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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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학생에게 홍익대학교 학생이 묻다

홍익대학교 수업환경 개선 프로젝트 ‘뚝딱’, 수업환경 학우 인식 설문조사 실시

아이들에게 양육 환경이 중요하고, 근로자에게 업무 환경이 중요하듯 대학생들에게는 수업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교육심리학에서는 교육이 성립되기 위한 3요소로 교육의 주체(교사), 교육의 객체(학생), 그리고 교육의 매개체(교육 내용)를 제시하며, 3요소가 모두 모였을 때 비로소 교육의 장(場)인 수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때 교육의 장은 크게 물리적 장소와 공간을 의미하는 ‘물리적 장’, 그리고 심리적 상호작용을 의미하는 ‘심리적 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학생들은 흔히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로 “교수와 스타일이 맞지 않아서”, 혹은 “내용이 지루해서”를 이야기하지만, 교육심리학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교육의 물리적·심리적 장이 제대로 열리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쉽게 경시하는 교육의 장(場)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홍익대학교 수업환경 개선 프로젝트 ‘뚝딱’이다. “학생회 소통창구와 학보사, 학생 커뮤니티와 개인 인터뷰 등을 통해 홍익대 학생들이 어떤 것을 가장 말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보았을 때 최종적으로 모인 키워드였다”고 뚝딱의 창립 이유를 밝힌 황서현 단장과 팀원들은 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홍익대학교 학우들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에 나섰다.

 

 

뚝딱 단원들은 지난 10월 28일부터 12일간 홍문관 카페나무, C동 휴게실 및 강의실, A동 카페 등을 오가며 온·오프라인 설문지 작성을 독려했다. 휴게 공간이 없는 미술학관 F동, 조형관 E동에는 무인 설문함을 설치하고, 그마저도 설치가 어려운 건물의 학우들을 위해서 온라인 설문지도 제작했다. 뚝딱의 노력으로 설문조사에 참여한 521명의 학우들은 홍익대학교의 수업 시설, 건물, 수강신청 방식, 전공 및 교양 수업 만족도 등 수업환경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뚝딱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익대학교 학우들은 대체로 수강신청과 수업 전반 시스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익대학교 수강신청 시스템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만족스럽다(4~6점)고 답한 학우는 68.52%로 나타났다. 또한 전공 강의 만족도는 69.91%, 일명 ‘드래곤볼’로 불리는 교양 필수 강의 만족도는 59.12%, 필수 외 교양 강의 만족도는 64.11%로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불만족스럽다(1~3점)고 답변한 학우들은 ‘수업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학생 수에 비해 개설되는 강의 수가 적다’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러한 학우들의 의견을 반영하듯, 수업권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는 34%가 ‘전임교원 및 분반 확충’을, 20.92%가 ‘교양 수업의 다양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답변에서 이질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항목은 ‘강의실 등 수업 시설 개선’(28.02%)이었다. 이는 많은 학우들이 수업 커리큘럼이나 강의의 질만큼이나 강의를 듣는 환경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홍익대 수업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64.3%의 학우들이 불만족한다는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뚝딱은 강의실의 물리적 환경과 강의 만족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홍익대학교 각 건물별 만족도를 조사하기도 했다. 만족도 조사 대상이었던 7개 건물(A, C, F, I, K, R, T동) 중 과반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변한 건물은 인문사회관 A동(만족 77.65%)뿐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2020년 2월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A동에서 강의를 듣는 한 경영학과 학우는 “학생을 위한 편의 공간이나 최신 장비가 많지만, 몰라서 사용하지 못하는 학우들이 많은 것 같다”며 만족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토로하기도 했다.

 

인문사회관 A동 다음으로 만족도가 높았던 홍문관 R동(만족 47.92%)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교 정문(폭 56m, 높이 45m)으로, 명실상부 홍익대학교의 간판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그러나 2006년 완공 이후 18년 차를 맞이한 홍문관 내부 수업 시설에 대한 평가는 리모델링이 진행된 층과 그렇지 않은 층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지하 6층부터 지상 16층까지, 총 22층 규모의 건물에서 대학 수업 시설은 교양 강의층인 4~5층,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전공 학우들이 사용하는 6~7층, 그리고 법학과 학우들이 사용하는 8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2021년 11월 리모델링을 마친 7층의 수업 환경은 다른 건물에 비해 좋은 편이나, 이를 제외하면 오래된 건물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부 학생들은 8층 수업 시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일체형 책상과 냉난방 문제를 지목하기도 했다. 한 시각디자인전공 학우는 “솔직하게 말하면 시각디자인전공이 사용하는 홍문관 6·7층은 홍대 건물 중에서는 시설이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8층 학우들에게 수평 균형이 맞지 않거나 삐걱대는 일체형 책걸상이 많아서 너무 싫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여러 법학과 강의를 수강 중인 한 캠퍼스자율전공 학우는 “여름에 70명 이상이 다닥다닥 붙어서 수업을 듣는데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서 모두 주룩주룩 땀을 흘리다가 결국 다른 교실로 옮겨서 들은 기억이 있다”며 냉난방 문제의 실태를 지적했다.

 

해당 두 건물을 제외한 다른 강의동은 인문사회관 C동 65.80%, 제1공학관 K동 75.64% 제4공학관 T동 79.76% 등 대체로 불만족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수가 많지는 않았으나 미술학관 F동과 과학관 I동의 불만족 비율은 각각 90%(응답자 수 50명), 100%(응답자 수 26명)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한 판화과 학우는 “F동은 단순히 편의시설이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시설이 전반적으로 노후화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은 기본이고, 여름에는 물이 새고 겨울에는 수도가 동파되는 위험에 처해 있다”며 기본적인 설비의 개선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7월 미술학관 F동 4층 실기실에서는 천장이 무너져 콘크리트 조각 수십 개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2018년 여름 리모델링을 진행했으나 현재도 냉난방, 안전, 환기 등 다양한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불만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하는 수업 시설을 묻는 질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8.54%의 학우들이 일체형 책걸상을, 17.47%의 학우들이 냉난방 시스템을, 17.27%의 학우들이 강의실 및 실기실의 노후화를 수업 시설의 시급한 문제로 선택했다. 뚝딱 황서현 단장은 일체형 책걸상에 대해 “십 년 전 총학생회에서도 교체를 위해 대응하던 사안이었지만 현재 강의실 두 곳만 바뀌었을 뿐 개선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밝혔고, 냉난방 시스템에 대해서는 “R동 냉난방 시설의 경우 9월 초 무더위를 해결하지 못해 작년과 올해 연달아 학생 주도 서명운동이 있기도 했다”며 미온한 대처를 지적하기도 했다.

 

수업 시설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활동을 묻는 질문에는 ▲ 시설 개선 특별TF팀 운영 ▲ 개선 현황 정보 접근성 보장 ▲ 서명운동 및 캠페인 등 학우들의 의견을 모으거나 요구를 가시화하는 행동 등이 상위 항목을 차지했다. 뚝딱은 설문조사 결과를 대자보로 게시하며 11월 중 설문 결과에 기반한 요구안과 그 근거를 학생회 및 학교 부서에 전달할 예정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본지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뚝딱은 실제로 지난 11월 25일,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한 3대 요구안을 홍익대학교 사무처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뚝딱은 3대 요구안으로 ▲ 일체형 책걸상 교체를 위한 예산 배정 및 교체 ▲ 전임교원과 분반 확충을 통한 학생 수업권 보장 ▲ 학우 의견에 기반한 홍익대 수업환경 개선 계획 수립 및 공유를 제시했으며, 해당 내용은 11월 29일 진행된 학교학생대표자협의회에도 포함되었음을 밝혔다.

 

이후 제58대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개화는 학교 본부와의 후속 논의를 거쳐 기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5개년에 걸쳐 교체할 계획이었던 일체형 책걸상을 2개년에 걸쳐 교체하기로 확정 지었다. 홍익대학교 수업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던 뚝딱과 총학생회의 노력이 만나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요구안들의 진행 상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요구안에 대한 합의 및 집행 결과를 바탕으로 뚝딱의 체계화 및 구체적인 행동 의사를 밝힌 뚝딱의 다음 발걸음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다른 학우들이 공감하지 못할까 봐, 말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각자의 이유로 침묵하는 학우들에게 학생 개인으로도 충분히 목소리를 내거나 학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뚝딱 황서현 단장은 “뚝딱 프로젝트를 통해 결국 만들고 싶었던 것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좋은 수업환경은 대학생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좋은 수업환경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수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혹은 그 외 어떤 문제를 위해서라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능력이다. 침묵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무분별한 불만의 표출도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공감대를 가진 문제라면 그들의 문제의식을 모아 객관적인 자료로 만들고, 적합한 절차를 통해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다면 문제는 이내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최근 정치 및 사회 전반에서 하나의 문제에 대해 상반되는 의견을 가진 양측이 강하게 충돌하는 양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복되는 충돌은 문제의식을 휘발시키고, 그 자리는 서로에 대한 분노와 갈등이 채운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면 처음 갈등이 시작된 주제가 무엇이었는지는 잊어버린 채 반대를 위한 반대, 언쟁에 대한 언쟁이 될 뿐이다. 홍익대학교 수업환경 개선 프로젝트 ‘뚝딱’이 우리에게 보여준 민주적이고 체계적인 문제 해결 방식에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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