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영유아(만0~6세)가 다닐 수 있는 특수학급이 마련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수교사의 수도 줄었다. 장애가 있는 영유아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부 인재근 의원실에서 한국보육진흥원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육 아동은 약 118만 명, 장애아동은 약 1,200명인 것에 비해 특수교사는 2,000여 명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22년도 통계를 보면 보육 아동은 1,095,450명으로 지난해보다 수가 줄었고 장애아동은 1만 2,313명으로 수가 늘었다. 특수교사는 2,702명이다. 수치만 보면 특수교사를 지난해보다 더 많이 뽑은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새로 뽑은 특수교사 수는 349명으로 지난해 선발인원인 894명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서울 내 특수학급이 설치된 유치원은 전체 769곳 중 134곳이다. 769곳 중 특수학급이 설치된 사립 유치원은 한 곳도 없다. 부모는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특수학급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공립 유치원에 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보육 아동의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으나 장애가 있는 아동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특수학급이 만들어진 곳은 10% 수준에 그친다.
공립학교 특수학급에서는 원칙적으로 학생 4명을 교사 1명이 맡아야 하지만, 대다수의 학급에서는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한 교사당 4.5명의 아이를 보는 학교가 많다. 지역별 특수교사의 수가 적다 보니 정해진 기준을 넘는 것이 현실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있는 통합반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합반은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생활하는 반으로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함께 배치된다. 특수교사의 부족으로 통합반의 운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린이집 현장 봉사 경험이 있는 아동가족학과 A(22) 씨는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것을 두고 "특수교사의 수가 부족해 발생한 상황"이라며 "통합보육 시스템의 부족으로 장애 아동의 입학이 거부되는 일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덧붙여 현재 특수학급과 특수교사가 줄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는 입장도 내비쳤다.
유치원 현장 실습 경험이 있는 유아교육과 B (23)씨는 교사와 학부모가 특수학급을 바라보는 인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옆 반 아동 중 한 아이가 자폐 모습을 보여 아동의 어머니에게 검사를 받아보고 자폐가 맞다면 특수학급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는 선배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아동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는 장애 아이가 아니라며 다른 학급으로는 절대 갈 수 없다고 화를 내셨다”며 유치원에 통합반이 없으면 오히려 영유아를 위한 발언이 학부모와의 마찰을 만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박하연 덕성여대 아동가족학 교수는 “장애 아동이 순식간에 교실 문을 열고 다른 공간으로 가서 사라지거나, 위험한 곳에 올라갔다가 떨어지거나 때로 모래를 뿌리거나 가위로 자기 옷이나 머리카락 등을 자르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며 "특히 장애 아동을 볼 때 교사는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학급과 교사를 적절히 확보해 보육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6월부터 유보통합을 실시해 영유아 보육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할 예정이다. 유보통합이란 모든 영유아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육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였던 어린이집의 업무가 교육부 소속인 유치원과 통합된다. 전국장애영유아교사회는 지난해 8월에 국회의사당역에서 장애아동이 차별받지 않는 유보통합을 추진해달라는 ‘전국장애영유아교사 결의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장애영유아교사회는 “현재 균형감 있게 유보통합을 추진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왜곡시켜 유보통합의 방향을 특정 집단에게만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