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30일 성공회대 피츠버그홀에서 영화 비평 동아리 ‘언어와의 작별’(이하 언작)이 주최한 영화 상영회 ‘멈추고 매달리고 생각하기’가 진행됐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 ▲없는 산 ▲매달리기 순서로 영화를 상영한 이후 ‘매달리기’를 연출한 박지인 감독을 초청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멈추고 매달리고 생각하기’는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에서 지원 사업에 선정돼 진행하게 됐다. 상영했던 영화는 모두 사회적 소수자의 삶을 다루는 단편영화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는 성소수자 ‘수진’이 가스라이팅을 당한 연애 이후의 이야기를, ‘없는 산’은 외계 생명체 연구자의 시각에서 기지촌과 성병 낙검자 수용소의 일과, 그리고 미군 위안부를 다루며, ‘매달리기’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인 보호종료아동이 내린 선택을 보여준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는 진행을 맡은 옥지민 회장과 유하은 회원이 준비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유 회원이 보호종료아동에 관심을 가진 계기를 묻자 박 감독은 “평소 마음이 가던 주제였다”며 “영화를 만들기 전 본가에서 나와 독립할 때 혼자 사는 삶의 어려움을 알게 돼 관심을 깊게 가지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서 옥 회장은 박 감독이 이전 작품에서도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불안함을 다뤘다며 청소년 문제에 마음을 쓰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이에 박 감독은 “생일과 입학식, 졸업식과 같이 인생의 분기점이 되는 통과 의례에 관심이 많다”며 “청소년 시기가 통과 의례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시기라고 생각해 이를 영화로 담았다”고 말했다.

진행자와의 문답 이후 관객석에서 질문을 받았다. 상영회에 참석한 성계진 학우(사회 20)는 앞서 박 감독이 언급한 통과 의례와 관련해 “통과 의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 환대의 조건인데, 주인공이 시설에서 나와 독립하려는 시기에 환대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냐”고 질문했다. 이에 박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뒤를 보며 뛸 때 환대의 과정에서 느낄 불안과 설렘을 표현했다”며 “주인공은 이 사회에서 내가 환대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인물로, 영화를 본 관객이 주인공과 같은 이들을 환대하고 싶다고 생각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멈추고 매달리고 생각하기’는 언어와의 작별이 처음으로 학교가 아닌 외부에서 독립영화 관련 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한 상영회다. 상영회가 모두 끝난 후 기획과 진행을 담당한 옥지민 회장과 유하은 회원을 만나 상영회를 준비하며 느낀 소회를 들었다.
특별히 상영회 이름을 ‘멈추고 매달리고 생각하기’로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옥지민 회장 지원 사업을 신청할 때 기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가장 마지막에 상영한 영화 제목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세 편의 영화 모두 사회적 이슈와 청소년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세 편의 영화 모두 단편영화다.
유하은 회원 단편영화가 대학과 닮았다는 생각에서 단편영화를 위주로 기획했다. 대학이란 무언가를 배우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영화감독으로서 첫 영화를 제작할 때 단편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점이 대학에서 거치는 성장 과정과 유사하다고 느껴 단편으로 기획했다.
상영회를 준비하며 힘든 점이 있었는지?
옥지민 회장 피츠버그홀은 공식 영화관이 아니기에 영화를 볼 때 집중이 흐려질 수 있다. 음향, 화질과 같은 기술적 측면을 구현하기 위해 유 회원과 상영회 전날과 당일 문제가 없는지 여러 번 확인했다. 이처럼 공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피츠버그홀에서 예행연습을 했는데, 관계자들께서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학교 측에서도 학생 활동을 환대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하은 회원 실무적인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지원 사업 신청을 준비하고 서류를 작성하면서 상영회의 본질적인 의도에서 멀어지고 있다고도 느꼈다. 또, 모더레이터로서 감독님께 드릴 질문을 준비할 때 뻔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신경 쓰는 작업이 힘들었다. 감독님께서 다른 자리에서 이미 했던 답변을 기반으로 깊이 있는 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그러나 언작의 ‘영화 꿈나무들’에게는 배급 지원 사업을 받기 위한 준비 과정과 감독님을 초청해 제작 환경에 관해 이야기 듣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기 때문에 상영회 준비 또한 그 과정 자체로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세 편의 독립영화를 통해 언작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옥지민 회장 영화의 내용보다 우리 대학에서 열린 상영회 자체에 의미를 둔다. 언작의 존재 이유 또한 그러하듯, 상영회를 통해 성공회대에서 영화 좋아하는 사람을 모으고 싶었다. 세 편 모두 ‘불안’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의 우리들이 영화가 비추는 불안에 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으며 상영회가 그 자리를 마련했다고 느낀다.
앞으로 언작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하다.
옥지민 회장 영화를 통해 이야기도 만나지만 사람도 만난다. 활동 방향 역시 사람을 만난다는 목적에 두고 싶다. 쉽게 상영하지 못하는 영화와 고전 명작들을 발견하고 소개하며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싶다.
유하은 회원 언작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람을 모으는 것’ 그 자체에 있다. 영화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제에 가며 언작 구성원으로 함께 하는 이유는 만나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언작은 계속해서 만남의 장 역할을 하고 싶다.
글, 취재, 사진 = 이선영 기자
디자인 = 이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