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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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알저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해”...러시아 정교회의 우크라이나 침공 옹호와 한국진출

한국정교회 “이들의 한국 불법 진출은 교회법상 전통을 깨는 비교회법적 행위”
둘은 엄연히 다른 정교회회이지만 한국 내에서는 같은 정교회로 인식해…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입장 역시 달라

 

러시아가 최근 러시아 정교회를 이용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지속적으로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내외가 스포츠카를 구매했다는 가짜뉴스를 AI로 제작해 살포하기도 하며, 적국과 타국에 전쟁을 합리화하는 인지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AI 기술과 SNS 등의 뉴미디어뿐만 아니라 종교 역시 선전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러시아 정교회의 해외 선교지들을 이용해 각국에 선전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도 2018년 정교회 교회법상 러시아 정교회가 불법적으로 한국에 진출한 ‘대한정교회’를 이용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합리화하고 있다. 이미 한국에는 1956년부터 정식으로 진출한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총대주교청의 ‘한국정교회대교구’가 있지만, 러시아 정교회는 정교회 내 규칙을 무시하고 한국에 ‘대한 정교회’를 설립했다.


한국정교회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한 러시아 정교회를 비판하는 등 대한정교회와 엄연히 다른 단체다.


현재 정교회의 교구 설정 원칙은 ‘한 지역에 한 교구와 한 감독’이지만, 러시아 정교회의 한국 진출로 한국정교회의 신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또한 ‘대한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의 일원으로서 지속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해 한국 내 러시아 정부의 해외 선전의 장소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의 ‘규칙위반’ 한국 진출과 러시아 대사관

 


러시아 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은 적극적으로 러시아 정교회의 한국 진출을 도왔다. 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한국 정교회 대주교는 2019년 Orthodox World 인터뷰에서 “1990년대부터 러시아 정교회는 러시아인들이 예배드릴 공간이 없으니, 서울에 러시아 정교회 성당 건립을 위한 부지를 기부해달라는 모스크바 총대주교청과 러시아 대사관 외교관들의 압박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장이 제기된 당시 이미 당시 한국에는 한국 정교회 성 니콜라스 대성당이 서울에 있어 정상적인 종교활동이 가능한 상태였다.
 

 

러시아 정교회는 세계총대주교청과 함께하던 2000년까지만 해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한국 정교회의 요청으로 러시아 정교회 소속 신부인 테오판 김 신부를 한국 내 슬라브인들에 대한 사목을 목적으로 한국으로 파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총대주교청과의 갈등으로 2018년 성사 단절을 선포한 뒤 러시아 정교회는 같은 해 정식으로 테오판 김 주교를 정교회 내 규칙을 어기고 대한정교회의 수장으로 임명해 한국에 진출했다.


이에 암브로시오스 한국 정교회 대주교는 “한국에 러시아 정교회가 진출하면서 러시아 정교회 측에서 한국 정교회 대교구 소속 성당에 다니는 신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러시아 정교회 성당에 다니라 권유하며 그들을 이용하려 했다”며 “과연 그러한 행동이 정교회 복음 정신에 합당한지, 그리고 하느님께서 일치되지 않은 반형제적인 태도를 축복하실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임종훈 한국 정교회 신부는 가대알리와의 인터뷰에서 “정교회의 중심이고 첫째 교회인 콘스탄티노플 세계총대주교청에 대한 거부와 전통 불인정의 결과로 러시아 정교회는 2019년 남북한을 아우르는 교구를 세웠는데, 이미 2004년부터 존재하는 한국 대교구에 또 다른 정교회 교구를 또 세운 것이다. 이는 명백히 정교회 내 교회법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 정교회의 이런 모습은 수백 년 전부터 보여왔던, 러시아 민족 중심적 태도이다”라며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총대주교청 산하)정교회는 이러한 민족중심주의를 이단으로 규정지었다”라고 답했다.

 

 

현재 대한 정교회는 한국에 1명의 대주교, 2명의 신부(한국인 1명, 외국인 1명), 보제 1명이 한국에서 활동 중이며 성당의 형태가 아닌 상가와 컨테이너의 형태로 운영 중이다.


러시아 정교회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원과 대한정교회의 지지


2018년에 설립된 대한정교회는 모체인 러시아 정교회가 같은 해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독립을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주교청이 승인한 것을 이유로 성사 단절을 선포했다. 이후 2022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침공 행위를 ‘성스러운 투쟁’이라고 선전하며,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다. 특히 러시아 정교회는 푸틴 정권 초창기부터 푸틴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며, 러시아 내의 비민주적인 상황을 옹호하는 등 정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정교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러시아 정교회의 2018년 성사 단절에 관해 임종훈 신부는 “러시아 정교회는 정교회의 정체성인 세계총대주교청과 함께 하는 하나의 정교회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모스크바를 ‘제3의 로마’로 설정하는 근거 없는 이론이 자리 잡고 있다”라며 “러시아 정교회는 전통적으로 5번째 서열에 위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자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교회들은 전쟁을 지지한 러시아 정교회를 비판했으며 바르톨로메오스 1세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총대주교, 프란치스코 교황 등 그리스도교 세계의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임종훈 한국 정교회 신부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했고, 전날인 2월 23일 모스크바의 크렘린 광장에 모인 군대를 향해 러시아 정교회의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는 축복을 내렸다”라며 “이 자리에서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 군대가 러시아 민족에게 부여된 사명을 완수하기를, 하느님께 축복을 기원하며 기도하였으므로, 이것은 결과적으로 이웃 국가를 침략하고 그 국민을 살상하는 일을 축복한 것이다”라고 러시아 정교회의 행위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러시아 정교회는 러시아의 청소년 군사 애국 교육 센터 설립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해 군사 애국 교육의 영적 요소와 관련된 강연을 하거나 러시아군에게 전쟁의 정당성을 종교적으로 부여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책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 설립된 러시아 정교회의 선교 기구인 ‘대한정교회’ 또한 이러한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작년 10월 대한정교회 테오판 김 대주교는 한국외대 김현택 교수와 진행한 대담에서 “일부에서는 정교회가 지나치게 크렘린을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정치와 종교의 관계는 어때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대해 “교회와 국가의 입장이 일치한 상태가 잘못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국민의 삶을 돌보는 일은 교회와 국가 둘 모두에 부여된 과제다”라고 주장하며 러시아 정교회의 행위를 옹호했다.


이어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는 ‘지금 러시아 정교회와 국가 사이의 협력 관계는 아주 좋은 특별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라며 “좋은 목적에서 국가가 교회를 지원하고, 사원을 세워주며, 또 정교회 문화를 진흥시킨다면 교회가 국가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일 이유가 없다고 본다.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라며 러시아 정교회의 러시아 지원에 대해 지지를 표했다.


한국 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와 다른 정교회


정교회의 경우 역사가 깊고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구분이 안 되는 러시아 정교회의 주장은 종교에 대해 모르는 이들에게 ‘검증 없는 정보’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인터넷 포털에 ‘정교회’를 검색하면 러시아 정교회가 세운 ‘대한정교회’의 자료와 출판 서적, 홍보물들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반대로 한국 정교회에 관해 서술된 자료는 거짓으로 적혀 있는 자료가 대부분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대학생 A 씨는 “러시아 정교회가 한국에 교회법을 어기고 진출했다는 것은 모르는 사실이었고, 러시아 정교회가 정교회 첫째 서열이라고 알고 있었다”라며 “따라서 한국정교회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줄 알았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임종훈 한국 정교회 신부는 “정교회가 한국 땅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교회에 관련된 정보에는 매우 많은 오류가 있다”라며 “특히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정보는 사실과 다르다”라고 답했다. 이어 “젊은 세대들은 현재의 문명이 제공하는 신속하고 광범위한 정보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러시아 정교회의 ‘비교회 법적인’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보고 믿는 순간, 교회가 2천 년간 지켜온 올바른 전통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vp2450@naver.com)


편집인: 조우진 편집국장 (국제 21)
담당 기자: 김동현 기자 (신학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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