리나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그리스도교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취임식에서 드러나듯 한자로 기독교 혹은 그리스도교로 불리는 이 종교는 현재 전 세계 정치와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끝없이 발전하며 초대 교회로부터 많은 분파가 생겨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들은 정치적, 사회적 등의 사유로 갈등과 혼란을 겪기도 했으며 때로는 서로의 힘을 합쳐 갈등을 해결하기도 한 유서 깊은 종교이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예수의 탄생과 죽음, 부활로부터 시작된 그리스도교는 다신교를 믿었던 로마 제국에서 끝없는 탄압과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은 로마 제국 내에서 빈민과 고아를 돌보는 활동을 통해 로마 제국 내에서 점차 교세를 확장시켰습니다. 313년 그리스도교 신자가 로마 제국 내 급속하게 증가하자 당시 로마 황제이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이를 공인하는 밀라노 칙령을 반포해 합법 종교로 공인했습니다. 그리고 4세기 중반 테오도시우스 1세에 의해 로마 제국의 국교로 선포됐습니다.


이후 로마 제국은 급속도로 그리스도교화 되면서 6세기 이후로는 그리스도교가 주류 신앙이자 문화로 자리잡아 유럽 문명의 상징이 됐습니다. 특히 로마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통해 제국 밖의 이민족들을 로마인으로 만들고 기술과 문화를 전파했습니다. 하지만 8세기 초 동서 로마의 정치적 분열 속에 동로마 황제 레온 3세가 성상 파괴령을 선포한 것을 계기로 동방과 서방교회의 분열이 가속화됐고, 마침내 1054년 동서 분열로 인해 동서방교회가 분열됐습니다.


16세기까지 서방교회는 단일되게 유지됐으나, 면벌부 파동과 성직자의 부패 등의 이유로 유럽 사회의 혼란이 일어나 당시 신부였던 마르틴 루터에 의해 종교개혁이 일어났습니다. 종교개혁 이후 서방은 가톨릭과 개신교, 성공회 등으로 분열했습니다. 동방교회 역시 동방 지역에 각 독립교회를 설립돼 각 문명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오늘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분열된 그리스도교 종파 간의 통합과 평화를 위해 대화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에큐메니컬 운동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개신교에서는 세계교회협의회와 세계복음주의연맹이, 가톨릭에서는 교회 합일을 위한 기구가 존재합니다. 운동의 성과로 정교회와 가톨릭은 현재 서로의 교회를  받아들이며 대화를 지속해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끝없이 분열하고 발전된 그리스도교는 종파별로 가진 전통과 문화 특히 종교 예식인 전례가 매우 다릅니다. 여기서 '전례'란 교회 공동체가 공적으로 거행하는 종교 의식을 의미합니다. 각 그리스도교 종파마다 고유의 전례를 채택하고 있고 전례에 따라 이들이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릅니다.


첫 번째 소개할 종교는 ‘성공회’입니다. 성공회는 16세기 잉글랜드의 개신교 종교개혁에서 시작된 그리스도교 교단입니다. 중용과 보편교회를 지향하며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 단일 교단입니다. 성공회의 전례 이야기를 자세히 듣기 위해 대한성공회 전례위원장이자 서울교구 영등포 성당 주임사제인 주낙현 신부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성공회 전례의 개요와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인가요?


성공회는 그리스도교 안에 있는 하나의 교회이 그 전통입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교 안의 여러 교회들과 성공회 전례의 목적은 같아요.


하느님을 예배하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감사의 모든 일에 관해 찬미하고 감사하는 일이 성공회의 전례이자 모든 그리스도교 전례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그리스도교의 전례는 초대교회 이후부터 역사 안에서 발전하는 가운데 다양해지기도 했고요. 지역에 따라서도 발전하다 보니 문화적인 다양성도 많습니다.


다시 말해, 여러 문화 또는 시대적인 요구, 정치와 같은 영역에서 다양하면서도 고유한 전통을 만들기도 했지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성공회는 그리스도교가 공유하는 예배의 목적과 내용에 매우 충실한 전례 전통을 지켜온 교회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성공회는 초대교회 전통에 따라, 주일 예배인 ‘성찬례’를 중심으로, 매일 예배인 ‘성무일도’가 큰 두 축을 이루고 있어요. 특히 주일 예배인 성찬례를 예배와 신앙 생활의 핵심이라고 여겨요. 로마 가톨릭 교회은 ‘미사’라고 하고 정교회는 ‘성찬 예배’, 개신교회에서는 ‘성찬식’이라고 하죠. 성찬례는 그리스도교 예배의 가장 근간이 되고 중심입니다.

 

*성찬례(성찬): 성경 속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먹으며, 거행한 종교 의식을 의미한다.


성공회에서는 ‘성찬례’를 ‘부활의 잔치’라고 봐요.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의 부활 안에서 우리 인간에게 베풀어 주신 놀라운 구원의 은총을 기억하며 축하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성공회 성찬례는 성서에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과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성찬(성체성사)을 균형 있게 다룹니다. 이 태도와 실천이 성찬례의 구조에 그대로 반영이 돼 있어요.


성찬례의 구조를 말하자면, 신자들이 함께 모이는 예식, 말씀을 듣는 전례, 성찬의 전례, 그리고 우리가 말씀을 먹고 성찬을 모신 뒤에 세상에 나아가서 복음을 전하며 살도록 하는 파송 예식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성공회는 이러한 성찬례의 구조가 초대교회의 전통을 잘 반영하여 말씀과 성찬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로써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부활로서 우리를 구원하신 사건을 기억하고 우리 삶에서 실천하려고 하지요.


이와 더불어 신자들이 성찬례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관심을 많이 둡니다. 성찬례에서 신자들의 능동적인 참여는 정말 중요하죠. 예를 들어, 성가를 신자들이 함께 불러 찬미에 참여하고, 전례 음악도 성가대에만 맡기지 않고 공동체 전체가 함께 하지요.. 영성체에서도 성체와 보혈을 모두 먹고 마시는 일도 성공회 성찬례의 큰 특징입니다. 사실 이러한 특징은 그리스도교 가운데서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와 여러머로 공유하는 점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전례를 생략한 개신교회 예배와는 다른 점이 되기도 하지요.


성공회 전례를 보면 로마 가톨릭 교회와 상당히 유사하게 보입니다. 성공회 전례는 가톨릭 교회와 크게 공유하는 부분이 있나요?


예, 두 교회의 전례는 상당히 비슷합니다. 그 이유는 초대 교회부터 있었던 예배의 구조를 두 교회가 잘 이어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몇몇 지점에서는 서로 다르게 발전한 면도 있었지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이어진 ‘근대 전례 쇄신 운동(Modern Liturgical Movement)'에 성공회, 가톨릭, 정교회의 여러 학자들이 연구하고 교류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초대교회가 전례 안에서 어떻게 예배했는지, 전례의 구조와 신학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가?”하는 주제로 같이 연구했어요. 이 과정에서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많이 발견하고 서로 인정하게 되었죠.


물론, 성공회는 성공회대로, 가톨릭은 가톨릭대로, 정교회는 정교회대로 발전한 전례와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례의 구조와 핵심에 관해서는 많은 점을 나누었고, 이 내용을 전례의 개혁에 반영하게 되었지요. 이런 경험 때문에, 성공회, 가톨릭, 정교회의 성찬례는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기도 해요.


신학적인 강조점은 교단별로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너무 단순화한 면도 있지만 쉽게 에를 든다면, 로마 가톨릭의 경우에는 신자의 참회나 그리스도의 희생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어요. 성공회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하느님께서 수난과 부활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신 일에 관한 감사와 축하의 분위기가 조금 더 강조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각각의 순서나 강조점이 다른 것은 가톨릭 교회와 성공회가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 안에서 발전하면서 그 교단의 관습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영성체 참여를 예로 들자면, 가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성체와 보혈을 모두 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오랫동안 성체만 영한 관습이 깊은 탓인지 일반화가 안 된 모습이 있죠. 그러나 성공회는 성체와 보혈을 함께 모시는 전통을 잘 지키고 강조합니다. 그밖에 고해성사를 지키는 방법과 이해도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요.


정리하자면, 20세기 전례 쇄신과 개혁으로 특별히 서방교회 안에 소속된 성공회와 가톨릭 교회는 전례, 특히 성찬례(미사)의 구조와 형식은 아주 많이 같아졌어요. 1980년대 이후로는 개신교회들도 이런 쇄신에 영향을 받고 참여하면서 성찬예배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성찬례의 구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지요. 1982년에 세계교회협의회에서 나온 <리마 성찬식>은 이런 영향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 구조와 내용은 성공회와 가톨릭 교회의 전례와 유사점이 많습니다.


성공회 <감사 성찬례>의 주요 특징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성공회에서 주일 예배의 가장 중심은 ‘감사성찬례’(줄여서 성찬례, 또는 미사)입니다. 이 성찬례는 세계 성공회의 각 나라나 지역에 따라 기도문과 세세한 내용은 조금씩 다르개도 합니다. 각 관구 교회마다 예배를 만들 수 있는 자율적인 권한이 있으니까요.


또한, “주일에는 성찬례를 꼭 드려야 한다”라고 하는 성공회가 있가 하면, 성찬례를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교회들도 있어요. 한국의 성공회는 거의 대부분 주일의 가장 중요한 예배를 ‘성찬례’를 드리고요. 가톨릭 교회나 정교회처럼, 교회의 전례 절기와 축일을 잘 지키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적어도 한국에 있는 성공회는 평일에도 성찬레를 드리는 교회가 꽤 있고요. 아니더라도 성무일도인 아침기도(아침예배)와 저녁기도(저녁예배)를 매일 드리는 교회도 많습니다. 한국 성공회처럼 대체로 고교회 전통이 강한 성공회는 전례와 성사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주일에는 당연히 성찬례를 드리고, 평일과 축일 미사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공회 성찬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참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모든 신자가 예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성서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성사의 은총에 깊이 몸을 맡깁니다. 이를 예배의 행동으로 드러냅니다. 성가를 통한 찬양에 신자들이 참여하고, 전례의 순서에서 신자들의 전례 봉사도 많고요. 이미 말한 대로, 영성체는 가장 중요한 참여입니다. 성체와 보혈을 함께 모시면서, 하느님께서 말현하시 구원의 신비와 은총을 몸으로 느끼려고 합니다. 이것이 굳은 믿음을 마련해 줍니다.


영성체에 관련해서 이야기할 때, 성체와 보혈에 관한 이해에 교단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이야기해야겠네요. 예수님께서는 성찬을 통하여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기원하셨는데, 인간인 신자들과 교회 전통은 성체와 보혈에 관한 이해와 영성체에서 서로 분열되어 있지요.


로마 가톨릭 교회의 경우 실체 변화, 또는 ‘성변화’라는 말과 교리를 강조합니다. 개신교회에서는 성찬을 기념으로 생각하거나, 빵과 포도주를 상징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지요. 정말 중요한 진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성체와 보혈을 마련하여 선물로 주시고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신비에 있어요. 이 신비를 너무 인간적인 노력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다가 서로 다른 교리를 만들어내는 문제가 있어요. 이 점에서 성공회는 ‘어떻게 해석하고 설명할까?’에 관심하기보다는, “신자 공동체가 예배하고 성찬례를 봉헌하는 이 시간과 공동체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현존하신다”는 진리를 더욱 깊이 새깁니다. 이것이 원래 그리스도교의 오랜 가르침이고 성공회는 여기에만 집중해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성공회는 예수님의 말슴대로, 그것은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성체)이고,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보혈)이라고 말 그대로 믿고, 영성체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자기 안에 모신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해서 성찬례를 드리는 공동체 자체는 하나를 이루고, 그리스도의 몸 자체가 되는 것이고요. 그리고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을 모신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바르게 살아가는 것을 강조합니다. 사실, 더 넓고 깊은 범위에서는 성공회, 가톨릭, 정교회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봐요. 물론, 그렇지 않다고 말해도 어쩔 수 없지만요.


성공회 안에서 고교회파와 저교회파는 무엇이고 왜 나뉘어 있는지, 세부적으로 어떤 특징이 궁금합니다.


성공회는 세계적인 교회이고 가톨릭 교회, 정교회 다음으로 큰 교단이에요. 하나의 교단으로는 세 번째로 큰 교단이죠. 물론 가톨릭 교회에 비하면 작고 한국에서는 아주 작기는 하지요.


성공회가 독립적인 교단으로 크게 발전하게 된 것은 16세기 종교 개혁 때였어요. 종교 개혁이 생긴 이유는 중세 말기의 서방교회가 교회 자체로서나 신학과 신심에서 많읕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성공회도 이 비판과 개혁에 함께했죠.


그러나 성공회는 로마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회가 서로 다투고 분열할 때, 조금은 모호한 입장, 어떤 점에서는 실용적이고 사목적인 입장을 선택했다고 봐요. 가톨릭 교회의 좋은 전례와 전통이 있는데, 이를 모두 거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개신교회의 비판과 개혁의 부분에 이유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양 극단은 피하고 중간의 지점을 찾자는 경향이 강했지요.

 

성공회는 극단적인 주장과 교리들은 배제하고, 교회의 전통과 현실의 복잡성을 좀 더 너그럽고 넓게 바라보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그 안에서 강조점에 따라 성향이 나뉘기도 했습니다/
교회의 전통 안에서는 주교제, 교회의 권위, 그리고 성찬례를 포함한 여러 가지 성사, 특히 서방교회에서에서는 7성사(세례성사, 성체성사, 견진성사, 고해성서, 혼배성서, 성품성사, 조병성사)를 중요하게 여겼지요. 이런 교회의 전통을 중요시하여 ‘높게’(high) 본 신자들과 흐름이 있었어요. 이런 입장과 행동이 고교회파(High Churchmen)를 이루었죠.


이와 달린, “교회의 전통을 중시하다 중세 말기 교회처럼 이상해지고 타락하고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주장하면서 주교제와 전례, 성사 등은 중요하지 않고 ‘말씀’과 개인의 신앙 체험과 믿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들은 서방교회의 오랜 전통을 낮게(low) 봤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교회파(Low Churchmen)라고 불렀지요.


정리하면, 주교제와 교회의 권위, 전례와 성사 전통을 높게 보는 사람들은 고교회파, 이러한 전통을 낮게 보는 사람들을 저교회파라고 정리할 수 있어요. 겉모습으로만 보자면, 고교회파는 주일에 전통적인 성찬례를 드리는 편이고, 저교회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1년에 4번 성찬례를 드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이런 구분도 이제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성공회는 대단히 넓은 교회여서 전통이 조금 다르다고 하지, 서로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아요. 20세기의 전례 연구와 쇄신을 통해서, 고교회파든 저교회파든 성찬례와 성서에 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고요. 그 차이점도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저교회파에서도 주일에 성찬례를 꼭 드리고, 고교회에서도 평일에는 성찬례보다는 성무일도를 드리는 일도 많아요.


한국 성공회는 초창기에 오셨던 선교사들이 고교회파 경향이 짙었어요. 아직도 그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고요. 앞서 말한 대로 전례 쇄신 운동을 겪으면서 너무 오래된 고교회파 관습에서 조금 벗어나서 새로운 연구와 상황을 받아들여서 변화한 모습이 있어요. 예를 들면, 성공회 선교 초기에는 성찬례를 드릴 벽에 붙은 제대를 사용하며 신자들을 등지고 미사를 봉헌했지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가톨릭 교회와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전례 개혁을 통하여 신자들과 마주할 수 있도록 제대 배치를 하고, 신자들과 제대를 둘러싸고 성찬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성공회는 성찬례를 가장 중요한 예배로 보는 교회라는 전통에 굳게 서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공회 전례는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의 전통은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고 발전했나요?


성공회가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의 전통을 조금씩 모두 닮았다는 표현은 적절한 설명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성공회는 가톨릭과 비슷해, 또는 정교회와 비슷해, 또는 개신교와 더 비슷해”라고 어느 한 쪽으로 단정해서 한다면 틀린 표현일 수 있어요.


서로 비슷한 점은 성공회 전례, 특히 현재 드리는 전례가 초대교회의 전례를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 모두가 초대교회로부터 나온 예배에 그 뿌리가 있어요. 그러기에 같은 점이 많지요.


그리스도교는 11세기 들어서 동서교회의 분열이 일어나면서 동방교회와 서방교회로 분리가 됐지요. 성공회는 전형적인 서방교회이기에 예배의 발전 측면에 관해서는 가톨릭 교회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아요. 개신교회도 서방교회에서 발전했기 때문에 성공회와 비슷하고요.


그러나 로마 가톨릭 교회가 서방교회 전통의 획일적이고 중앙 집권적인 체제를 유지했다면, 성공회는 지방 분권적인 체제를 발전시켰어요. 지역에 따른 여러 전례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게 됐지요. 이 점에서는 정교회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정교회는 발전할 때부터 그 지역, 그 문화와 언어를 존중했거든요. 같은 전례를 가지고도 표현과 행동을 다르게 발전시켰듯이, 지역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성공회와 정교회가 많이 닮았죠.


한편, 성공회가 예식에 따른 예배에만 골몰하지 않고, 성서의 말씀과 그 가르침을 삶에 적용하고, 판단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는 보면 개신교회의 전통과도 닮은 점이 있습니다.


좀 더 세밀하게 보자면, 로마 가톨릭 전례는 성공회 전례 구조와 비슷해요. 그러나 가톨릭 교회의 미사(미사)는 세계적으로 똑같아요. 하나인 미사문을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 사용하는 거죠. 이와는 달리, 성공회는 잉글랜드 성공회의 공동 기도서를 기초로 하지만, 이 기도서를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각 나라의 역사와 언어, 그 신앙의 고백과 전통에 따른 신학을 반영하게 자율적으로 기도서를 만들 수 있어요. 한국 성공회도 한국 성공회만의 기도서가 있어요.


정교회는 교회 역사에서 마련한 다양하면서도 복잡하고 정교한 성찬예배가 강력한 교리와 함께 짜여 있어요. 성공회는 정교회처럼 지역 문화에서 비롯한 오랜 전례를 존중하지만, 교리에 관해서는 좀 더 너그럽게, 전례에 관해서는 좀 더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시대적인 조건과 요구에 맞춰서 예배를 조금 더 간소하게 하면서도 장엄함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면, 융통성과 상호보완적 측면에서 보면 정교회보다는 많은 거 같아요.


그러나 개신교회와 같이 저마다 개별적인 예배를 만들지는 않아요. 나라와 지역 관구별로 기도서를 만들고, 이런 작업을 위해서는 성공회 전체가 모여서 예배에 관한 연구도 함께 하면서 합의의 절차를 통해 성공회 전례 전통을 유지하고 쇄신하는 면이 강하지요.


타 그리스도교단의 전례에는 없는 성공회만의 전례 문화가 있을까요?


이런 질문에서 성공회는 언제나 이렇게 말하고는 해요. “같은 그리스도교이기 때문에 공통점이 95%이고, 성공회의 개성과 특징은 5%이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교 안에서 성공회 전통을 잘 유지하려고 하면서도, 여러 나라, 또는 문화에 뿌리 내린 신앙의 고백과 지역 전통, 사회와 정치적인 상황에서 경험하는 체험을 잘 반영하여,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이런 점에서 획일화돼 있지 않고 자율성이 있어요.


종종 그리스도교 전통과 신앙을 교리적으로 해석하려는 일이 있지요. “이것은 잘못됐고, 이것은 정통이 아니고, 이것은 이단이고” 하는 것과 같이요. 성공회는 교리적인 해석과 판단보다는, “지금 이 순간 하느님을 만나서 경험하고, 우리가 하느님을 어떻게 고백하고, 예수님께서 사셨던 것처럼 어떻게 닮아갈 수 있을까?”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고 생각해요. 포용성과 대화를 더 강조하지요. 하느님의 신비를 경험하고 느끼면서, 이를 다른 이들과 기쁘게 나누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요.


특별히 성공회의 전례가 청년들과 어린이들의 영적 성장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사목할 때, 청년들과 함께 기획한 <청년 성찬례>를 예로 들면 좋겠네요. 월 1회 정기적으로 드렸는데요. 예배는 모든 세대와 드리는 것이 기본이겠지요. 그러면서도 비슷한 나이와 문화 속에서 신앙 생활을 하는 청년들이 예배에 참여하는 방식과 체험이 다를 수 있어요. 청년들의 고백과 체험에 더 집중하고 격려하기 위해서 청년 성찬례를 함께 준비하고, 전례 공간도 같이 꾸미고, 전례 음악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어요. 청년들의 전례 참여를 높이고, 강론도 청년들의 고민과 삶에 맞추고, 예배의 몇 가지 형식에 변화를 주고, 기도의 방식과 내용도 청년들이 마련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요.


이곳 영등포 성당에서는 어린이와 함께하는 성찬례를 기획하여 어른들과 드렸어요. 어린이들이 성찬례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요. 예수님께서는 “어린이들을 내 앞에 오는 것을 막지 말라” 하셨어요. 어린이들과 제대 근처에서 같이 예배 드리고 강론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서 하고, 성찬의 전례 때는 어린이들이 제대를 다 둘러싸고, 신부님을 도와서 성체와 보혈을 함께 들고, 손을 함께 맞잡고 기도를 드렸지요. 예수님께서 함께하셨던 밥상 잔치를 어린이들과 함께 만들 수 있다는 마음이었지요. 어린이들도 새로운 체험으로 좋아하고, 어른들도 아주 깊은 감동을 받는 성찬례로 계속하고 있어요.


청년들과 어린이들에게 예배는 정말 중요해요. 그리스도교 예배의 핵심인 성찬례를 모든 세대가 다 알아야 하니까요. 예수님이 가르치셨던 일, 사람들을 고치시고 치유하신 사건, 우리 죄인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으셨고 희생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을 모함하고 죽이려 했던 사람들까지 용서하셨다는 일을 어린 시절부터 때부터 알아야 하지요. 이것을 머리와 이야기로만이 아니라, 우리 전례와 몸으로도 지금 여기서 경험하고 훈련하는 일이지요.


모든 예배는 초대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우리의 신앙이잖아요. “내가 옛날 초대교회 신자들이 해왔던 것을 나도 지금 하고 있다. 우리의 신앙은 이렇게 연결돼 있다”라는 것을 성장 세대들도 알고 경험하도록 해야 해요. 전례는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들의 신앙 형성에 너무도 중요합니다. 실제로 모두 좋아하고 뜻깊은 경험으로 여기고 있어요.


성공회의 전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신다면? 선정하신 이유도 같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느님 나라의 잔치를 미리 맛보는 감사와 축하의 예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우리 신앙인의 목표는 하느님께서 이루시려고 하는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와 그의 정의를 구하라”라고 하셨지요. 하느님이 인간이 되셔서 고난 받으시고 부활하신 이유는 우리에게 구원을 선물하시려는 것이었어요. 예배는 구원의 선물에 감사하고, 하느님께서 이루는 하느님 나라와 천상의 잔치를 미리 맛보는 거라 생각해요.


신앙은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미리 하느님 나라를 맛보면서, 그 나라를 더 희망하고, 우리 삶에서 펼쳐지는 하느님 나라를 더 앞당기도록 노력하는 일이에요. 성공회 전례와 예배는 우리 생명을 주시고, 여러모로 부족한 우리의 삶과 생명을 새롭게 해주시고, 힘을 주셔서 구원해 주신 일에 감사하는 일이에요. 이 일을 홀로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축하하면서, 세상의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 가는 일이지요. 그 감사와 축하와 새로운 일의 출발이 바로 전례와 예배입니다.

 

 

김동현 기자(mvp2450@naver.com)


편집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담당 기자: 김동현 기자 (신학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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