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목)

대학알리

한국외국어대학교

‘에브리타임’, 이원화 캠퍼스 갈등에 기름 붓나?

익명 커뮤니티, 갈등의 근원지?
에브리타임 내 학벌 혐오표현 실태


에브리타임은 무엇인가?


 

에브리타임은 2011년 출시된 애플리케이션으로 시간표, 학점 계산기, 강의평가, 익명 커뮤니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브리타임은 2023년을 기준으로 전국 397개 대학 캠퍼스에서 누적 642만 명의 대학생 및 졸업생이 이용하고 있다.

 

다수의 대학생이 이용하는 에브리타임이지만, 혐오성 게시물이 많아 해당 어플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 한국외국어대학교(이하 한국외대) 학생들도 있다. 한국외대 학생 3명을 통해 에브리타임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들어봤다.

 


에브리타임의 혐오표현으로 고통받는 학생의 이야기


*해당 이야기는 글로벌캠퍼스 재학생 세 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됐습니다. 기사의 주제에 따라 학생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며, 이름이 유출될 시 해당 사안에 대한 피해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익명 처리했습니다.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에 재학 중인 A가 에브리타임을 지우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시간표를 확인하기 위해, 두 번째는 동아리 홍보 자료를 올리기 위해, 세 번째는 학내 중요 사안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항상 용건만 확인하고 앱을 나가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몇몇 자극적인 혐오 게시물들은 제목만 읽어도 머리가 아프다.

 

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들었다. 학생들과의 소통이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으로 많이 이뤄졌다. A는 말로만 듣던 에브리타임에 학생증을 인증해 가입했을 때는 진짜 대학생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명 ‘핫게’라고 불리는 에브리타임의 HOT 게시물에는 좋아요 수가 10개 이상인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A는 그곳에서 글로벌캠퍼스를 향한 혐오글을 접했다. ‘글로벌캠퍼스’와 ‘바퀴벌레’의 합성어인 ‘글퀴’라는 용어도 학교에 입학한 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처음 접했다.

 

유난히 혐오성 게시물이 많이 올라오는 기간이 있다. 입시 기간에는 서울캠퍼스(이하 서울캠)와 글로벌캠퍼스의 입시 결과 차이 얘기가 많다. 시험 기간에는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의 서울캠 도서관 사용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글이 익명 학우들의 단골 소재다.

 

‘덜 떨어지는 애들이랑 같은 공간에서 숨쉬는 것만으로도 싫다.’

‘글캠 전공책으로 공부하는 모습이 설캠 도서관에서 보이면 책으로 머리를 세게 내리치고 싶다.’

 

신입생 시절 처음 접한 혐오성 게시물은 2년 남짓이 지난 지금도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입시를 마쳤으나 반수를 고민하게 할 정도로 심한 혐오글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게시됐다.

 

처음에는 모든 서울캠 학생들이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지금은 이중전공으로 서울캠에서 수업을 듣고, 양캠 연합 동아리를 하며 오해가 풀렸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캠퍼스를 혐오하는 서울캠 학우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친다.

 

특히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면 이따금씩 이전에 본 게시물처럼 ‘누가 내 머리를 내려치면 어떡하나’하는 잡념에 빠진다.

 


에브리타임 속 이원화 캠퍼스 혐오표현 실태


실제 에브리타임에서 글로벌캠퍼스 학우들을 괴롭히는 혐오표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크롬 확장 프로그램 ‘listly’를 통해 에브리타임의 게시물을 분석해 데이터를 수치화⋅시각화해 봤다.

 

 

지난 10월 19일부터 12월 13일까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게시물 중 제목에 ‘글캠’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한 게시물은 총 501개였다. 혐오 표현의 사전적 정의인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글’, ‘왜곡된 정보에 근거한 악의적 글’, ‘표적 집단에 부정적 낙인을 찍는 글’,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강화하는 글’이라는 기준에 따라 직접 분류한 결과, 501개의 게시물 중 글로벌캠퍼스 혐오성 게시물은 총 14개다.

 

혐오 게시글 중 많은 관심이나 비판을 받은 글은 에브리타임 내 자체적인 검열 기능에 걸리거나 신고를 받아 삭제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시간이 지난 후 이용자가 직접 삭제하는 경우도 있어 모든 게시물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더불어 커뮤니티 특성상 ‘물타기’가 심하다. 수집된 데이터는 최근 실시된 ‘서울캠 총학생회 선거’라는 키워드에 묻혀 혐오성 게시물이 덜 한 것으로 보인다.

 

 

위 사진은 혐오 표현으로 정의하기 모호한 경우이다. 내용만 보았을 때는 글쓴이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글로벌캠퍼스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캠퍼스 재학생인 척하는 학생들을 비판하는 글일 수도 있고, 글로벌캠퍼스 학생이 서울캠퍼스의 사진을 단순히 업로드하는 모든 행위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글일 수도 있다. 또한 이원화 캠퍼스인 글로벌캠퍼스를 ‘#외대 분캠’이라고 지칭해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에 대한 혐오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글로벌캠퍼스 학우들을 ‘짐승’이라고 표현하며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글도 있었다.

 

 

위 게시물은 ‘글캠’ 키워드가 제목에 존재하지 않아 통계자료에 집계되지 않았다. 그러나 ‘글퀴’라는 글로벌캠퍼스 비하 용어가 게시물에 포함돼 있으며 본문 내용 역시 다양한 욕설을 통해 글로벌캠퍼스 학우들을 향한 혐오 감정을 드러냈다.

 


에브리타임 혐오표현… 외대만의 문제인가?


 

에브리타임 속 학벌 비하적 혐오표현은 한국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원세대’, ‘조려대’는 연세대와 고려대의 분교 캠퍼스를 멸시하는 단어다. 위 사진은 연세대 에브리타임에 게재된 조롱성 게시물 중 일부로, 9월 중순 개최된 연세대 대학 축제에 참석한 분교 캠퍼스 학생들을 대상으로 많은 혐오 게시물이 쏟아져 화제가 됐다.

 

 

한양대에서도 서울캠퍼스와 에리카캠퍼스 사이에 갈등이 존재한다. 위 사진에서는 에리카캠퍼스 학우가 한양대라고 했다가 비하받는 상황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렇듯 이원화 및 분교 캠퍼스가 형성된 학교에서는 캠퍼스 차별과 그에 대한 혐오 표현이 비일비재하다.

 


에브리타임의 규제 방안은?


학교마다 혐오 표현으로 사용되는 단어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렇기에 같은 플랫폼에서도 규정할 수 있는 혐오 표현의 단어 범주가 다르다. 그러나 학벌에 대한 혐오표현은 한국 사회 전반적인 문제이며 여러 지방대나 지역 캠퍼스에서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에브리타임은 게시물을 작성할 때 커뮤니티 이용 규칙을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금지 행위로 명시한 ‘국제 평화 위배’, ‘헌법 위배’, ‘범죄 법령 위배’, ‘성적 도의 관념 위배’ 등 12개의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 AI 커뮤니티 운영 시스템에 의해 규제된다.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한 다양한 금지 항목이 있지만 타 캠퍼스나 학교에 대한 비하 발언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조항은 없다. 특히 ‘불쾌감’, ‘불편함’ 등의 용어는 정확히 명시된 예시가 없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에브리타임에서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사회적 약자’를 ‘차별받아 마땅하다고 간주하는 인물이나 집단’으로 정의했다. 한양대 평화연구소는 학벌을 비하하는 혐오자들이 ‘지방대’, ‘지역 캠퍼스’ 학생들을 사회적 약자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경제⋅사회적 약자이므로 언제나 경쟁에서 패한다고 생각해 차별받아 마땅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혐오표현을 생산하는데 무감각해진다.

 

에브리타임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익명성에 가려진 혐오자들은 ‘말할 용기’를 얻어 혐오표현을 스스럼없이 뱉는다. 많은 학생들이 이런 상황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상황이 지속해서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지털콘텐츠학회 논문지는 커뮤니티 내부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없는 이유가 주류 세력과 다른 의견은 ‘물타기’를 통해 공격받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에브리타임에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글로벌캠퍼스 혐오성 글은 단시간에 주류 세력으로 변할 수 있고, 다른 의견은 수용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주류 세력과 반하는 의견을 가진 학생들은 커뮤니티를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 방안 연구'에 따르면 혐오표현의 공격 대상이 된 소수자 집단은 일과 학업 등 일상생활에서 배제돼 두려움과 슬픔을 느끼고 지속적인 긴장상태나 무력감에 빠지거나 자존감 손상으로 인한 자살 충동, 우울증, 공황 발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다.

 

외대뿐 아니라 모든 학내 익명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차별과 혐오 표현이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방관하지 않을 필요가 있어보인다.

 

 

김서진 기자(seojin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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