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에서의 반중 정서는 사드, 외교 문제, 동북 공정과 같은 사건들과 더불어 꾸준히 확산되어 왔다. 과거 반중 정서가 일부의 담론으로 한정된 것과 달리,최근 반중 정서는 대선국면에서 불거진 ‘중국 선거 개입’ 담론과 이를 수용한 국내 극우 세력의 결합으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혐오’의 범위로까지 확산됐다.
이러한 반중 정서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최근 건대 양꼬치 거리 반중 시위가 있다. 극우 성향 청년단체, 일부 시민단체가 연합해 주도한 이 시위는 "짱X는 중국으로 가라", "CCP 아웃"과 같은 피켓을 들고 행진하며 중국인, 혹은 중국인 운영 식당 앞에서 강경한 욕설 및 폭언을 쏟아냈다. 시위대의 일부는 해당 거리의 중국인 점원과 언쟁하거나 충돌했고,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된 중국인 점원도 있었다. 이 같은 행위는 일본 내 혐한(嫌韓) 시위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한국 사회 내 혐중 정서가 점차 뚜렷하고 과격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국제연합 학술 동아리 paz는 직접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반중 정서에 대한설문조사 및 캠페인을 진행고, 지난 9일 동국대학교 학술문화관 217호에서 결과 보고회를 진행했다. 설문은 오프라인, 온라인에서 모두 진행되었으며, 오프라인은 5.8~ 6.30, 온라인은 7.3-7.7까지 진행되었다. 총 응답자 수는 922명이다.
설문 참가 대학생들은 실제 캠페인에서의 경험을 공유했다. 경기대, 한신대, 서울예대, 이화여대 등 각기 다른 대학에서 거리 설문을 진행했던 학생들은 "많은 이들이 중국인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을 쉽게 드러낸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중국인은 비위생적이다, 질서 의식이 부족하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설문 응답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견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 인식의 상당 부분이 '실제 경험의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계속해서 지적됐다. 한 참가자는 "여행으로 중국을 방문하기 전, 나 역시 미디어와 주변 이야기만 듣고 중국인을 오해했다"며 "현지에 머물며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편견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 역시 "타인과 직접 만나는 순간, 내가 갖고 있던 혐오와 오해가 얼마나 근거 없는지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토론은 '혐중'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겪는 일상적 차별과 혐오의 경계를 돌아보는 기회로도 이어졌다. "내가 언제든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 다양한 문화·국적·배경의 학생과 소통하는 경험의 필요성, 질문과 응답에서 정보 전달 방식의 개선(다국어 안내 등)이 주요 실천 과제로 제기됐다. 일부 참가자들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혐오의 프레임이 강화되는 현 상황에서, 정당과 정치권 역시 무책임한 발언을 삼가고 책임 있는 언어와 정책적 대응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캠페인과 토론은 학생들이 스스로 편견 해소와 건강한 공동체 문화 조성에 앞장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참가자들은 "혐오와 차별이 배제된 대학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안전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논의와 실천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수민 기자(necrotix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